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사는 악녀 - 84

청부살인, 그리고 판결문 분석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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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검무적: 물론 그쪽이 워낙 지저분한 바닥이고 어중이떠중이 굴러다니는 바닥이라 어느 정도까지 신뢰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자네도 지금 시먼딩에 산다 하니 타이완이 얼마나 마약 소굴인지는 알고 있지?


박 교수 : 네. 딸아이가 학교 교과서에도 마약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걸 보면, 굉장히 일반화되어 서민들에게 퍼져있는 듯합니다. 선거에 나오는 이들이 동네에서 마약을 추방하겠다는 글을 보고서 한국과는 상황이 많이 다를 정도로 보편화되었구나 정도로 이해하였습니다.


발검무적: 자네도 잘 알다시피, 중국 본토에서는 마약은 사형이네. 아주 엄하게 공산당에서 통제를 하지. 그런데 왜 중국의 전통이니 뭐니 하면서 그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지 이해가 가던가?


박 교수 : 정치권의 이익과 결탁이 되어 있는 것입니까?


발검무적: 그렇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타이완의 땅에서 버젓이 마약이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은 타이완의 국민들도 알 정도로 일반적인 사실이지. 캄보디아나 다른 동남아들과 다르게 그들은 확실하게 잘 통제되어 있거든. 정치권과의 연계와 비호가 아니고서는 그렇게 버젓이 유통될 수 없는 구조이니 말이야.


박 교수 :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왕사장이라는 자가 그 조직의 우두머리라면 제 사건에 관심을 가질 하등의 이유가...


발검무적: 지금 일일이 모두 설명할 수 없지만, 그들은 그런 이유로 돈세탁을 해야 하는데 그 루트로 한류나 한국의 게임 산업 등등 돈이 되는 사업들이 타이완을 교두보로 삼아주는 것이 아주 고마운 일이거든.


박 교수 : 아, 그렇군요. 그런데...


발검무적: 그러다 보니, 그 왕사장이라는 자의 아내는 한류에 빠져 한국 아이돌이나 젊은 배우에 꽂혀서 거의 한국을 자기 집 안방 드나들 듯하고 왕 사장의 10대 딸들도 한국어로 기본적인 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더군. 그러니 그에게 한국은 그저 들어본, 놀러 가고 싶은 나라 정도에서 관심이 그치지는 않았나 보더군. 박 선생의 사건을 예의 주시했다는 거야. 그와 만났다는 녀석의 말에 의하면 말이지.


박 교수 : 관심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 있다는 거죠?


발검무적: 나도 전해 들은 것이니 그대로 전하자면, 성인 오락실의 타이완 전체 수익 관리와 마약 유통 등에 관련하면서 그 좁은 나라에 있자니 재미있는 일이 없던 중에 그런 호기심을 끌 만한 일은 여간해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왕 사장이 직접 그 사건의 흑막을 알아봤다면서 넌지시 묻더라는군.


박 교수 : 무엇에 대해서요?


발검무적: 박 선생이 아는 사람이냐고 떠보더니,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이라고 하니까, 그 사람이 억울한 건 잘 알겠는데, 지금대로라면 그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거라고, 여자애가 아주 지저분한 애이고 특히 뒤에서 조종하는 주영희나 입법위원도 뒤가 구린 것으로 유명한 이들이라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고.


박 교수 : 다 알아봤나 보군요, 흑막에 대해.


발검무적: 그렇지. 그런데, 슬쩍 물었다는 질문이 의미심장하더라는 거야. “내가 그 여자애를 대신 죽여줄까?”라고 하더라는군.


박 교수 : 네?


발검무적: 그쪽에서는 자신들에게 방해가 되거나 귀찮은 존재를 사고사를 위장하여 죽이는 일이 워낙 비일비재하니까... 사람을 죽여도 관련된 경찰과 몇 마디 맞추면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덮을 수 있는 곳이니 말이야.


박 교수 : 그래서 뭐라 답했다고 합니까? 그 사람은?


