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이 터지고, 벌써 1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습니다. 나는 18개월 동안 창살 없는 감옥에서 살아왔습니다. 중국어를 하나도 하지 못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 훨씬 적은 월급을 감수하면서도 대만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노력해서 보람 있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온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이런 누명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아이가 있는 저에게 집요하게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여학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대하는 행동과 똑같은 것을 보고 복수를 결심하고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24살이나 먹은 명문대학교 여대생이 교수의 강요에 의해 사랑을 고백했다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의 동료 교수들이나 성평회 위원들이 이 허술한 거짓말을 밝혀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소한 경찰이나 검찰에서 이 모순투성이의 거짓말을 밝혀낼 것이라고 대만의 상식을 가진 이들을 믿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의 입법위원은 제대로 된 증거도 하나 없이 무책임하게 기자회견을 열었고, 대학 성평회에서는 진술서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성희롱이 있었다는 여학생의 거짓말이 드러날까 봐 조사과정에서 슬그머니 빼버리고, 저에게 그 진술서를 재판이 시작될 때까지 감췄습니다. 최소한 양심을 가진 검찰관이라면, 최초 진술서에 나온 그 내용을 검증했어야 했지만 검찰관은 별도의 증거도 제출받지 않고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기소를 결정했습니다.
지금 저는 법관 말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주변에서는 여자 법관이기 때문에 같은 여성으로서 감정적으로 동요되어 여학생을 옹호할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9개 월간 법관을 보면서 최소한 명백한 거짓말의 증거를 무시하면서까지 그녀들의 거짓말을 옹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희롱의 증거라면서 자신이 제출한 녹취 내용에 ‘내가 너희들에게 성희롱을 한 적이 있느냐?’라고 까지 직접 묻는 질문에 자신이 녹취하면서 대답을 주저한 B녀의 태도는 이미 진실이 무엇인지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A녀는 증인 심문 과정에서 자신이 작성한 진술서가 모두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성희롱이 있었던 정황이 페이스북에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영상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만약 A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일부러 성평회에서 피해사실을 저에게 고지해줄 때, 그 사실을 감출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B녀가 106년 6월 1일 자신이 일부러 녹음하면서 결정적인 성희롱의 증거가 있다면서 제출한 증거에는, 제가 여학생들을 성희롱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B녀의 행동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A녀는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비밀을 알려준다면서, ‘자신이 성폭행 사건을 당한 적이 있었고, 우울증 약을 장기간 먹었었으며,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까지 말한 사실이 있습니다. 어떤 정상적인 여자도 자신이 성폭행을 당한 사건을 장기간 성희롱을 한 남자에게 고백하지는 않습니다. 그녀는 저에게 자신이 눈물 연기로 사람을 조종하는 기술을 완성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믿지 않았지만 지금 그녀는 말도 안 되는 거짓 눈물 연기로 주변 친구들은 물론이고, 법관까지 속일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현명한 법관은 이런 얄팍한 연기에 속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 정도가 되면 미국, 일본, 한국 등의 선진국의 법정에서는 기소를 취하하고, 거짓 증언을 한 이들을 무고와 위증죄로 기소한다고 법률 전문가에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 앞에 앉아 있는 검찰관은 결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저의 한국 지인 들 중에서는 꽤 유명한 소설가나 드라마 작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일어난 이 사건의 모든 전모를 녹음하고 하나하나 모두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들은 3권짜리 논픽션 소설로 곧 출간을 부탁할 예정입니다. 당연히 이 말도 안되는 기가 막힌 이야기들은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입니다.
그렇게까지 하려고 마음 먹게 된 이유는, 내 가족 때문입니다. 아빠를 믿고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참고 견디며 나에게 힘이 되어준 가족들에게 반드시 정의는 이긴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소설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이 드라마의 결말을 ‘정의’의 이름으로 판단해주시기 바랍니다.”
박 교수가 준비한 내용은 더 되었었지만, 속에 뜨거운 것이 울컥하고 올라오며 그의 눈앞의 글씨들이 멍울멍울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내용들을 그대로 말하며 짧게 최후 변론을 마쳤다. 눈물을 닦으며 앉는 그를 보며 여자 판사가 피식하며 소리를 내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일부러 소리를 내어 알아차리게 하고 싶은 듯했다.
