“지금 검찰관이 공소장에 제기한 내용들을 보면, 피고의 범죄 내용이라고 기소한 내용이 3페이지에 적시된 근거가 고작입니다. 첫 번째는 외교대학교의 성평회의 보고서, 두 번째가 본 사건에 증언했던 A녀와 B녀의 증언입니다. 성평회의 보고서는 비록 증거능력이 법적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오류가 있었음을 여러 차례 본 법정에서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에 의거하여 증거능력을 상실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성평회의 보고서에 적시된 내용이 증인 판판의 증언을 통해서도 얼마나 사실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서 여실히 증명되었습니다. 조사의 진행 방향 역시 피고를 조롱하며 불합리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것도 확인되었고, 피고가 요구했던 피고에게 유리한 증거와 증언들은 모두 배제되었다는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증언을 하겠다는 결정적인 증인을 부르지도 않고 그 과정에서 통역을 부르지도 않고 학교에서 해임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CCTV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거짓말도 확인하지 않고 피고의 결백과 그녀들의 무고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나 사실들은 모두 배제되었습니다. 피고가 한국인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외국인인 한국인 교수가 생소한 법률용어를 성평회 조사 과정에서 그렇게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성평회에서는 자기들의 일방적인 선입견으로 피고를 공격하는 것에만 치중하였고, 그 법적 과정이나 정의는 완전히 무시하였기 때문에 성평회의 조사 내용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도 없고 신뢰할 수 없습니다. 특히 외교대학교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행정절차들은 법리적으로도 과정상의 심각한 오류가 발견되어 불합리한 것이 하나둘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녀와 B녀의 증언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그저 고소인 당사자인 피해자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는 결코 법률적으로 보강 증거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특히 A녀의 증언은 검찰 측에서 기소한 105년(2017년) 3월부터 시작해서 5월 말까지의 성희롱 행위라고 적시한 부분에 대해 제대로 된 증거를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증거를 제출된 해당 기간 동안 피고와 A녀가 나눈 LINE 대화 기록과 피고가 그간 정리했던 그녀의 언행들이 담긴 분석 자료들을 종합하여 볼 때, 만약 A녀가 정말로 피고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면, 그리고 그 영향으로 심신이 모두 검찰 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면 이러한 말투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피고를 가벼이 여기는 말투를 계속 사용하면서 무서워했다는 모순되는 주장을 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심지어 5월 24일 매번 피고의 부인과 하던 언어교환을 하기 전에, 피고의 부인이 오지 않는다고 LINE상으로 피고가 사전 고지하며 수업을 쉬겠느냐고 정중하게 의사를 물어봤음에도 A녀는 꼭 가겠다고 하였고, 수업 전에 찾아가 피고와 피고의 자녀들과 식사까지 함께 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늦은 시간까지 자신이 둘만 나눌 이야기가 있다면서 피고의 자녀를 보내고 나서도 늦은 새벽까지 연구실에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모두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가 당연히 보였어야 할 정상적인 반응하고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행동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A녀의 고소와 그와 관련된 모든 진술은 신뢰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B녀의 부분도 살펴보자면 검찰관은 겨우 5월 18일에 있었던 행위 하나만 가지고 기소를 하려고 합니다만, B녀는 처음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는 3월에서부터 피고에게 부당한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가 제시한 B녀와의 LINE 대화 기록을 살펴보면, B녀는 예의도 갖추지 않고 피고에게 자신의 한국어 과제를 해달라고 요청을 하거나 주동적으로 피고에게 충고를 하는 등 가볍고 상당히 우호적인 관계를 알 수 있는 말투와 태도로 일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교수인 피고에게 ‘좀비 장군’이란 농담까지 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가장 어이가 없는 부분은, 6월 1일 B녀가 스스로 녹음하였다는 녹취록을 살펴보면, 피고가 B녀에 대해 어떠한 예의 없는 행동도 한 적이 없지 않으냐고 물었을 때, 그렇지 않아도 대답하였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B녀는 법정에 나와 증언을 하면서 감히 아무런 의사표현을 할 수 없었다는 식으로 증언을 하였지만, 만약 정말로 B녀가 피고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면 자신이 직접 녹음까지 준비해서 들어가 놓고서 그렇지 않다고 대답을 한단 말입니까? 게다가 그것이 결정적인 증거라며 자신이 직접 제출하였습니다. 만약 피고에 의해서 녹음된 것이라면 감히 그럴 수 없었다는 거짓말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손 치더라도 자신이 증거를 만들겠다고 녹음을 하는 상황에서 피고의 직접적인 질문에조차 주저하면서 ‘그런 언행을 한 적이 없다.’라고 대답을 한 상황이라면 이건 검찰 측이 기소장에 제시한 기소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고는 검찰관이 기소한 내용의 범죄사실에는 하나도 부합하는 것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마땅히 무죄가 선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 그것과는 별도로 피고는 한국의 유명한 일류대학 출신 교수로 어렵게 외교대학교에서 초빙해온 인재입니다. 게다가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자신의 자식과도 같이 생각한다고 하는 열성적인 교수이기도 합니다. 만에 하나 그러한 열정에서 신체접촉이 다소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성희롱의 고의와는 아무런 의도성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 이외에 오늘 새로 발언된 사안에 관해서는 따로 변론서에 첨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여자 판사가 짜증스럽다는 표정에서 온화한 표정으로 야누스처럼 얼굴을 바꾸며 나이 든 여자 검사에게 물었다.
