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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an 20. 2022

어떤 사케를 마시면 좋을지 알려주시겠어요?

니혼슈(日本酒)의 세계 - 마지막 이야기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703


어떤 사케를 마시면 좋을지 알려주시겠어요?

모든 것을 랭킹으로 매기기 좋아하는 일본에서 사케의 순위를 매기지 않았을 리가 없지요. 앞서 아츠캉(熱燗)을 해서 마시면 좋은 사케를 소개할 때도 몇 개 등장했지만, 아츠캉(熱燗) 부문을 세분화하여 상을 매년 줄 정도로 일본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벤트적인 성향은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편이지요.


물론 일본인들의 입맛과 한국인들의 입맛이 조금 다른 부분이 있어 술의 추천은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기는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지 않은 사케의 역사에서 매년 새로운 사케가 등장해서 다크호스로 10위권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 말은, 전통 강자들 중에서 항상 사람들의 선호를 받는 녀석을 마시게 되면 큰 실패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물론 프리미엄급들은 가격의 부담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물론 개인적으로 저 같은 경우는, 준비되는 안주에 따라 사시미도 기름기가 많은가 적은가 혹은 어떤 식으로 조리하는가에 따라 사케를 달리 마시는 편이긴 합니다만, 이제 사케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은 함께 마시지 않는 이상 매번 추천해줄 수는 없는 터라, 무난하게 최근 5년간의 다양한 일본의 사케 선호도 랭킹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던 녀석들을 소개하며 사케 이야기를 정리해볼까 합니다.

 

쥬욘다이(十四代; じゅうよんだい)

- 야마가타현 / 다카기 주조

최근 사케의 젊은 층 사랑을 주도하는 ‘호우쥰우마미(芳醇旨口; 부드럽고 감칠맛 있는)’의 대표격인 녀석이다. 젊은 15대 사장이 양조를 총괄하면서 쌀의 감칠맛, 부드러운 향기, 안정되는 여운을 느끼게 하는 사케로 변신에 성공했다. 특히, 술의 원료가 되는 쌀 품종의 육성에도 힘을 쏟아 ‘사케미라이(酒未来)’, ‘타츠노오토시코(龍の落とし子)’, ‘우슈호마레(羽州誉)’라는 3가지 품종의 사케 전용 쌀을 개발하였다.

 

지콘(而今; じこん)

- 미에현 / 키야쇼주조

2004년 등장한 신흥 강자이다. 도쿄, 오사카 지자케 전문점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기 시작하여 지금은 일본 전국구 사케가 되었다. 6대째 사장인 오오니시 타다요시(大西唯克)씨는 20대일 때부터 주목을 받아온 스타 도지(杜氏:양조 책임자)로 모든 양조과정을 정밀한 설계와 검증을 맡고 있다. 깨끗하면서 플루티한 맛과 깔끔한 감칠맛, 상쾌한 산미가 절묘하게 조화를 미루어 좀처럼 질리지 않는 맛이다.

 

‘지콘 준마이 긴조센본니시키’의 경우, 이탈리안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특징이 있으니 이탈리안 음식과 함께 시도해봐도 새로운 사케의 세계를 맛볼 수 있을 듯.

 

하나아비(花陽浴; はなあび)

- 사이타마현 / 난요양조

과일처럼 강한 향기와 달짝지근 한 맛, 산미와 함께 단단한 맛(コク)까지 다양함이 감춰진 맛. 정통 긴조의 최근 스타일이 궁금한다면 마셔보길 권한다.

 

닷사이(獺祭; だっさい)

- 야마구치 / 아사히주조

사케의 이름 닷사이(獺祭)의 뜻은, 양조장의 지명이 원래 ‘구가군쇼토쵸오소고에(玖珂郡周東町獺越)’였는데, 그중 ‘獺’자를 가져와 닷사이(獺祭)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예부터 ‘수달’이 많았는지, 뜻 그대로 풀이하면 ‘수달(獺)의 축제(祭)’이다.


수달은 잡은 물고기를 물가에 일렬로 늘어놓은 습성이 있는데, 마치 수달이 제사라도 지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양조용 알코올을 사용하지 않고 정미 비율 50 % 이하의 '준마이 다이긴죠(純米大吟醸)'에 해당하는 술만 제조하고 있다. ‘닷사이(獺祭)’ 1종류로만 년간 무려 천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는 양조 업체로 최근 순위 조사에서 계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고급 술만 만들겠다는 닷사이 양조장에는 전통적인 최고의 양조기술자 '토지(杜氏)'가 한 명도 없다. 최적의 기술과 경험을 데이터화, 시스템화하여 최고의 양조 기술을 구현함으로써 세계 최고가 되었다.


‘취하기 위한, 팔기 위한 사케가 아닌, 음미하는 사케를 추구 한다(酔うため、売るための酒ではなく、味わう酒を求めて)’가 아사히주조의 슬로건 되시겠다.