“자아, 재판을 종결합니다. 판결은 12월 25일에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판결일까지 크리스마스로 정해지며 사건이 벌어지고서도 한 해를 넘기고 다시 한 해를 꽉 채우겠다는 여자 판사의 말과 함께 박 교수는 장 변호사와 함께 법정을 빠져나왔다.
겨우 지친 얼굴로 돌아온 박 교수에게 아내가 한국의 국회의원 외통위 위원장실로 외교부에서 답변을 보냈다며 답변서를 이메일로 출력해놓았다며 보여주었다.
박 교수는 붉은색 펜으로 메모를 하며 차근히 문서를 읽어 내려갔다.
1. 사건 개요
2017.6월 초 대만 국립 외교대학에서 우리 국민 前교수(박◯◯, 이하 ‘민원인’)의 동 대학 여학생들에 대한 성추행 혐의 사건 발생
o 외교대는 성별평등교육위원회(이하 ‘성평위’)(외부인사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구성하여 조사 실시
※ 외교대 학생 202명이 해당 국민의 처벌을 촉구하며 연판장(‘連署’) 서명
굳이 색깔을 넣어 고딕으로 이 내용은 왜 넣었을까?
대학교 정문에서 주영희가 기획해서 악녀가 꼬신 남자애들이 감히 한국인 교수가 그런 일을 벌였다 이름만 서명해달라며 받은 연판장? 한국어학과 총인원이 140명도 안되는데 억지로 만들어낸 그것? 내 강의를 들었던 학생들이 채 60명도 안된다는 사실따위는 무시하고 부풀려 만들어냈다는 근거는 왜 안 쓰냔 말이다!!!
외교대는 △성평위 조사(6개월),15일!!
△성평위 판정(성추행 인정, 사안 엄중, 해임조치 건의),
△인사위 개최(2017.12.6. 해당 국민 해임 조치)
o 민원인은 해임 이후, 학교 측에 재심의(申復)와 신소(申訴)를 신청
- 학교 측은 재심의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2018.1.22.)
- 신소 신청에 대해서도 ‘기각’ 결정(2018.4.19.)
왜 기각했는지 절차상 문제 있다고 항의한 부분은 언급도 없음.
※ 외교대 측의 성평위 성격, 해임 결정 판단 근거 등에 대한 설명 요지
- (성평위 성격) 외부인사 포함 독립적인 위원회로서, 동 성평위의 판단에 대해서는, 총장이나 외부기관(교육부 등)의 개입 불가부총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성평회 위원 자체가 그 대학 교수들과 페미니즘 강사였는데도??
- (외교대의 판단 근거) 피해자 진술과 자료뿐만 아니라 해당 국민 진술과 제출
자료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토론을 통해 최종 결론 도출
- (해당 교수 소명 기회) 성평위 및 각 단계별 인사위원회(한국어학과, 외국어 단과대, 대학 전체)에 직접 참석하여 충분한 소명 기회 부여
결정 과정상 행정적 결함이 있었다고 대표부에 알려도 무시했음
o 외교대측은 해임 결정 및 계약서에 근거, 후속 행정조치(급여 중단, 연구실 및 숙소 퇴거 등)를 취함.
외교대 여학생 2명(민원인 제자)이 2017.6월 말 경찰에 고소하여, 대만 검찰서가 민원인에 대해 △출국금지(2017.9월), △기소 및 법원 이송(2017.10월) 조치하였고, 현재 타이베이 지방법원 1심 재판 진행中
o 민원인은 현재 출국금지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며, 사설 선임 변호사를 통해 재판 준비 등 대응中
※ 재판 현황 : 1차(2018.3.6.), 2차(2018.4.10.), 3차(2018.5.15.) 중략... 최종 2018. 11. 27 종결 예정
※ 대만 검찰 측의 기소 조치(2017.10월) 이후 대만·국내 언론이 사건 보도
2. 민원인의 주요 요청사항
외교대 절차 관련,
△“대한민국 외교부 명의”로 정식 항의 제기,
△성평위 재구성·재조사 요구,
△당관 명의 공문(“학교 측 불공정 조사 항의 및 재조사 요청” 내용)의 외교대 총장 앞 발송 등 무리한 요구 계속 제기
o 대표부는 외교대에 공문 발송(2017.6.29.) 사실을 설명하고, 그 외 사항(정부차원의 항의, 재조사 요구 등)은 성추행 사건의 특성상 당사자 본인이 취해야 함을 일관되게 설명본인이 해도 법령 절차 모두 무시하니까 대한민국 외교부에 도움을 청하지!!
