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사는 악녀 - 105

대한민국 공중파 고발 프로그램 피디를 만나다. 3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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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내 코가 석 자인데, 린 사모인지, 왕 회장인지를 소개할 입장도 아니고, 그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잘 아시는지 모르겠는지 몰라서 말씀드리는데, 타이완의 마약이 한국에 들어가고 그 루트를 통해돈세탁되는 과정이 지금 그 사건으로 붉어진 것이라면, 그것을 취재하겠다고 타이베이에 들어가는 순간, 공중파고 정부에서 나온 사람들이고 쥐도 새도 모르게 죽습니다. 타이완은 그런 곳입니다. 사고사를 가장하기도 하고, 실종시키기도 하고, 만약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되어 뭔가 터지는 것이 예상될 경우, 그 원천을 봉쇄하기 위해 취재진 정도 쥐도 새도 모르게 고기밥으로 만드는 거 하고도 남을 사람들입니다. 특종 보려고 하다가 황천길 가는 수가 있습니다.”

“네? 교수님이 그런 것까지 어떻게 다 아시죠?”

기자 팀장이 말을 더듬으며 흥분해서 물었다.

“그곳은 정상적인 우리나라같이 구조가 아니에요. 언론이라고 완장 달고 간다고 해서 쉬쉬하거나 도망 다니지 않는 곳이에요. 게다가 그렇게 큰 이익이 잘 감춰져 있던 것을 일부러 와서 들추고 쑤시고 다니면 기자가 그쪽 보스면 그냥 세상에 터지게 둘 것 같습니까?”

“그건 그렇긴 한데... 그래도...”

“잘 생각해보고 판단하세요. 본인의 목숨을 걸만한 특종인지도 잘 생각해보시구요. 타이베이에서 외국인 한 둘 실종한다고 안전을 경찰이 지켜주고 그런 정식 나라가 아니에요, 그곳은. 그들이 멋대로 할 수 있는 곳이라고요. 동남아, 그 자체예요. 치안이 되어 있는 우리나라 기대하고 카메라 하나 들고 가서 개죽음당하는 수가 있어요.”

“아니, 어떻게 그렇게....”

“제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으시다는 걸로 이해하면 되는 거죠?”


박 교수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그가 대답을 선뜻하지 못했다.


“그럼 끊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데스크를 통해 S사의 간판 고발 프로그램 피디와 연락을 하기로 했었던 것이 타이완에서 한국으로 들어오기 직전, 했던 약속이었다. 박 교수보다 한참 어린 같은 대학 후배라고 들었는데, 그는 그 방송으로 이름이 좀 알려지면서 여자 모델과 사귀면서 더 유명해지고, 최순실 사태로 재미를 보면서 머리에 폭탄 파마를 한 총수인지 뭔지 하는 녀석과 방송을 새로 만들고 했던 녀석이었다. 그에게 타이완을 떠나오기 전에 통화를 했을 때도 박 교수는 묘하게 기분이 불쾌했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박 교수님. <그것이 알고 싶나?> 의 배 피디라고 합니다. 너무 늦게 전화드렸지요? 제가 정신이 없었네요. 보내주신 자료는 저희 작가 통해서 진작에 공유했었는데요. 저희가 파업하던 중이어서요, 제가 그쪽에서 간부직을 맡고 있어서요. 일찍부터 연락을 드리려고 했는데 너무너무 죄송합니다.”

“아니, 늦게 연락이 온 건 그렇다 치더라도요. 전화받은 사무실의 작가라는 아가씨가 몇 번이나 마치 취재를 나올 것처럼 연락하고 확인하고 그렇게 그쪽에서 연락이 오고서도 사람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방송 만듭니까?”

“제가 지금 제작팀에서 배제되어 있어서요. 아마 후배 피디가 속한 팀에서 다뤄보려고 그랬었나 본데요. 죄송합니다. 저희가 원래 그렇게 하지 말라고 작가들한테 주의를 몇 번이나 주고 그러는데도....”

“제 사안에 대해 보셨다구요?”

“네. 살펴봤습니다. 사실 보내주셨을 때는 대강 훑어만 봤었는데, 이게 벌써 사건이 터진 지 좀 되었잖아요. 2017년이면, 2년 전이니까...”

“그래서요?”

“사실 2018년 초부터 한국이 미투다 뭐 다해서 정신이 없었잖아요? 그런데, 사실 저희 피디 중에는 여자가 없는데, 작가들이 거의 여자거든요.”

‘이게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박 교수가 한숨부터 나왔다.

“네. 여자 작가가 많으면 이런 무고 사건을 다루지 않나요?”

“사실 저희 그간의 방송을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미투 관련한 방송이나 여성 피해자 입장의 방송이 많은 것이, 아무래도 이쪽 고발 프로그램의 경우, 작가들이 사회적 참여 의식이 강한 편이거든요. 그런데 정작 이런 반대 무고 사건이나 미투에 반대되는 사건에 대해서 조금 작가들이 편견 같은 게 있어서요.”

