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사케는 쌀과 누룩, 효모, 그리고 물, 이 네 가지만으로 빚어낸다. 가끔 사케의 종류에 따라 양조 알코올 등의 부가 재료나 몇 가지 조미료가 첨가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첨가’라는 것은 선택의 기준일 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다. 이 네 가지 기본 재료는 필수이고 기존이며 사케를 이루는 바탕이다.
도대체 어떤 쌀로 사케를 만드나요?
코오지(쌀누룩)
사케의 가장 기본적인 맛을 좌우하는 요소를 굳이 네 가지(쌀과 누룩, 효모, 물) 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역시 쌀이다. 한국인의 귀에도 익숙한 고시히카리(コシヒカリ), 아키바레(秋晴) 등의 쌀 종류로도 빗기는 하지만, 오직 사케만을 만들기 위한 쌀로, 야마다니시키(山田錦), 고햐쿠만고쿠(五百万石) 등의 품종이 있을 정도로 사케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고 하겠다.
사케 전용 쌀을 가리키는 고유명사로, ‘사카마이(酒米)’ 혹은 ‘주조호적미(酒造好適米)’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인데, 인기 있는 품종의 경우에는 추수도 하기 전에 아예 해당 품종을 입도선매하기 위해 양조장끼리의 경쟁도 제법 치열한 편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케에 최적화된 자신들만의 양조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맛을 내겠다고 쌀 농가와 협력하여 오랜 시간을 들여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내는 경우도 있다.
사케 전용 쌀은 우리가 먹는 쌀과 무엇이 다른가요?
사카마이(酒米; 사케 전용 쌀)가 나오게 된 배경은 한마이(飯米;일반 밥해먹는 쌀)와 비교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살펴보면 그 특징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데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쌀알이 더 굵고 단단하다.
쌀알이 굵으면 굵을수록 쌀의 중심부인 심백(心白)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쌀을 더 많이 도정(搗精)할 수 있고, 쌀알이 단단하면 도정과정에서 파손될 가능성 역시 줄어든다.
• 물을 잘 먹고, 당화(糖化)에 수월해야 한다.
• 쌀이 가진 본연의 영양분이 적어야 한다.
쌀이 다양한 영양분을 품고 있으면 술에 그 영양분에서 우러나온 맛이 많이 섞이면서 이상한 사케의 맛을 내게 된다. 때문에 술을 만들기 위한 쌀은 각종 영양분이 최대한 억제되어 있다. 사케를 만들기 위한 도정(搗精) 작업을 통해 쌀의 겉면이 깎여져 나가는데, 쌀의 대부분의 영양분은 쌀의 중심부인 심백이 아니라 쌀 겉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 겉면을 깎아내는 작업을 거치게 되면서 최대한 영양분도 덜어내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얼마나 깎아내고 남았는가를 수치화한 정미율을 ‘정미보합(精米歩合;세이마이부아이)‘라고 하는데, 보통 ‘精米歩合 70%’라고 표기되어 있으면 현미를 기준으로 겉면의 30%를 깎아내고 남은 부분이 70%라는 의미이다. 앞서 설명에서 쌀의 중심부는 영양분이 거의 없다고 했는데, 전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때문에 깎아내는 도정률을 50% 이하로 낮추게 되면 어떤 쌀로 하던 사케의 맛 차이가 크게 달라지지 않게 된다. 때문에 사케 브랜드의 라인업에서 프리미엄을 강조할 때는 도정률을 최대한 낮추고 그것을 기준으로 광고 포인트를 맞추기도 한다.
사케 제조 과정 순서도
맛이 비슷해지는데 왜 프리미엄이 되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쌀을 많이 깎아내 버리면 그만큼 비싼 사케용 쌀이 많이 필요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같은 쌀이라면 술의 생산량이 확 줄어 희소가치를 갖게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렇게 미세하게까지 절반이나 쌀을 도정하려면 일주일 가량의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공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쌀알을 깎아내는 작업 또한 많은 열을 발생시키는데, 그 열로 인해 쌀알이 부서질 수 있으므로, 도정과 냉각을 반복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그래서 앞서 살펴본 대로 일반 밥을 짓는 한마이에 비해 쌀알이 굵고 단단한 사카마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누룩의 차이가 한국식 청주와 사케를 구분하는 열쇠가 된다?!