성추행 사건에 대한 대만인 주某 씨(舊언론인), 천(陳) 입법위원의 기자 회견에 대해 대표부 명의 정식 항의 요구
o 대표부는 △성추행 피해 주장 여학생 존재,
존재만으로 뭐가 불가능하다는 건데??
△주某 씨의 민간인 신분 및 당시 민원인과 맞고소 상황,
△입법위원의 행위 성격(정치적 자유)
등을 고려할 때, 항의조치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설명
3. 주타이베이 대표부 영사 조력 현황
대표부는 △외교대 및 경찰, 검찰서, 교육부 등에 공정한 처리 요청, △협조 요청 공문 발송, 언제 누가 도대체 어떤 내용으로??△민원인에 대해 각종 조언(변호사 선임 및 법적 검토 중요 등) 제공 등 다각도의 영사 지원 조치 우리는 못 도와주니 빨리 변호사를 사야 됩니다, 가 조언이냐??
o 외교대 및 유관기관을 접촉하면서 지득한 당지 법·제도(외교대 재심의 절차, 교육부의 교사 소원 제도 등)를 파악, 민원인에게 제공
우리는 못 도와주니까 직접 항의하세요, 하며 안내한 거??
대표부는 외교대에 해당 국민의 민원을 참작(參酌)하여 처리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 발송(2017.6.29.) 언제 누가 도대체 어떤 내용으로??
o 대표부는 외교대측으로부터 회신 공문을 접수하였고, 관계자 접촉 시마다, 해당 국민의 불이익 최소화 및 선처 요청
부대표라는 놈이 말한 개인적으로 이야기했다는 학과장 놈을 말하나?? 그게 공식 조치냐???
- 조사 결과 보고서는 12만 자 분량이며, 성추행 인정으로 결론 내림
관할 경찰서에 공정한 조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2017.6.30.) 및 담당자 접촉하여 공정한 수사 요청경찰서 조사가 29일이었는데 다음날 공문을 보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구!!!
o 검찰서 수사 담당(서기관) 수차례 접촉, 공정한 조사 요청(2017.6월 말)
그래서 정식 절차 무시하고 기습 기소가 된 것에 절차상 항의도 안 하냐??? 아무리 외통위원장실에서 확인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수차례나 접촉했다는 거짓말을 어떻게 쓰냐구!!!
※ 대표부의 재판 방청 신청에 대해 재판부는 안건의 성격(‘성추행 사건’,privacy 등)을 감안하여 불허 통보방청이 아니면 최소한 재판 과정을 체크하는 유선 연락이라도 취해야지..
o 민원인에게 선임 변호사와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조언하고, 선임 변호사에게는 최선의 법률자문을 해 줄 것을 요청 이런 개소리가 공문에 들어가는 게 맞긴 한 건가? 내가 산 변호인에게 지들이 최선을 다하라고 이야기했다는 게 도움이냐??
민원인의 법원 제출 자료(민원인과 여학생 간 한국 네이버 Line 대화 기록)에 대한 번역 공증 신청을 접수하여 당일 발급 조치
15일이나 안 해주다가 직접 쳐들어가 난리 쳤더니 내주고 당일 발급??? 법원에 자기네는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는 문건이라고 공문까지 긴급히 보내 놓은 건 왜 빼냐???
4. 향후 계획
대표부는 민원인이 피고인으로서 대만 사법당국의 출국금지 상태 하에서 계속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하여, 지원 가능한 영사 조력 방안을 강구해 나갈 계획임.너희들이 말하는 영사 조력 방안이 뭔지 구체적으로 알려줘!!!
끝.
“이 미친 새끼들! 공문에 대놓고 거짓말까지 해?”
박 교수는 읽고 있던 종이를 발기발기 찢어서 던져버렸다.
이 메일 마지막에, 외통위 위원장실의 비서관의 의견이 짧게 달려 있었다.
- 외교부에서 이런 식으로 발뺌을 하고 있고 심지어 위원장님에게 교수님과 개인적인 관계가 있냐며 압박까지 하고 있어 위원장님이 이쯤에서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