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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an 23. 2022

맥주의 종류에 따라 잔이 바뀐다?!

세계 맥주 기행 - 3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714


맥주도 종류에 따라 전용 맥주잔에 마셔야 맛있다?!

맥주는 반드시 맥주잔에 따라 마시진 않는다. 흔히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아왔던 식대로 멋지게 버드와이저 병은 왠지 병째로 들고 병 주둥이로 건배를 하며 마셔야 맛있을 거 같아 보이기도 한다. 레슬러 스톤 콜드 스티브 오스틴처럼 캔맥주를 한 호흡에 들이마시는 이들은 캔맥주를 시원하게 흡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맥주 제조업자들과 맥주 공장의 전문가들은 당연히 맥주는 잔에 따라 마셔야 할 것을 권장한다. 기본적으로 맥주는 특유의 색깔이 탄산에서 퍼지는 것을 보면서 먼저 눈으로 마시며 감상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맥주잔에 따라야 적당한 거품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잔에 마실 것을 권장한다.


맥주의 거품은 맥주가 공기와 접촉하여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거품층이 생기도록 따르는 기술도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맥주와 거품의 이상적인 비율은 7:3. 이론적으로 좋은 맥주는 맥주를 다 마실 때까지 거품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모든 맥주는 제조회사 혹은 양조업자가 만든 전용 잔에 따라 마셔야 각각의 맥주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보통 병맥주의 경우 회사에서 만든 전용 잔에 따를 경우 한 병이 모두 들어간다. 특히 밖에서 마실 때는 아무 컵에나 마시지 않아도 해당 업체에서 술집에 제공하는 자신들의 전용잔이 있으니 주인에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몹쓸(?) 소맥 문화 때문에 맥주를 마실 때 전용 잔을 요구하지도 않을뿐더러 특별히 전용잔을 요구할 수준의 맥주를 만들지도 않는 실정이다. 그것이 한국 맥주가 개성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맥주잔의 모양은 우리가 마시는 음료수 가운데 가장 다양하다. 맥주잔은 맥주의 거품, 향, 맛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맥주잔 또한 그만큼 다양하다. 그럼 간단하게 어떤 맥주잔에 어떤 맥주를 마시는 것이 좋은 지부터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1. 파인트 글라스(Pint glass)

당신이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맥주잔의 형태이다. 모양만 보면 콜라업체의 홍보용으로 나눠주는 컵같이 생기기도 했을 정도로 그저 무난한 스타일이다. 밑단이 윗단보다 살짝 작으며, 윗단에서 밑단까지 떨어지는 선이 직선이거나, 필요에 따라 굴곡을 넣는다. 다만 고블릿형이나 머그형과 같이 손잡이를 절대 만들어 넣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페일 에일에도 어울리지만 포터, 스타우트, 잉글리시 비터 등의 에일 계열 흑맥주에도 자주 사용되는 맥주잔이다. 일본 기네스를 시켜도 같은 잔이 따라 나오나, 흑맥주용 파인트 글라스형 맥주잔은 대개 고블릿형과 마찬가지로 향을 가두기 위해 위로 갈수록 안으로 좁아지는 형태의 맥주잔이 된다.

 

2. 바이젠 글라스(Weizen glass)

 

조금 비싼 수제 맥주집에 가면 볼 수 있는 잔의 형태로 가늘고 긴 잔이다. 가운데 잡기 좋게 오목하고 잘록하게 들어간 것이 특징이며 독일계 밀맥주에서 주로 이 잔을 사용하여 마신다. 입구와 최하단의 너비는 비교적 비슷하지만, 입구의 상단 절반까지는 둥글게 부풀려진 반면 그 이하부터 밑단까지는 오히려 안쪽으로 홀쭉하게 들어간 잔 모양을 일컫는다. 정반대로 잔 중간에 부풀려졌다가 입구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를 갖추고 있는데, 멋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밀맥주의 향을 맥주잔 안에 가두기 위해 오랜 세월에 걸쳐 고안된 형태이다.

 

독일 밀맥주를 위해 고안된 디자인이라 당연히 독일 현지에서는 많이 보인다. 공간이 넓게 확장된 상단 부분의 맥주는 굉장히 시원한 상태를 유지하고, 손으로 잡고 마시는 부분의 하단 쪽 맥주는 손에서 전달된 온기 때문에 점점 미지근해지게 구조를 보인다.

 

3. 필스너 글라스(Pilsner glass)

체코식 필스너 맥주를 마시기 위해 만들어지기 시작한 잔으로 고블릿이나 와인잔처럼 발목이 있으며 얇은 뒤집어진 원뿔 모양으로 솟아 있다. 전체적으로 예쁜 디자인이라서인지 맥주잔으로 사용되던 것이 종종 바텐더들에게 다양한 테크닉을 구현해야 하는 크고 긴 잔이 필요할 때 칵테일에도 자주 사용되는 맥주 글라스이다.

