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사는 악녀 - 107

대한민국 공중파 고발 프로그램 피디를 만나다. 5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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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지 않아도 그거 말씀부터 드려야겠네요.”

“어떻게 그쪽이랑은 접촉을 해봤어요?”


박 교수가 먼저 급하게 따지듯 물었다.


“교수님이 그쪽 홈페이지를 통해서 두 번이나 내용을 넣으셨다고 하더라구요.”

“맞아요. 보긴 봤나 보네요.”


박 교수는 한국으로 이번에 들어오는 비행기표를 끊으면서 바로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항의하는 내용으로 그쪽 연락처를 통해 의견을 남겼다.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고, 연락도 없어 한국에 들어와서 다시 한번 의견을 조금 더 강하게 남기면서 만약에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 무고를 감행하고 그것도 그 나라의 국회의원이 나서서 그런 혐한 행위를 선동한 것에 대해 언론에 알리고 공론화하겠다는 의견을 보낸 상태였다.


“그쪽에서도 굉장히 곤욕스러워합니다.”

“그렇겠지요. 그런데 곤욕스럽다면서 연락은 나에게 안 하네요?”

“연락을 드릴 수가 없지요. 사실 여기 나온 대표나 여기 대표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그저 한국어 할 수 있는 연락책 그 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닌 상태예요. 저희도 사실 몇 번 만나보면 중국 대사관 파워가 워낙 쎄니까 얘네는 제대로 기도 못 펴고 여기저기 눈치보기가 바빠요.”

“그래서요?”


조금 어이가 없긴 했지만, 그래도 뭐라고 하는지는 끝까지 들어보고 역정을 내던가 해야 한다고 박 교수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자기네들에 대한 한국에서 부정적인 보도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며칠 동안 저희들에게 연락해와서 끙끙 앓아요. 그렇다고 대놓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교수님도 아시겠지만 교수님이 부임하시던 2017년 2월에도 택시 운전수가 여대생들에게 약 탄 요구르트 먹이고 강간하는 사건이 일어나서 얼마나 이 사람들이 며칠이나 끙끙 앓았는지... 저희들에게 와서 사정사정하듯 매달리거든요.”

“결론만 말합시다. 그렇게 하는 것들이 지금 지네 나라에서 나에게 했던 짓은 전혀 표리 부동한 혐한 선동이었는데, 지금 한국에 나와 있는 애들이 죽는소리 하는 게, 대한민국 국민을 지네 나라안에서 짓밟아도 괜찮다는 건가요?”

“그, 그거야 아니죠. 그런데 이 사람들이 힘이 없대요. 지금 1심 판결까지 나온 상황인데 그게 혐한 정서를 가지고 잘못 끌고 온 거라는 보도가 저희 신문을 타고 나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벌써부터 한국 관광객에 영향을 끼칠 테고 얼마나 안 좋은 파급으로 미칠지도 모르는데요.”

“그러니까 수습을 하라고 메시지를 그쪽에 먼저 보낸 거 아닙니까?”

“하아, 저도 중간에서 좀 곤란하기는 한데요. 일단 교수님께는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드려야 하는 게, 저도 팀장이지만 데스크도 그렇고 타이완에 대해서 우리나라가 그렇게 관심이 없어요. 아시는 것처럼 그래서 타이완에는 어느 매체에서도 특파원도 보내지 않는 나라급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냥 덮겠다는 건가요?”

“제가 사실 걱정하는 것은, 교수님의 문제가 언론을 본격적으로 타게 되면 교수님의 신상정보도 공개될 테고 이제까지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다 교수님에 대한 신상이라던가 가족분들에 대한 신상을 알게 될 것이고, 그러면 진상규명과는 상관없이 한국에서 지내시기에 아주 곤란해지고 가족들도 당하지 않아야 할 고초를 겪으실 수도 있구요.”

“이제까지 당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그런 결의도 없이 지금 공중파 고발 프로그램 피디들을 만나러 다닌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게 지금 생각하시는 것은 화도 나시고 이제까지 치이셔서 그러시는 것 같긴 한데, 조금만 평정심을 되찾으셔서 생각해보시면요. 차라리 지금 그냥 들어오셔서 다시 재출발하시는 것이 어떨까 저는 조심스럽게 권해드리고 싶어요.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지만, 사람들은 결국 2년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아무런 기억도 없어요.”