참고로 한국의 이자카야나 횟집에 가면 주로 ‘닷사이 23’이 보이는데 뒤에 숫자는 그대로 숫자처럼 읽지 않고 ‘니와리산부(二割三分)’라고 읽으니 일본어 조금 할 줄 안다고 숫자로 읽다가 망신당하지 말 것.

 

No.6 (ナンバーシックス)

- 아키타 / 아라마사주조

앞서 공부한 6번 효모를 사용한다고 해서 ‘No.6’라고 이름 붙여진 사케로 아라마사의 프리미엄 사케에 속한다. S,R,X의 세 가지 타입이 있고 나타도리인 에센스 제품도 있어, 총 6종의 라인업이 있다. 그중의 으뜸은 X type.

화사한 꽃향기가 그윽한 것이 특징인 사케로 향도 향인데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은은하게 터져 나오는 탄산 향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느낌이 들 정도의 산뜻함을 자랑한다. 사케 특유의 진한 알코올향은 전혀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여성들이나 사케를 두려워하는 초심자들에게는 취향 저격형 사케, 되시겠다.

 

카와나카지마 겐부(川中島 幻舞; かわなかじま げんぶ)

- 나가노 / 슈센 쿠라노

나가노현에서 개발된 사케 전용 쌀, 히토고코치(ひとごこち)로 특별한 방식으로 만드는데, 쌀에도 유기농 비료를 사용하고 농약을 최소화하면서 지극정성으로 만들어낸다. 정미율 50% 전후에 맞춰서 멜론 같은 묘한 맛이 나면서 산뜻하면서도 경쾌한 느낌을 준다. 기본적으로는 묵직한 감칠맛이 있고, 뒤에 감겨오는 닷만은 농후하지만 느끼하게 단 느낌까지는 가지 않는다. 데워서 마실 경우 풍미가 짙어지기 때문에 아츠캉(熱燗)으로 마실 것을 추천.

 

신슈 키레이 (信州亀齢; きれい)

- 나가노 / 오카자키 주조

레이슈(冷酒; 5도 내외로 마시는 사케)로 마실 것을 추천한다. 차가운 것이 입안에 들어가기 전부터 리치, 파인애플 등의 은은하게 나는 열대과일 향기가 화사하게 코앞에 터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것이다. 상쾌한 첫맛에서 깔끔한 쌀 내음이 퍼지면서 얇게 특유의 물 냄새가 퍼져나가는 것을 순서대로 느껴볼 수 있다.

 

호우오우비덴(鳳凰美田 ; ほうおうびでん)

- 도치키 / 고바야시 주조

간토지방 토치기현의 고바야시 슈조에서 2002년 첫 출시한 지자케. 고바야시 슈조 대표상품인 호오킨쇼에서 호우오우(鳳凰) 미타지구고햐쿠만고쿠에서 미타(美田)을 가져와 만든 이름.

라인업이 제법 있는데, 그중에서도 호우오우비덴 다이긴조 베츠아츠라에 시코(鳳凰美田 大吟醸 別誂至高)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시그니처에 해당하는 프리미엄급이다.


2017년 니혼슈 컴페티션 다이긴조 부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시즈쿠 시보리(인위적 압력으로 술을 짜내는 것이 아니라 중력만을 사용해 술을 짜내는 방법)라는 특별한 방법으로 주조하며, 쌀도 효고현의 니시와키지구의 야마다니키키만을 쓴다고 한다. 술 자체가 워낙 화려한 풍미를 자랑하기 때문에 안주가 특색이 없는 사시미와 곁들일 경우 온전한 풍미를 느낄 수 있을 듯.

 

- 카모시비토 쿠헤이지(醸し人九平次; かもしびとくへいじ)

-아이치 / 반조양조

라인업 중에서 유럽을 아예 겨냥하고 출시한 ‘카모시비토쿠헤이지 오두디지(醸し人九平次 EAU DU DESIR)’가 있는데, 프랑스 미슐랭 3스타 음식점에서 기본 술로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진 녀석이다. ‘EAU DE DESIR(오두디지)’는 프랑스어로 ‘희망의 물’이란 의미인데, 야마다니시키를 사용했고, 정미보합은 50%에 맞췄다. 미탄산의 청량감을 주면서도 섬세한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레이슈(冷酒)로 마시는 게 가장 최적의 맛을 선사한다.

