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마이슈 가운데서도 정미율 60% 이하의 쌀을 사용하거나, 특별한 제법으로 빚어냈을 경우는 도쿠베츠 준마이슈(特別純米酒)라는 상위 등급으로 따로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예컨대 아래에 설명할 다이긴조와 동일한 50%의 정미율로 빚어낸 준마이슈라던가, 준마이슈와 준마이 다이긴조를 함께 블렌딩해서 완성한 조금 특별한 양조기술이 들어가서 탄생하게 된 사케 등등은 프리미엄이나 한정판으로 조금 더 고급스러운 취급을 하기도 한다.
- 혼죠조(本醸造)
기본적인 의미는 ‘본래의 정석대로 만든 사케’라는 의미로 ‘정통파 사케’라고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2차 대전 당시 쌀이 부족하다 보니 쌀 대비 술의 생산량을 불릴 목적으로 준마이슈와 달리 양조 알코올(주정)을 첨가한 사케이다. 정미율은 70% 이하, 양조 알코올의 양은 사용되는 쌀의 총중량의 10%를 넘지 않도록 엄격히 규정되어 있다.
대체로 맛 자체가 시원시원한 목 넘김을 자랑하며 병을 따는 순간부터 나는 화려한 향이 특징이다. 진짜 정석으로 만든 고전적인 초창기 혼죠조는 맛이나 향이 이렇지 않았다고 한다. 현대에 오면서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맛과 향을 컨트롤하여 지금의 맛과 향을 내기 시작했다. 정석이니 정통법이니 하지만, 현대에 오면서 워낙 다양하게 맛과 향을 끌어올리는 방법이 사용되면서 평준화되는 바람에 지금은 크게 혼죠조의 의미 자체가 희석된 것도 적지 않다.
준마이는 혼죠조에 비해 깨끗하고 깔끔하고 가볍다는 식의 옛날 전통적인 맛 평가도 최근에 나오는 사케에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옛날 말이 되어버렸다. 뒤에 상술하겠지만, 이러한 이유로 제조방식에 따른 술의 분류는 현대에 오면서 크게 의미가 없어지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준마이슈와 마찬가지로 정미율 60% 이하의 쌀로 빚거나, 특별한 제법으로 빚어냈을 경우는 도쿠베츠 혼죠조(特別本醸造)라는 프리미엄급의 특정 명칭으로 불렀다.
- 긴조(吟醸)
단어를 풀이하자면, ‘음미하며 양조한다(吟味して醸造する)’는 뜻을 가진 사케로, 역사 자체는 약 100년 정도로 그리 길지 않은 편이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나온 술인 긴조슈는 무엇보다 향과 풍미에 포커스를 맞춰 개발된 사케이다. 사실 긴조슈 이전의 사케는 특유의 니혼슈가 갖는 향만 있을 뿐 서구의 브랜디나 와인처럼 화사한 향과 풍미라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현대에 오면서 정미 과정에서 쌀 겉면을 많이 깎아내 극저온에서 저속으로 발효하자 술에서 과일과 같은 상큼한 향이 난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서 지금은 마치 고급 사케는 모두 이 기술을 통해 향과 풍미를 갖춰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되어버렸다.
기본적으로 정미율 60% 이하의 쌀을 사용해야 하며, 여기에 긴죠 계열 효모를 사용함과 동시에, 긴죠제법(吟醸造り)으로 빚어내야만 한다는 규정에 따라 빚게 되면 긴죠라 부르게 된다. 일반적인 긴죠는 소량의 양조 알코올을 첨가하지만,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으면 보다 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준마이 긴조(純米吟醸)로 불린다. 한국의 이자카야나 일식집에서는 그 차이를 제대로 알고 권하거나 찾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준마이 긴조와 준마이의 맛의 차이라던가 등급의 차이도 구분하며 마시는 이가 거의 없다.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던 바와 같이, 화사하고 산뜻한 특유의 향을 느낄 수 있는데 이 향을 고유명사처럼 ‘긴죠향(吟醸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쌀과 효모, 제법의 조합으로 다양한 형태의 향을 뽑아낼 수가 있는데, 가장 유명한 건 유바리 멜론의 몸값을 상징이라도 하듯 멜론 계열 긴죠향이고, 풋사과, 바나나, 파인애플 등 유사한 과일의 이름을 붙여 〇〇계열 긴죠향이라 표현한다. 맛 역시 부드러운 우마미(감칠맛)와 산뜻한 터치감을 마시며 즐길 수 있다.