발검무적: 당황했지. 자기가 직접적인 뭔가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사람을 죽여주냐고 묻는 말을 술 마시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고. 특히나 그가 그런 말을 농담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 것을 알면 더더욱 당황스러웠겠지. 그냥 놀라서 넘어가기는 했는데, 박 선생의 사건에 대해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물어보더라는 것만 보더라도 그에게도 단순한 호기심만 가는 사건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나는 들더군. 아직은 추론이지만 아마도 한국의 언론에서 관심을 갖고 현지에 취재를 오게 되면 자신이 관여한 한국 돈세탁 루트에도 시선이 갈 것을 우려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 자네는 어찌 생각하나?


박 교수 : 네?


발검무적: 물론 나도 그렇고 자네도 그렇고 청부살인을 할 정도로 그 악녀가 미운 것은 사실이나 그런 생각은 보통 정상적인 한국인이라면 하지 않지. 그렇지만, 지금 이런 지경에 왔고, 전혀 상관없는 이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생각해보지 못할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 하네만.


박 교수 : 선생님. 혼란스럽습니다. 저 역시 그 악녀를 잘근잘근 생으로 씹어먹어도 시원찮다고 치를 떨고 있기는 하지만, 그 아이를 죽여버린다고 해서 제 누명이 벗겨지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단순한 복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발검무적: 다행이네.


박 교수 : 네?


발검무적: 나는 자네가 행여라도 그렇게라도 울분을 풀고 싶다고 했으면 그렇게 부탁할 생각이었거든. 물론 자네에게 큰 실망을 하면서 말이야. 그래도 자네가 아직 악귀로 변하지 않고 자네를 꼭 쥐고 있어서 다행이야. 결코 자네를 테스트하려고 가벼이 던진 질문은 아니었으니 오해는 말게.


박 교수 : 선생님이 어떤 생각에서 저에게 말씀, 주시는지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발검무적: 그래. 일단 그런 사람도 있다니까. 그리고 그 사람을 통해서도 타이난의 그 악녀의 초등학교 때 있었던 사건과 타이중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자살했던 사건도 사실로 확인했다는 소식은 함께 받았네.


박 교수 : 그러면 정말로 고등학교 때도 교사를 음해해서 죽인 겁니까?


발검무적: 조금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살 인지도 정확하지 않다는 게 그들의 조사 결과였네. 함께 있었고, 옥상에서 떨어져 죽기는 했는데, 타살의 정황도 보였기 때문에 타살의 용의자로 그 악녀가 지목되기까지 했었는데, 학교이다 보니 일이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덮는다고 그냥 넘어갔다고 하더군.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더더욱 경악할 만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번에 박 선생에게 했던 행동이 이미 사전에 한 번 있었다는 점만 보더라도 그냥 간과할 만 일은 아닌 듯하네.


박 교수 : 항소에 그 사실을 증거로 제시하면 뒤집는데 소용이 있을까요?


발검무적: 일단 항소는 변호사를 통해서 바로 접수한 겐가?


박 교수 : 네. 재판은 그렇게 개판을 쳐놓고서는 항소는 바로 접수했다고 LINE으로 변호사에게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아마도 항소심에도 자신에게 또 맡기고 수임료 받아먹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나긴 했습니다.


발검무적: 일단 지금은 판결문을 분석하는 것이 급선무이니 그 같잖은 소설을 쓴 내용이 정확히 어떻게 기재되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지. 그리고 악녀의 고등학교 교사 자살 사건은 내 생각이긴 하지만, 명확하게 사건의 기록이 남아 있지도 않을뿐더러 지금 검찰과 1심 여자 판사가 그렇게까지 짜고 치는 고스톱을 했는데, 2심에서 그 옛날 기록을 핵심 증거로 채택해줄 확률은 희박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네. 방법을 아직 시간이 있으니 최대한 모색해보기로 하고, 판결문이 나오는 대로 카페에 파일을 업로드하면 나도 따로 분석하여 의견을 올리도록 하지.