“그건 정기자의 생각이고요. 나는 대학교수예요. 만약 이런 식으로 들어오게 되면, 결국 나는 어느 대학에도 안착할 수가 없어요. 그건 알고 하는 얘기예요?”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도저히 그쪽 신문 데스크에서는 외교부 쪽도 그렇고 다른 나라에서 이런 꼴을 당하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사실을 알리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나 보죠?”

“그렇게 감정적으로 응대하실 것이 아니고요.”

“아니, 사실이 그렇잖아요. 정 기자가 만약 나처럼 이런 꼴을 당했다고 하면 정 기자는 그냥 적당히 2년 버리고 이런 무책임한 결과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처럼 두고 재출발이라는 게 가능하겠어요?”

“저에게 그렇게 물어오시면 제가...”

“후우! 결론은 그쪽 신문에서는 취재할 수 없다는 거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교수님에게 힘이 되어드릴 수가 없어서...”

“뭔가 나를 변호해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원래 신문에서 다뤄야 할 문제를 다뤄달라고 제보한 것뿐인데도 그것이 안된다면 더 할 말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모쪼록 기운 내시고 다시 잘 생각해보셔서....”


끝까지 듣기도 거북해서 박 교수는 중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문득 박교수는, 그들 신문사가 멀쩡한 여자 배우의 죽음을 이상하게 몰고 간 것으로 유명한 곳임을 잠시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들어온 지가 2주 차가 지나갈 무렵, M본부의 박 피디에게서 연락이 드디어 왔다. 카페에서 다시 만나 앉은 상황은 이전과 같지 않았다.


“아까 전화로 하신 말씀은, 정확히 어떤 의미이신 건지?”


박 교수가 곤란해하는 박 피디의 얼굴을 보며 통화에서 했던 이야기를 되물었다.


“판결문에 나온 이 내용 때문인데요. 이 가족과 온천에 가셨었다는 그 상황에서 라인으로 통화를 한 것 같은데... 작가들이 보기에는 이 부분이 조금 그렇다고 본 거예요.”

“이 내용이 왜요?”

“물론 교수님 입장에서는 억울하실 수 있으시겠지만, 이 여자애가 아주 지능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어요. 교수님이 뭔가 계속 추궁을 하고 압박하는 것 같이 연출을 하면서 자기는 교수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한 건 맞는데, 마음이 바뀐 것인지 압박에 의해 그렇기 이야기했다는 식으로 끌고 가는 것이.... 물론 저는 개인적으로 행간을 읽었고, 이 아이는 분명히 자기가 고백한 게 맞다는 확신을 이 대화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라는 거죠? 작가들은 그렇게 읽히지 않았다는 건가요?”

“그건 아니구요. 후우! 어떻게 설명을 드려야 하나. 저희 팀에서는 일단 교수님이 덫에 걸려서 아주 안 좋은 꼴을 당한 것도 맞고 사실관계나 증거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몇 시간에 걸쳐서 전화하고 직접 찾아뵙고 이렇게 만나 뵈었었던 거구요.”

“네. 그건 잘 압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저희처럼 프로가 보기에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모든 면에서 봐도 이게 확실하게 문제가 있었구나,라고 보여야 하는데, 이 온천 라인 통화는 자칫 교수님이 그런 오해를 받을만한 일을 했구나, 정도에서부터 뭔가 있는데, 라는 쓸데없는 공격을 받을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희 방송의 특성상 이게 논란으로 흐르게 되면 곤란하거든요.”

“명확하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 통화가 전체 통화가 아니고 보셔서 아시겠지만, 앞뒤를 자르고 이상하게 들리는 부분만 편집한 거 아닙니까?”


박 교수가 답답한 듯 찬물을 들이키며 의자에 털썩 몸을 기댔다.


“속상하시고 답답하신 거 압니다. 그런데 이런 케이스를 많이 다뤄본 저희들 입장에서는 대략 어떻게 방송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면 반응이 어떻게 어떤 식의 반대 여론이 치고 들어올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그건 저도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아시겠지만, 저희가 방송을 만드는 것은, 사람을 돕는 목적보다는 방송으로 뭔가를 알리는 것이고 그 작업을 하면서 억울한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수준인 것인데, 지금 입장에서는 교수님에 대한 논란만 괜히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저희 팀의 결론입니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래도 박 피디님에게 가장 큰 기대를 걸었는데...”

“다른 방송국이나 신문사에서는 아직 반응이 없나요?”

“네. 아직 어디에서도 다루겠다는 말은 없어서요.”

“혹시 J사는 접촉해보셨나요?”

“네? J 사요?”