“편견이요? 무슨 편견이요? 무슨 그 방송이 꼴페미 방송인가요?”

“그렇게까지 비난하는 분들도 사실 없진 않은데요. 반대 역풍이 되는 사례를 다루려고 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좀 강해서요. 그렇다고 뭐 그쪽을 완전히 배제한다 뭐 그런 정도는 아니지만, 저희 쪽 작가들에 대한 처우 문제랑 해서 뉴스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또 하나 터진 게 있어서 저희도 좀 정신이 없는 편이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하시고 싶은 얘기가 뭐죠?”

“제가 살펴봐도 심각하게 문제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제가 직접 지금 제작부서에 속해있는 것이 아니어서 타이완 사건에 관심이 있는 후배를 찾아서 소개를 시켜드려야 하는 입장이거든요.”

“지금 데스크한테 억지로 전화 한번 넣어보라고 해서 마지못해 전화 한 겁니까?”

“아니, 뭐 꼭 그렇게 날카롭게 반응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요. 이게 해외 로케는 또 여러 가지 비용면에서도 그렇고 저희들 입장에서 챙겨야 할 것들도 많고 해서 피디들이 잘 나가려고 하지 않는 부분도 있고... 그게... 그러니까...”

그게 정의를 표방한다면서 ‘그런데 말입니다.’를 떠들던 피디의 민낯이었다. 더 이상 그의 구차한 립서비스성 전화를 계속 받는 것이 구역질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박 교수의 머리를 스쳤을 때 배 피디가 먼저 분위기를 재빨리 읽고 통화를 갈무리했다.

“그러면 제가 좀 알아보고 관심이 있다는 후배가 있으면 이 번호로 교수님께 다시 연락을 드리라고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결국 그 프로그램의 방향은 살인 미제 사건을 추적하는 것으로 아예 확정되면서 점차 프로그램이 망가져갔고, 애국가 시청률대로 떨어져 갔다.


한국에 들어와서도 그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오히려 그 프로그램 피디들과 악어와 악어새 관계라고 자신을 소개한 수요 신문의 기자라는 이에게 연락이 왔다. 마침 한국공영방송의 가장 오래된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피디와 약속이 잡혀 여의도 본사에 가야 한다고 했더니 자신이 방송사 근처로 오겠다고까지 하면서 적극성을 띠며 연락을 해와 그러마하고 약속을 잡았다.

어차피 M본부의 피디는 판결문이 나오기 전까지 연락이 오지 않을 것이고 박 교수가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예정한 한 달 중에서 첫 주가 흘러가버리던 즈음이었다.

여의도의 공영방송사 한복판에서 만난 피디도 서울대 동문이었다. 그 역시 굉장히 여성적인 스타일이었다. 그는 사안에 대해 관련 서류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다가 박 교수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 여학생이 교수님을 좋아했다고 하셨잖아요? 지금 이 라인 대화만 보더라도 이건 한국어로 대화한 부분이 많아서 제가 보더라도 그렇기도 하거니와 사실 제가 중국어 전공이라 이게 번체자라서 잘 맞는지 모르겠지만 대강은 알아보거든요.”

“아, 그러세요? 그럼 더 잘 되었네요. 이 교육부 문건과 외교대학교 측에서 내민 문건들이 얼마나 황당한 거짓말인지도 잘 아시겠네요.”

“네. 그런데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게...”

“네. 편하게 물어보세요.”

“도대체 이렇게까지 야밤에 사랑고백을 하고 처음부터 아예 맞먹고 이렇게 말했던 애가 왜 갑자기 그렇게 눈이 돌아가서 그런 일을 벌인 걸까요? 그걸 저는 쉽게 이해하기가 그렇네요.”

“여기 제 의견서 중국어로도 적었지만, 제가 그 아이가 아니니 딱 이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 느낌은 그랬습니다. 일단 얘가 그 우리 집에서 했던 파티에 와서 집사람과 함께 자는 침대를 멍하니 쳐다보질 않나, 욕실을 이리저리 쑤시고 다니질 않나 그것도 이상했지만, 무엇보다 그날 처음 다른 여학생들과 함께 있으면서 제가 다른 여학생들에게도 똑같이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확 돌변한 태도를 보였다고 판단했습니다. 함께 있던 집사람도 그렇게 판단했구요.”

“흐음. 그런가요? 교수님 말씀처럼 워낙 라인의 대화들이 많이 자세히 있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건 너무 명확한데, 저희는 아무래도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인지라 뭔가 시청자 입장에서 시청자들이 궁금할만한 방향으로 제작을 갈 수밖에 없거든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뭐가 이상한 게 있나요? 문제 될 게 있나요?”