 

하나아비(花陽浴; はなあび)

- 사이타마현 / 난요양조

화려한 풍미를 자랑하며 초심자들의 입에서 마시는 순간 파인애플로 만든 사케같다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과실계 모던 타입 사케의 롤모델 같은 사케, 되시겠다. 워낙 생산량이 소량이라 한국에서도 쉽게 보이진 않는 편이다. 단맛이 강하게 나면서도 끈적이는 느낌도 주면서 꽉 차 있는 바디감이 특징이다. 입안에 머금고 있어도 그 향미가 알코올과 함께 뒤섞여 사그라들지 않는 묘한 느낌을 준다. 탄산감은 거의 없는 편. 역시 레이슈(冷酒)로 마시는 것을 추천.

 

코쿠류(黒龍; こくりゅう)

- 후쿠이 / 코쿠류주조

다양한 라인업중에서도 고쿠류주조 최고 프리미엄 브랜드 ‘고쿠류 이시다야 준마이다이긴조(黒龍 石田屋 純米大吟醸)’를 추천한다. 이 사케의 별명은 ‘고쿠류 왕 중의 왕’.

최고의 주조호적미라고 불리는 효고현의 특상급 야마다니시키 쌀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 35% 정미율, 15%의 알코올 도수이다. 일본 황실에도 납품되는 명주로 200년 전통 장인의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며, 매년 11월에 한정된 양만 생산하여 산 자리에서 2배 이상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저온 발효 후 3년간 숙성을 하는데, 감칠맛, 은은한 단맛, 3년 숙성이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의 깨끗한 향을 자랑한다. 특히, 숙성을 통해 목 넘김이 굉장히 부드러운 것으로도 유명한다.

 

아라마사(新政;あらまさ)

- 아키타 / 아라마사 주조

5명의 사케를 만드는 젊은이들이 기술의 교류와 정보의 교환을 통해 아키타만의 사케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탄생시킨 양조 그룹, NEXT FIVE에서 나온 사케. 아키타에서 나오는 쌀만 사용한다는 것도 이들만의 특징이라면 특징. 매번 그들은 주모-누룩-쌀-물을 매번 다르게 생산해서 개성 있는 술을 출시하면서 전국적인 인기를 끌게 되는데 그 대표주자가 바로 아라마사(新政), 되시겠다.


라인업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달달한 맛을 베이스에 두고 상큼하면서 청량한 맛과 풍부한 과일향을 선사한다.

 

샤라쿠(写楽; しゃらく)

- 후쿠시마 / 미야이즈미명조

웬만하면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후쿠시마 사케는 추천하지 않는 편인데, 그래도 최고의 사케를 다투는 자리, 사케 컴페티션(SAKE COMPETITION)에는 5년 연속 1위를 했던 독보적인 사케, 샤라쿠(写楽)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때문인지 의외로 한국에 들어온 물량이 많아서 제법 눈에 많이 띈다. 전설의 우키요에 화가 도슈사이 샤라쿠(東洲斎写楽)의 이름을 따 온 사케로 풍부한 과일향이 황당할 정도로 깊다. 술잔을 입에 대면 바나나향 같은 달콤한 향이 코끝을 스치며 시작된다. 술을 마시고 난 뒤의 약간 쌉싸름한 뒷맛이 과일맛을 정리해버리는 신기함을 경험할 수 있다.

 

나베시마(鍋島;なべしま)

- 사가 / 후쿠치요주조

토쿠베츠 준마이 나베시마 토쿠베츠 준마이 클래식 아이야마 鍋島 特別純米 愛山

나베시마 사케는 시가현(佐賀)에 있는 작은 양조장, 후쿠치요주조(富久千代酒造)에서 시가현, 아이야마 쌀로 만드는 사케이다. 2002년 일본에서 국제 사케 마쯔리, 준마이 사케 부문에서 인정받고, 이후 2011년 internationla wine challenge (IWC)에서 사케 부문 챔피언 사케를 차지하며 유명세를 얻었다.


라인업 중에서도 추천하는 녀석은, 나베시마 토쿠베츠 준마이 클래식 아이야마(鍋島 特別純米 愛山). 굉장히 달달한 맛을 베이스로 사케 특유의 향에 배와 멜론 향이 함께 섞여 퍼진다. 맛은 오히려 깨끗한 편인데, 사케 전형적인 향과 풍미도 약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통 사케를 즐긴다는 느낌도 확실히 낼 수 있는 편.

 

덴슈(田酒; でんしゅ)

- 아오모리 / 니시다 주조점

아오모리현에 있는 니시다 슈조 텐(西田酒造店)에서 빚는 사케입니다. 야마다니시키(山田錦)라는 사케 전용 쌀을 100% 사용해서 빚은 준마이슈로, 이 야마다니시키는 1923년 효고현에서 탄생한 바로 프리미엄급에만 사용한다는 수차례 나왔던 그 쌀 되시겠다.

양조용 알코올과 당류는 당연히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배즙 같은 달콤하며 향긋한 과일의 풍미가 입안에서 내내 목 넘김까지 꽉 잡아주는 느낌. 의외로 기름기가 좀 있는 안주들과도 잘 어울린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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