박 교수 : 알겠습니다. 선생님. 여러모로 감사드리고 죄송하고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발검무적: 쓸데없는 소리. 괜한 의미 없는 잡념들로 스스로 괴롭히지 말고 늘 섭생에 유의하고 정신상태를 평온하고 냉정하게 유지하는 것, 잊지 말고. 가족들 잘 챙기고.

박 교수는, ‘감사합니다’라고 치려다가 울컥하고 안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와 얼른 화장실로 달려갔다. 다시 얼굴을 닦고 돌아와 마저 끄지 않았던 노트북을 덮으려고 하니 아내가 노트북을 끄고 덮고 있었다.

일주일을 꼬박 넘기고 해가 바뀌고 나서야 판결문이 법률사무소로 도착했다는 연락이 장 변호사에게 왔다. 파일의 형태로 바로 보냈으니 검토해보라는 간략한 메시지와 함께였다.

박 교수는 판결문 파일 바로 카페에 업로드하고 자신도 파일을 찬찬히 열었다.


판결문

타이완 타이베이 지방법원 형사판결

2017년도 ****호

고소인: 타이완 타이베이 지방검찰청 검사

피고: 박 00 한국 국적

송달 수신인: 장** 변호사

선임 변호인 유** 변호사, ** 변호사

위의 피고인은 성추행 방지법 안건을 위반하여 검사관에 의해서 기소 제기됨

본 법원의 판결은 다음과 같다.

주문

박 00은 성추행 방지법 제25조 제1항의 성추행죄, 총 8개 죄가 있고, 각각 유기징역 3월에 처하며, 벌금으로 환형 시에 하루에 대만 달러 천 원으로 환산한다. 1년 2개월의 징역이 집행되어야 하고, 벌금으로 환형 시에 하루에 대만 달러 천 원으로 환산한다. 또한 형의 집행이 끝나거나 석방 후에는 추방 조치된다.

사실


박 00은 여자 A와 여자 B와 사제관계이다. 어떻게 박 00이 성추행을 시도했는지는 첨부된 표에 그 시간과 장소가 명시되어 있고, 여자 A와 여자 B를 각각 따로 만나서, 여자 A와 여자 B가 항거불능의 때를 이용하여 표에 명시된 방식으로 여자 A와 여자 B에게 성추행을 했다. (자세한 성추행 시간, 장소, 방식은 모두 검찰이 기소장과 함께 첨부된 표에 명시됨.)

二 본 사건은 여자 A와 여자 B를 통해서 타이베이 시정부 경찰국 문산 제1분 국보 타이완 타이베이 지방법원 검찰서(현 타이완 타이베이 지방검찰서) 검사관에 의해 수사, 기소함.

이유

증거능력

一 피고 이외의 사람이 재판 과정 밖에서 말한 내용 혹은 서면 진술에 있어서, 법률에서 정한 자의 진술 이외에는, 증거로 삼을 수 없음이 형사소송법 제159조 제1항에 명시되어 있다. 피고 박 00과 그의 변호인이 본 법정의 준비과정에서 증인이자 고소인인 여자 A와 여자 B가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이 재판 과정 밖에서의 진술에 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면 이것은 증거능력이 없다. 증인 여자 A와 여자 B가 경찰 조사 시 한 진술은 피고에게 있어서 피고 이외의 사람이 재판 과정 밖에서 한 진술에 속하고, 변호인의 증거능력 부분에 반대의견을 표시에 근거, 형사 소송법 제159조의 1항에서 159조의 5항에서 정하는 예외적 증거로 삼는다는 내용에 부합하지 않음을 재차 확인했다. 같은 법 제159조 제1항의 규정에서 증인 여자 A와 여자 B가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은 모두 피고 범죄 사실의 증거로 인정될 수 없다.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이 증거 효력이 없다고 스스로 써?’

시작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판결문이라고 생각한 박 교수는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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