노령층의 사케 소비량이 그다지 많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면서 젊은 층을 겨냥한 준마이 긴죠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많은 양조장에서는 다른 사케를 제외하고 다양한 스타일의 준마이 긴죠 생산에 포커스를 맞추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 때문인지 실제로 가격대가 그리 비싸지 않은 다양한 라인업이 브랜드마다 각축을 벌이고 있어, 2010년대의 지자케 붐(地酒ブーム; 각 지역을 대표하는 사케들을 마시는 문화) 속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류의 사케로 대두되기도 했다.
- 다이긴조(大吟醸)
긴죠의 최상위 등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미율 50% 이하의 쌀로 빚어낸 긴죠’라 보면 된다. 그 이상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40% 이하, 30% 이하로 정미율을 낮추더라도 모두 동급으로 분류되는데, 현재까지 최고 기록은 정미율 1%까지 달성한 바가 있다. 야마가타 현에 위치한, ‘타테노카와 양조장(楯の川酒造)’에서 만든 것으로, 주조호적미로 유명한 야마다니시키(山田錦)의 겉면을 99%까지 깎아낸 것으로, 말 그대로 기록에 도전하며 마케팅을 노리기 위한 이벤트 성으로 만들어진 술로 무려 가격이 216,000엔(한화로 200만 원이 훨씬 넘는 가격이었다.)이었는데, 역시 화제성을 노리고 미야기 현의 ‘零響 (Absolute0)’라는 다이긴조가 0.85%로 기록을 경신하며 가격 역시 378,000엔(400만 원가량)으로 판매된 바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도정과정에서 쌀알을 너무 많이 깎아 내다 보면 쌀알이 충격을 입어 깨져버리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는 보통 40% 이하의 고도정미 단계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때문에 냉각을 통해 깨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기술적으로 보조하면서 깎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 과정을 겪어도 앞의 설명처럼 쌀의 종류에 따라 그것을 못 견디고 에러가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역시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일반적인 양조장에서는 판매용 다이긴조로 자기 브랜드를 대표하는 라인업을 만들 경우, 대개 정미율은 35%~40%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긴죠와 마찬가지로 양조 알코올이 첨가되지만, 양조 알코올을 전혀 첨가하지 않을 경우, 준마이 다이긴조(純米大吟醸)라 부르고, 최상위급 사케로 분류된다. 물론 ‘준마이 다이긴죠’라는 이름이 붙는다고 해서 모두가 프리미엄급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방식이 그렇다는 것이지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어떤 쌀을 사용하는지 어떤 물과 어떤 재료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조금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조방식으로 하게 되면 기본적인 맛 이상은 담보한다는 기대치가 있는 편이다.
술 자체는 긴조와 크게 다르진 않지만, 동일한 조건에서 빚어냈을 경우, 좀 더 차분한 긴조향을 만들어내면서, 더 부드럽고 정돈된 맛을 느끼게 하는 섬세함이 특징이다.
일본에서 최초로 다이긴조를 상품화한 사케 메이커는 본(梵) 레이블로 유명한 후쿠이(福井) 현의 ‘카토 키치베 쇼텐(加藤吉平商店)’이고, ‘다이긴죠’라는 명칭을 최초로 브랜드에 붙여 사용한 사케 메이커는 아오모리(青森) 현의 ‘모모카와주조(桃川酒造)’로 알려져 있다.
- 후츠슈(普通酒)
글자 그대로 ‘일반적인 레귤러 사케’를 의미하며 법적으로 규정된 원료를 사용한다면 도정률이든 다른 어떤 규제나 조건 같은 것 없는 가장 범위가 넓은 의미에서의 사케, 되시겠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좋은 쌀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밥으로도 잘 사용하지 않는 일반미로 빚는 경우가 많은데, 그나마도 최대한 생산량을 불리기 위해 양조 알코올은 물론, 감미료(포도당 등)와 산미료(호박산 등)를 첨가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통은 ‘삼배증량주(三倍増量酒)’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문자의 의미를 그대로 설명하자면, ‘쌀의 양보다 세 배나 많은 양의 술을 빚어냈다’는 의미이다.