박 교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송피디라고 적힌 명함을 만지작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그게, 들으시면 서운할 수도 있으시겠지만, 지금 재판받고 있는 충남도지사 건이랑 비슷한 겁니다. 도지사의 부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불륜이지 성추행이 아니다, 라는 걸 대부분의 국민들이 모르지 않아요. 그런데 정작 시청자들이 그를 욕하고 그의 부인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뭐죠, 그 이유가?”

“결국 두 사람이 그런 관계로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짓을 했다는 거예요. 일종의 도지사의 도덕성에 대해 실망했다는 거죠.”

“도덕성에 실망한 것과 사실 좋아하고 따르다가 여자가 기분이 불쾌해져서 공격하면 그게 언제든 성추행이 된다는 의미인가요?”

“뭐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죠.”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게 맞다 손 치더라도 나는 지금 그 여자애랑 그런 관계가 아니었잖아요.”

“맞습니다. 교수님은 그런 관계가 아니라는 것도 객관적으로 이 대화들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요. 그런데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그걸 읽어내는 저나 교수님의 눈높이보다 낮습니다. 그들은 자극적인 정황만 보고 읽습니다. 예컨대, 심야 늦은 시간까지 왜 교수님 연구실에 20대 초반의 여학생과 단둘이 있었느냐라던가...”

“그건 이 여학생이 지가 스스로 남은...”


박 교수가 흥분해서 언성이 높아지려 하자 송 피디가 손으로 박 교수를 제지하는 포즈를 취하며 말을 이었다.


“압니다. 그런데 그런 포인트입니다. 시청자들은 교수님이나 저처럼 그렇게 논리적인 흐름으로 이 사건을 읽지 못한다는 겁니다. 아마도 제가 보기엔 그쪽의 지금 이 대만 친일파, 그러니까, 이름이...”

“주영희요.”

“네. 이 주영희라는 작자가 언론인이라고 하더니, 아무리 기레기 짓을 했어도 사람들을 선동하는 방식을 읽고서 이런 일을 꾸몄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낮지만 그만큼 미디어 해독 능력이 떨어지는 동남아 후진국이라면 충분히 이런 선동이 먹힐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송피디님은 이 사건에 대해 취재할 의향이 없으신 건가요?”

“으음.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오시면... 으음. 아직 확정적이라고는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저도 곧 방송을 준비해야 하는데, 해외 로케를 나가서 하는 것보다 국내가 편한 부분도 있어서 조금 주저하게 되긴 하네요.”

“그러면 이번 주에 방송했다던가해서 여유가 좀 있는 피디들과 자료를 공유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아, 물론입니다. 사실 제가 시간적 여유가 좀 있었다면 해외 로케를 계획하는 것도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긴 했을 텐데, 이건 한 3박 4일 정도 현지에 가서 찍고 온다고 하더라도 그쪽에서 당연히 협조적이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시간이 늘어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 빡빡한 상황이거든요.”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제 타이완을 까는 것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 아니라 외교부의 재외국민 보호가 개판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췄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봤는데요.”

“그 점도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외교부에서 재외공관 성추행 외교관서부터 자기네 문제 때문에도 워낙 얻어터지고 있어서 지금 이 방향으로 때리는 것이 효과적인가에 대한 부분도 저희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거든요.”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자꾸 부정적인 말씀만 드려서. 사실 너무 억울하실 것 같고, 무엇보다 도대체 어떤 정신으로 실형까지 나왔는지 제가 보더라도 너무 티가 나게 엉망으로 사법체계가 돌아간 것 같은데... 한국 외교부에서는 왜 그렇게 굴었는지도 이해가 안 가는 게 한둘이 아니긴 합니다.”

“그렇게 말씀이라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이제 2주 후면 다시 들어가거든요.”

“아니, 그게, 어떻게 형사 재판 중에 출국금지까지 풀고 뒷문을 여는 짓까지 한답니까?”

“그러게요.”


그렇게 박 교수는 공영방송의 고발 프로그램 피디와도 더 진전된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밖의 카페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수요 신문의 기자에게 달려갔다.


“안녕하세요. 오래 기다리셨나요?”

“아, 박 교수님? 아닙니다. 여기서 이전 취재 내용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뭐 마시셔야죠?”

“네. 저는 커피만 아니면 됩니다.”

“네. 주문하고 오겠습니다.”


수박 주스를 들고 온 이제 갓 30대 중반 정도나 되었을까 싶은 젊은 외모였다.


“보내주신 자료 잘 받아보았습니다. 특히 보내주신 녹취내용에 관심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그 승진해서 지금 일본 총영사관에 나간 당시 타이베이 대표부 부대표라는 작자요. 저는 외교부를 좀 까고 싶어서요. 이건 좀 심하더라구요.”

박 교수는 그의 첫마디에 다시 눈이 반짝였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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