“피고에게 어떤 구형을 하시겠습니까?”
여자 검사가 종이를 탁자에 탁 던지듯 놓으며 말했다.
“A녀와 B녀의 최종 의견을 참작해서 양형을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박 교수가 시키는 대로 일어나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무죄를 희망합니다.”
장 변호사가 다시 일어나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무죄를 선고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여자 판사가 방청석에 앉아 있던 주영희의 변호사에게까지 의견을 물었다.
“우리가 간단하게 진술하기 위해 적어온 내용을 읽겠습니다. 일단 검찰관이 관련된 증거자료들을 모두 협조하여 다 인정해준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우리가 살펴보건대 한국어학과의 학생들이 피고인 박 교수를 해임해야 한다고 연판장에 사인을 한 것이 무려 202명입니다. 그 내용에는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에 교수로서 적당한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지배적입니다. 이것과는 별개로 또 우리가 박 교수가 수업 중에 표현했다는 내용들에 대해서 알아본 결과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피고가 타이완 학생들에게 신체접촉이 자연스럽지 못하냐고 물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대해 당시 학생들이 모두 그렇다라고 대답하였고 피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완 문화와 한국문화가 같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감히 타이완을 무시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렇게 피고는 강의 시간마다 학생들의 머리와 어깨와 등, 특히 브래지어 부분을 만져댔고, 또 다른 학생은 자신이 외교대학에 입학한 이래로 자신의 몸을 가장 많이 접촉했던 교수라고까지 표현을 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피고가 학생들을 자신의 자녀와 같이 보았다는 말을 피고 측 변호인이 자꾸 들먹이는데 그건 그저 그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는 것이 그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방금 검찰관이 피고에게 심문할 때도 확인하셨지만, 피고는 106년 4월 19일에 LINE의 대화 내용을 너무 버릇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없애는 행위를 하였습니다. 우리는 본 사건에 대해 교수가 학생에게 행한 심각한 성희롱 범죄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교수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학생들을 억압할 수 있는 관계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거부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하물며 피고는 A녀와 B녀의 전공수업과 교양수업까지 담당하는 교수입니다. 엄청난 권력을 쥐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고 심지어 유능한 일류대학교 교수 출신이었기 때문에 한국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교수로서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감히 화를 낼 수도 없었고, 뭐라고 감히 말을 할 수도 없었던 것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피고가 정말로 학생들에게 열심이었던 교수라고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는 이유로 피고가 한 성희롱 행위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피고에게 법원에서 줄 수 있는 최고 중형을 내려주시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이건 마지막으로 두 여학생이 반드시 피고에게 읽어달라고 하여 작성한 편지입니다. 길지 않은 내용이니 여기에서 읽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기 바랍니다.”
여자 판사는 마치 뭔가 대단한 증거를 들은 사람처럼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읽어보세요.”
주영희의 변호사는 그 편지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교수님에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어 도저히 직접 물어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렇게 편지로라도 저희들의 의견과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에서는 자신이 하지도 않은 억울한 일로 무고를 당했을 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서 자살을 하는 기개를 보이며 자신의 목숨을 끊는다고 하는데, 왜 교수님은 그렇게 결백하다면서 자살로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시지 않는 것인지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그리고 만약 성희롱에 대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실이라면 한국인의 기개와 체면 때문이라도 벌써 죽음으로서 사죄했어야 하는데 왜 그런 모습을 보여주시지 않는 것인지요? 지금이라도 둘 중 하나의 입장을 명확하게 표명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저희들의 간곡한 의견을 전달하는 바입니다. 무엇보다 저희들이 이 일이 발생하고 나서 너무도 힘겨운 하루하루는 보냈는데 벌써 1년이 지나도록 교수님의 결단과 행동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어 이렇게 편지로 의문을 전달하는 바입니다.”
“하아~”
어이가 없다 못해 박 교수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눈이 마주친 장 변호사는 어깨를 으쓱 들어 보이며 상관할 것 없지 않냐는 말을 했지만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인 듯했다. 혼잣말로 ‘정도껏 해야지, 너무 나갔네.’라고 구시렁거렸다.
여자 판사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뭐가 문제냐는 듯이 다시 박 교수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피고, 무슨 할 말 있습니까?”
박 교수가 혹시나 장 변호사에게 최후변론이라고 할만한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려고 안 주머니에 넣고 온 최후 변론 초고를 안주머니에서 꺼내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