흔히 우리가 마트에 가면 마트의 이름으로 나오는 노브랜드 상품처럼 대기업이나 대형 메이커에서 나오는 가장 저렴한 술이 여기에 속한다. 개인적으로 사케를 굳이 마시려고 한다면, 이것까지는 도전하지 말라고 권장하지 않는 등급에 속한다.
이제까지 언급했던 제조방식의 사케를 등급별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이 구분하는 방식도 있기는 하다.
준마이다이긴죠>다이긴죠>준마이긴죠>긴죠>도쿠베츠 준마이>준마이>도쿠베츠 혼죠조>혼죠조
(4) 출하방법에 따른 분류
- 겐슈(原酒)
사케는 일단 원주를 완성하게 되면 병입해서 출고하기 전에 물을 섞어서 알코올 함량을 조절하는 가수조정(加水調整)을 거치는데, 이 과정을 생략한 사케를 겐슈(原酒)라고 한다. 당연히 알코올의 농도가 진하기 때문에(일반적으로 17% 이상), 물에 희석되지 않아 술을 구성하는 다양한 성분들이 묽어지지 않고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맛이 찰지게 느껴지는 점이 특징이다.
물론 겐슈 중에서도 처음부터 기본적인 알코올 함량 낮은(14% 내외) 겐슈도 있고, 겐슈라고 부르지만, 소량의 물을 희석시켜 전반적인 맛을 부드럽고 가볍게 만들어 마시는 경우도 있다.
- 나마자케(生酒)
효모가 살아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술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사케는 원주를 완성하고 나서도 출고할 때까지 총 두 차례의 열처리를 거치는데 나마자케는 이 열처리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효모를 비롯한 다양한 미생물이 그대로 살아있어, 사케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에 가장 근접한 형태의 사케라고도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나마라는 말이 붙기 위해서는 열처리를 한 번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열처리를 한 번 정도 하고서도 ‘나마(生)’라는 표현을 쓰는 업체들도 종종 있는데, 그런 경우는 ‘혼나마(本生)’라는 단어로 열처리를 한 나마와 열처리를 하지 않은 나마를 구분하여 지칭하기도 한다.
나마자케의 경우, 여과를 했는지의 여부나, 가수 조정을 하는지에 여부로 세 가지 단계로 구분하여 다음과 같이 부르기도 한다. 열처리는 앞서 말한 것처럼 나마라는 말을 붙이려면 하지 않기 때문에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 나마자케(生酒): 여과 유, 가수조정 유
• 나마겐슈(生原酒): 여과 유, 가수조정 무
• 무로카나마겐슈(無濾過生原酒): 여과 무, 가수조정 무
효모가 살아있는 술이다 보니 유효기간의 문제 때문에 유통에 상당히 민감한 사케이다. 유통과정은 물론 구매한 이후에도 냉장보관이 무조건 필수인 터라, 유통을 위한 이동시에도 냉장 장비가 있는 차량을 사용해야만 하기 때문에 유통비용에서 추가로 가격이 사케에 붙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에서 나마자케를 즐기기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 나마즈메(生詰)
열처리를 단 한 번도 거치지 않은 나마자케와 달리 열처리를 한 번만 한 사케로 앞서 설명한 ‘혼나마(本生)’와도 다르다. 원주를 완성한 후 숙성에 들어가기 직전에 열처리를 거치고, 숙성이 끝나면 열처리 없이 바로 병입 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한번 열처리를 했던 관계로 유통기간이나 관리 면에서는 나마자케에 비해 조금 편리한 이점이 있다.
한 번만 열처리를 한 이유는, 역시 맛을 위한 작업이기 때문에 열처리를 통한 맛의 변화를 끌어내며 나마자케와는 또 다른 매력을 즐길 수 있다. 굳이 나마자케와 맛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설명하자면, 주질은 대체로 샤프하고, 터치감이 가벼운 느낌을 주는 사케가 많다.
- 나마초조(生貯蔵酒)
원주를 완성한 뒤 생주(生) 상태에서 숙성(貯蔵)을 한 뒤 병입 직전에 열처리를 한 사케를 말한다. 유통이 용이한다는 점 때문에 나마자케의 대체품으로 주목받았으나, 다양한 나마자케가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에게 바로 외면당해 버리는 기현상을 빚었다.
이러한 이유로 혹시 현지에서 마셔볼 기회가 된다면 나마자케인지 나마초조인지 구분하여 마시고 맛을 구분하는 재미도 나쁘지는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