도정을 거친 쌀은 누룩곰팡이가 번식하기 좋게 하기 위해 한 차례 찐 후 찐쌀로 사케를 만들게 된다. 이때, 누룩곰팡이는 쌀의 전분을 포도당으로 분해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바로 이 누룩이 사케와 한국식 청주의 가장 큰 차이를 만든다.
청주는 누룩 자체에 누룩곰팡이와 효모 이외에도 몇 가지 균류를 함유하고 있어, 효모를 따로 투입할 필요가 없으나 사케는 누룩곰팡이 중 인공적으로 한 가지만을 선별 종균하여 포도당 분해만을 전담하게 하고 알코올 발효는 효모를 별도로 투입하여 진행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과정의 차이 때문에 한 가지 균만 투입된 사케에서는 한 가지 향만 나지만, 한국식 청주(이른바 정종)는 사케에 비해 진하면서도 다양한 향이 배어 나오게 되어 맛도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사케는 효모를 왜 따로 넣지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누룩에 의해 포도당이 생성되면 발효를 위한 목적으로 효모가 투입된다. 그 발효과정을 통해 포도당이 소비되면서 알코올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효모로 발효를 시키는가에 따라 같은 쌀을 사용했더라도 완전히 다른 맛의 술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쌀은 저마다 다를지라도 효모에서는 일본에서도 규제 아닌 규제가 이루어지고 통일된 과정을 겪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일본양조협회에서는 1906년 1호 효모를 시작으로 ‘협회 효모’라는 것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협회 효모는 현재까지 발전을 거듭해오며 15호까지 배포되었고, 초기 5호 이하의 효모는 사장되었다.
협회 효모 가운데에서도 인기 있는 효모가 있는데, 협회 9호로 알려진 ‘YK35’가 바로 그중 하나이다. 물론 효모를 자체 개발하거나 다른 것을 사용할 수 없게 규제하지는 않는다.
물맛이 사케의 맛도 좌우한다?!
나중에 맥주를 언급할 때 지구 상의 맛있는 맥주 산지가 왜 같은 위도상에 있는 도시인지를 설명하겠지만, 물맛은 사케 원료 전체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어떤 물로 술을 담그느냐에 따라 술의 맛이 다시 천차만별로 바뀔 수 있다. 연수를 사용하면 달콤한 맛이 나고, 경수를 사용하면 감칠맛이 도드라지고, 탄산수를 사용하면 톡 쏘는 상쾌한 느낌의 사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일반인들이 그 사실을 예부터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쌀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마케팅 요소 이외에도 어디의 물로 사케를 빚는지에 대한 부분도 상당히 주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된다. 대표적인 물로 손꼽히는 것을 살펴보면, 효고현의 미야미즈(宮水), 교토(京都)의 고코우스이(御香水) 등이 유명한데, 중국의 바이주처럼 아예 강이 인접하여 그 강물을 원천수로 사용한다고 광고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도쿠시마(徳島)현의 아나부키 강(穴吹川), 미에(三重)현의 스즈카 강(鈴鹿川) 등이 유명한 술의 원천이 되는 강으로 알려져 있다.
사케는 어떻게 분류하나요?
1991년 이전까지는 주세법의 기준에 따른 사케의 등급제가 있었으나 폐지되었다. 따라서 현재는 제조방식에 따라 특정명칭주를 지정하여 분류하고 있다. 근데 이 특정 명칭을 붙이는 게 등급제를 대체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1) 맛에 따른 분류
감신도(甘辛度)와 농담도(濃淡度)에 따라 분류한다.
감신도(甘辛度)는 흔히 말하는 아마구치(甘口;스위트)와 카라구치(辛口;드라이)로 구분하는 것이고, 농담도(濃淡度)는 술에 함유된 아미노산의 양에 따른 맛의 차이를 의미하는데, 탄레이 (淡麗)는 아미노산의 함량이 적어 목 넘김이 부드럽고, 입안에서 매끄럽게 도는 느낌을 갖게 하는 타입이고, 노코(濃厚)는 아미노산의 함량이 많아 입안에 들어왔을 때 느낌이 묵직하고, 다소 텁텁한 듯싶은 깊이가 있는 느낌을 주는 타입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요소가 합쳐지면 조금 더 디테일한 게 사케의 맛을 구분하여 표현할 수 있기도 하여 현지에서 미묘한 맛의 차이를 구분할 때 사용하는데 정리해보면 다음과 가다.
