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이긴 하겠지만, 중국의 유구한 술 양조기술은 과학이 발달하기도 훨씬 이전인 기원전 2세기 한나라 시기부터 10세기 송나라에 이르기까지 약 1200여 년을 거치면서 자신들만의 방식을 확립했다. 그렇게 확립된 황주의 주요 양조 공정을 대략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침미(浸米) : 물에 넣고 쌀을 불린다.
2. 증반(蒸饭) : 불린 쌀을 쪄서 술밥을 만든다.
3. 량반(晾饭) : 밥을 판 위에 잘 펴서 말린다.
4. 낙항발효(落姮發酵) : 항아리에 넣고 발효시킨다.
5. 개파(開耙) : 항아리에서 꺼내 고무래 등으로 위, 아래가 잘 섞이도록 해준다.
6. 단발효(壇發酵) : 다시 항아리에 넣고 발효시킨다.
7. 압착(押着) : 적절히 발효된 술밥을 꺼내 막걸리를 짜낸다.
8. 전주(煎酒) : 짜낸 막걸리를 90도 정도로 가열해서 잡균을 없앤다.
9. 포장(包裝) : 항아리에 나눠 담고 숙성시킨다.
전통방식에서 현대에 오면서 많이 바뀌었나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본적인 공정은 전통적인 생산공정과 다를 바 없다. 사용하는 누룩이나 술을 띄우는 시기, 발효공정, 사용기기 등에서 체계적으로 위생적인 생산공정을 이루며 현대화되었다는 것 정도이다. 또 원료로 사용되던, 기존의 쌀과 더불어 멥쌀이나 안남미, 흑미, 수수, 메밀, 고구마, 쌀보리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술의 맛과 향을 다양화하였다.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전통적인 누룩에서 우수한 균류들을 분리 배양하여 순종화하고 있으며 술의 수율을 상당 부분 향상시켰다. 공정 부분에서도 적외선 소독과 수세 공정 등을 강화하여 위생적으로 처리함과 동시에 전문화 자동화를 진행하고 데이터화하여 기존의 수작업에 의존하던 것을 바꿔나가 전반적인 균등화 전략에 성공하여 균일한 제품을 생산하게 된 것이 이루어졌다.
황주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기본적으로는 단맛의 정도, 정확하게는 리터당 당분의 함량을 기준으로 네 종류로 구분한다.
• 건황주(干黄酒)
당분의 함량이 15 g/L 이하인 황주.
맑고 깔끔한 느낌이며 드라이한 관계로 잡스러운 맛은 없다.
• 반건황주(半干黄酒)
당분의 함량이 15~40 g/L인 황주.
양조 공정 중 물을 적게 사용하여 당분이 전부 알코올로 전환되지 않고 어느 정도 남아있는 상태로 술을 만든다. 물을 적게 사용하는 것이 술밥을 더 넣고 만드는 것과 같기 때문에 찌아판지우(加饭酒)라고 부른다. 맛은 깔끔하고 부드러우며 잡스러운 맛이 없다.
• 반첨황주(半甜黄酒)
당분의 함량이 40.1~100 g/L인 황주.
양조 공정이 조금 독특한데, 발효가 막 시작된 밑술에 다시 발효가 된 밑술을 추가로 넣어주는데, 이렇게 하면 이미 발효가 진행되고 있는 밑술에서 알코올의 농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어 효모균의 생장속도가 일정 정도로 억제가 되면서 효모균의 수량이 낮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발효가 진행되고 있는 밑술에서 당분이 알코올로 전환되는 것이 억제가 되어 최종적으로 술 속에 당분의 함량이 높아진다.
• 첨황주(甜黄酒)
당분의 함량이 100 g/L 이상인 황주.
임반조작법(淋饭操作法)이라 불리는 공정으로 만드는 술로, 누룩을 혼합하여 단술을 먼저 제조한다. 이때 당도가 일정 정도에 도달했을 때 알코올 농도가 40~50% 수준의 쌀로 만든 백주 혹은 술지게미를 증류하여 만든 소주를 부어 발효를 정지시켜 당의 함량이 높은 술을 만든다. 꽤 달고 진한 맛이다.
나중에 와인 편에서 다루겠지만, 와인에서 드라이/스위트를 구분하는 기준을 놓고 본다면, 반첨황주 이상은 상당히 달달한 스위트 쪽에 가까운 황주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술을 잘 마시지 않아 당도가 이해가 안 가는 사람들을 위해, 알기 쉬운 당분의 함량 기준으로 콜라를 예로 많이 든다.나라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평균 콜라에 100g/L 정도의 당분이 함유되어 있다.
중국 산지별 황주 구분법
황주의 본고장 저장성(浙江省) 사오싱(绍兴, 소흥) 황주, 장쑤성(江苏省) 단양(丹阳) 황주, 장시성(江西省) 주장(九江) 펑강지우(封缸酒), 산둥성(上冻省) 란링(兰陵)주, 허난성(河南省) 허난솽황지우(河南双黄酒) 등으로 구분한다.
누룩의 종류에 따른 황주 구분법
◦ 눠미지우(糯米酒)
밀누룩(麦曲)과 이스트(酒药)로 당화, 발효시켜 만든다. 중국 남부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수미황지우(黍米黄酒)
쌀누룩균(米曲霉)으로 만든 겨누룩(麸曲)으로 당화, 발효시켜 만든다. 중국 북부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다미황지우(大米黄酒)
일종의 개량 황주로 쌀누룩(米曲) 효모로 당화, 발효시켜 만든다. 지린성, 산둥성, 허베이성 샹양(湖北省 襄阳) 등지에서 생산한다.