“네. 미투 때도 물론 사장이 진행하는 뉴스에서 대놓고 터트려서 그렇기는 했지만, 그쪽에서 뉴스 보도도 그렇고 고발 프로그램도 모양새는 갖추고 진행하고 있어서요. 창피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법 시청률도 저희 쪽보다 높은 편이구요.”

“아, 알겠습니다. 그쪽에도 한 번 연락을 해볼게요.”

“죄송합니다. 정말 억울하시고, 이게 너무 빤한 일을 그쪽에서 혐한으로 밀어붙인 케이스라는 것은 알겠는데, 저희 팀에서는 방송으로 다룰 상황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와버려서....”

“아닙니다. 판결문까지 전문 번역 맡기기도 나름 신중하게 생각하신 것이니 어쩔 수 없지요.”


말을 그렇게 하고 헤어졌지만, 이제 1주일 여 남은 시간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갑갑해져 왔다. 한 달 정도면 방송사나 신문사를 모두 만나서 설득하게 되면 최소한 한 군데 정도라도 타이완에 함께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은 모두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다. 마음이 다급해져 왔다. 일단 아까 박 피디가 언급했던 J사에 이메일을 바로 보냈고, 공영방송사의 피디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이 확실시되면서 확인 전화도 할 겸 뉴스 보도부에 제보의 방식으로 사회부에 연락을 넣었다.


J사에 이메일을 넣은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이메일 주셔서 연락드렸는데요. 고발 프로그램 피디 강 피디라고 합니다. 박 교수님 맞으신가요?”

“네. 어떻게 바로 연락을 주셨네요?”

“네. 저희가 기동력이 좀 있는 편입니다. 괜찮으시면 제가 계신 곳으로 찾아뵐게요. 이거 결정하는 대로 저희가 타이완 취재 가려면 팀 꾸리는 것도 준비를 좀 해야 하고 해서 빨리 만나 뵙고 이야기를 좀 들었으면 좋겠는데요.”

“오늘은 벌써 저녁인데...”

“괜찮습니다. 제가 계신 곳으로 갈게요. 아, 물론 교수님이 괜찮으시다면요.”

“저야 감사한데...”

“그러면 제가 지금 다른 건으로 나와 있는데, 바로 출발하면서 연락 다시 드리겠습니다.”

“네. 그러면 잠실역 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이따 뵙겠습니다.”


그 사이 공영방송사의 사회부 기자라는 이에게서도 바로 연락이 왔다.


“박 교수님이신가요? 저는 공영방송 사회부 공 기자라고 합니다. 동문 후배입니다. 저는 음악 전공했구요.”

“아, 그러세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빨리 연락을 주셔서...”

“제가 그렇지 않아도 역 미투 건을 한번 다뤄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에 제보를 살펴보다가 다른 매체에서 보도한 것들을 살펴보고 연락드리는 겁니다.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는데요. 제가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오늘은 너무 늦고 내일 뵙는 거 가능하실까요?”

“네. 그러면 내일 아무 때고 상관없으니 내일 연락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내일 오전에 출발 전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녁 늦은 시간임에도 강 피디는 한 달음에 마포 상암동에서 잠실까지 택시로 달려왔다고 하며 시원하게 웃어 보였다.


“저희 프로그램은 한 번이라도 보셨어요?”

“네. 타이완에서도 많이 봤어요. 최순실 사태 이후에 급성장한 것 같더라구요.”

“정확하게 보셨네요. 최근에 방송된 버닝 썬 사태 인터뷰도 보셨나요? 그게 제가 담당했던 프로그램입니다.”

“아, 그 피해자 인터뷰를 MC가 직접 처음으로 한...?”

“네. MC가 저희 데스크예요.”

“아, 그래요?”

“여담이긴 한데, 농대 출신이라 그런지 자신이 서울대 출신이면서도 메이저가 아니라 그런지 메이저들에게 굉장히 까칠한 편이에요. 이건 오프 더 레코드니까 나중에 혹시라도 데스크 만나더라도 티 내시면 안 됩니다. 하하하!”

“그런데 그쪽 방송국에서는 사장이나 데스크가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하는 것과 인터뷰하는 것도 그렇고 일종의 전략적인 방침인가 보죠?”

“뭐 꼭 그런 건 아닌데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사장이야 원래 뉴스 아나운서로 유명했던 사람이니까 그런데, 저희 데스크는 사실 방송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중평이 있기는 한데, 자기는 방송에 특히 자연 다큐멘터리에 특화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렇군요. 자아, 그럼 시간도 늦었는데, 본격적으로 궁금하신 것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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