[1] 탄레이 아마구치(淡麗甘口)
- 은은하게 들어와 단맛이 살며시 다가오는 맛
[2] 탄레이 카라구치(淡麗辛口)
- 은은하게 들어와 가볍게 사라지는 맛
[3] 츄칸 나카구치(中間中口)
- 특별히 강한 개성이 느껴지진 않지만 무난한 맛
[4] 노코 카라구치(濃厚辛口)
- 무겁게 들어와 가볍게 사라지는 맛
[5] 노코 아마구치(濃厚甘口)
- 무겁게 들어와 단맛을 강하게 남기는 맛
(2) 일본 주세법에 따른 등급분류
전술한 바와 같이 1991년 이전까지만 해도 주세법에 의해 사케의 등급을 구분하여 분류했었다. 사케가 아무래도 전통주로서의 성향이 강하다 보니 이전부터 사케를 즐겼던 노령층에서는 아직까지도 이 등급으로 사케를 분류하고, 실제로 메이저 주류회사에서는 이 등급이 없어지고서도 나름 라인업의 등급을 구분하기 위해 자사 기준의 등급을 설정하는데 그 뼈대는 모두 이 분류에서 온 것이다.
• 카센(佳撰): 旧주세법 기준 2등급의 사케.
가장 많이 생산하고 가장 많이 판매하는 일반적인 사케들의 거의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 조센(上撰): 旧주세법 기준 1등급의 사케.
카센에 비해 좀 더 좋은 원료를 쓰거나, 부가적인 첨가물을 넣지 않은 사케.
• 도쿠센(特撰): 旧주세법 기준 특등급의 사케.
최상급에 해당하며 좋은 원료로 엄격하게 만든 프리미엄 사케
1991년 이 등급제가 폐지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사케 양조업체들에서 저마다 특등급인 도쿠센(特撰)를 너무 흔하게 내놓으면서 변별력이 없어져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심지어 도쿠센(特撰)이 난립하자, 그보다 더 뛰어나다는 의미로 조토쿠센(超特撰)이라는 등급까지 만들어졌을 정도였다.
(3) 사케 제조 방식에 따른 분류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조금 길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 이름에, 원료, 양조법, 첨가물은 어떤 것을 사용했는지 등을 붙여 부르는 방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오히려 조금 긴 이름이긴 하지만, 워낙 명확하게 설명이 다 들어간 특정명칭(特定名称)이 제품명으로 불리기 때문에 명확하게 확인하며 구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예컨대, 하쿠츠루(제조사) 초토쿠센(등급) 준마이다이긴죠(제법 또는 특정 명칭) 야마다니시키(사용한 쌀의 이름 또는 부제)와 같은 식으로 부르는 것이다.
먼저, 제조방식에 따른 명칭 분류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준마이슈(純米酒)
한자의 의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다른 첨가제나 양조 알코올의 첨가 없이 쌀만을 주원료로 빚어낸 술이라는 뜻이다. 기타 양조 작업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케 중에서는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사케 제조 방식으로 만들어진 사케이다.
2004년까지는 정미율 70% 이하의 쌀로 빚어야 ‘준마이’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었으나, 현재는 그 기준조차 없어진 상태이다. 그 결과, 이른바 ‘유사 준마이 사태’라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데, 사용하는 쌀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들로 술을 양산하면서 이름은 그대로 준마이를 달고 나와 사케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특별한 첨가물이 없기 때문에, 양조기술의 우위를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해 준다. 가장 기본이 되는 사케이기 때문에 사케 메이커 회사들이 모두 내놓고 있다. 부드럽고 은은한 누룩향을 내면서도 다른 것이 전혀 섞이지 않아서 잡맛이 적고, 우마미(旨味;감칠맛)가 풍부한 것이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