◦훙취황지우(红曲黄酒)
찹쌀을 원료로 하여 만든 누룩인 홍곡(红曲)으로 당화, 발효시켜 만든다. 푸젠성, 저장성 지역에서 주로 생산한다.
황주를 ‘제대로’ 즐기는 법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황주는 일반적으로 중탕의 방식으로 데워먹는 것을 가장 일반적인 마시는 법으로 추천한다. 일본의 사케 편에서 다시 다루긴 하겠지만, 아무 술이나 데워서 먹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황주는 기본적으로 데워먹는 술의 대표적인 중국 술로 꼽힌다. 특히, 겨울철에는 일반적으로 데워서 먹는데, 직접 가열해서 뎁히기도 하고 중탕으로 간접적으로 덥히기도 하며 뜨겁게 먹기도 하고 미지근하게 먹기도 한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나온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황주에는 미량의 메틸알코올, 알데하이드, 에스테르 등의 유기화합물이 들어있기 때문에 이런 물질들을 제거함과 동시에 황주 자체의 향을 즐기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데워서 먹는 것이 과학적이라는 근거도 발표된 바 있다.
좀 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자면, 알데하이드나 에스테르의 비등점은 대략 20 ~ 35℃ 정도, 메틸알코올의 경우 65℃의 비등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보통 60 ~ 70℃ 정도 되는 물로 중탕을 해서 날려버린다는 과학적인 증빙이 된 것. 그런데 이후에 나온 이런 과학적인 근거 말고라도 그 옛날부터 황주를 데워서 먹었던 가장 큰 이유는, 데웠을 때 황주에서 은은히 올라오는 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데워 마시는 게 가장 좋은가요?
황주의 온도를 올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용기에 뜨거운 물을 채워놓고, 그 안에서 술 주전자를 넣어 중탕의 방식으로 데우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약불로 살살 황주 자체를 데우는 느낌으로 살짝 끓여주는 것이다.
단, 가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알코올이 훅하고 다 날아가서 그냥 씁쓸한 물이나 달달한 물이 된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적절히 가열하는 것이 포인트. 포인트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는 것이 황주를 마시기 가장 좋은 온도는 38도 정도로 체온과 유사한 수준이므로 뜨거운 물에 담가서 적당히 중탕을 하게 되면 실패할 확률은 낮으니 너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황주의 특성에 따라 안주를 달리 해야 한다?!
앞서 공부했던 바이주(白酒)는 전체적으로 향 자체가 거의 없는 편이라 중국 음식들이라면 어떤 것과도 어울리는 반면에 자체적으로 단맛과 특히 데워 마실 때 강한 향이 나는 황주는 어느 정도 음식 간의 궁합의 호불호가 강한 편이다. 샤오씽(紹興) 황주을 예로 음식과의 궁합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으니 혹시 마실 일이 있다면, 음식을 시킬 때 참고할 것.
• 건황주인 위안훙지우(元红酒)는 야채류와 해파리냉채와 같은 차가운 음식과 잘 어울린다.
• 반건황주인 찌아판지우(加饭酒)는 육류나 게, 새우 등과 잘 어울리는 편이다.
• 반첨황주인 산량지우(善粮酒)는 닭이나 오리 요리와 잘 어울린다.
• 첨황주인 샹쉐지우주(香雪酒)는 당분이 많은 체소류에 잘 어울린다.
황주의 성분을 통해 분석한 특징
황주에 포함된 단백질은 16g 정도로 맥주의 약 4배이며, 술 중에서도 가장 많은 함유량을 자랑한다. 황주에 함유되어있는 단백질은 거의 대부분이 발효된 아미노산 형태로 존재하며 인체에 흡수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샤오씽(紹興) 황주의 경우 8종의 필수 아미노산을 포함, 약 21종의 아미노산이 함유되었다.
찌아판지우(加饭酒)의 경우 아미노산의 함량은 3.4g/L 정도이며, 맥주와 포도주의 경우 3~4g/L 정도이다.
맥주와 거의 흡사한 탄수화물 함량 때문에, 중국에서는 맥주를 ‘액체로 된 빵(液体面包)’이라고 부르는 것과 아울러 황주를 ‘액체로 된 케이크(液体蛋糕)’라고 부르기도 한다.
황주의 효능
황주에 함유된 마그네슘은 20~30mg/100ml로 백포도주의 10배 이상, 적포도주의 5배 이상 많으며, 위안훙지우(元红酒)나 찌아판지우(加饭酒)의 경우 셀레늄의 함량이 1~1.2㎛/mL로 백포도주의 20배 이상, 적포도주의 12배 이상 함유하고 있다. 이런 무기원소들은 혈압과 심혈관계 질병예방에 도움이 되며 심장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바이주나 맥주에 비해 황주가 갖고 있는 알코올의 농도가 적당하기 때문에 한약의 작용을 극대화하기에 적합한 술로도 많이 활용된다. 바이주의 경우 알코올의 농도가 높아서 약을 용해시켜주는 효과가 뛰어나지만, 먹었을 때 자극이 너무 심하고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 설사를 유발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반면, 황주는 그 정도가 적당해서 연고나 과립, 환약, 가루약을 만들 때 중간재료로 유용하게 활용되는 편이다. 약재를 만드는 것 이외에도 약을 술에 담가둬서 독성을 제거한다든지, 삶거나 쪄내서 환약이나 약주로 만들 때도 좋으며 약 70여 종의 약주를 이 황주를 바탕으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