 

4. 머그 스타일

 

일본과 한국에서 ‘조끼’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흔히 호프집이라고 부르는 맥주집들에서 사용하는 잔이다. ‘조끼(ジョッキ)’라는 말은 일본어에서 온 것을 한국에서 의미도 모른 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한때 유행했던 호프집 이름 ‘조끼조끼’도 여기에서 왔다.) 이 단어는, 영어의 ‘저그(jug)’라는 액체를 담는 용기의 한 종류에서 유래한 것인데 실제 저그(Jug) 자체는 맥주잔보다는 입구가 넓은 물병의 형태에 더 가깝다. 실제로 이 잔의 형태는 머그라고 부르지 않고, 정식 명칭은 ‘탱커드(tankard)’라고 한다.

 

아주 오랜 시대부터 사용된 가장 일반적이라고 불리는 맥주잔으로, 입구나 밑단이나 똑같이 넓고 원통 모양으로 생긴 손잡이 달린 투박하고 큰 맥주잔을 통칭한다.

 

오래된 역사라고 언급한 것처럼 본래는 유리가 아닌, 그냥 통나무 속을 파 다듬어 만든 목제잔부터 발전하여 토기, 도자기, 금속, 유리 등등 오랜 역사 동안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지며 발전해왔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연식에서 알 수 있듯이 특별한 맥주의 종류를 위해 고안된 잔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도수가 낮아 대량으로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목 넘김을 중시하는 라거 계열에 어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맥주잔의 형태에 따라 가운데 부분을 부풀린 것도 머그 형으로 치는 모양이지만, 오히려 정반대로 줄였다면 플루트형에 가깝게 된다.

 

일반적인 호프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데에는 실용적인 이유가 큰데, 하단이 아닌 측면 손잡이가 별도로 만들어져 있어 손으로 직접 잔을 잡지 않아 체온으로 맥주가 미지근해지거나 취기가 올라 습기에 의해 잔을 놓치는 문제 등을 확실하게 방지할 수 있고, 무게나 두께가 있어 건배를 하며 자칫 취기에 의한 객기로 깨지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대개 300cc, 500cc, 1000cc로 구분해서 맥주잔을 만드는데, 1000cc가 넘어가는 맥주잔은 직접 마시는 용도가 아니라, 호프집에서 판매용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 생맥주를 따라주는 용기로 사용하는 용도라서 안전상 유리가 아닌, 이중 플라스틱 구조로 만들어진다.

 

5. 고블릿형&튤립형

플루트형과 비교할 때, 높이는 거의 비슷하지만 밑 부분이 와인잔의 손잡이와 같은 형태로 제작되어 있어 체온을 통해 향이 발산되는 데에 유리한 구조를 지닌다. 실제로 해당 맥주잔으로 맥주를 마실 때도 아래 손잡이 부분을 잡고 맥주를 마신다.

 

위로 갈수록 방사형으로 퍼지면 고블릿형이라고 하고, 반대로 위로 갈수록 다시 안으로 오므라드는 형태를 보이면 튤립형이라고 구분한다. 높이나 입구 대비 중간지점의 폭 부분에 대한 차이만 있을 뿐 최하단 손잡이가 있다는 형태는 거의 동일하다.

 

고블릿형은 벨기에 트라피스트 비어 전용으로 사용하고, 튤립형은 벨기에 스트롱 에일 전용으로 사용하는데, 일반적으로 향이 좋은 에일 맥주에 주로 사용한다. 또한 풍부한 거품을 즐기는 데에도 의의가 있는 잔이므로 만약 유럽에 가서 다른 잘 아는 사람이 시켜준 맥주라거나 수제 맥주 전문점에 가서 시켰는데 바텐더가 이 잔에 맥주를 준다면 시원하게 벌컥벌컥 마시는 무식함을 보여주기보다, 천천히 향을 음미한 후 맛을 충분히 즐기는 방식으로 마시는 편을 권장한다.


맥주의 종류에 따라 거품이 유달리 많이 나오는 맥주가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고블릿형의 잔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거품보다는 그윽한 향이 중심이 되는 종류의 맥주라고 판단될 때는 튤립형을 사용하는 것이 맥주의 맛을 최고로 구현할 수 있는 팁, 되시겠다.

이 고블릿형으로 일반에도 많이 소개되어 유명해진 것이 스텔라 아르투아의 전용잔인 챌리스라는 잔이다. 심지어 스텔라 아르투아를 마셔보진 못했으면서 이 잔은 광고나 영화에서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있을 정도로 상당히 매체에 많이 노출되었던 잔이기도 하다. 번쩍이는 금색 왕관 팁과 붉은 로고가 인상적으로 고블릿형의 맥주 글라스의 대명사처럼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잔의 오리지널은 당연히 해당 맥주 브랜드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벨기에의 파샤바체 공장에서 제조되어 물 건너오는 물건이기 때문에, 모양만 흉내 낸 싸구려 중국제와는 분명히 차별성을 갖는다. 챌리스가 인기를 끌면서 스텔라 측에서는 한정판 맥주잔도 많이 출시했는데, 그중에 유명한 것으로 챌리스 하나당 물 부족 국가의 1명에게 5년간 깨끗한 물을 지원하는 기부행사를 진행하는 한정판 상품이 매년 출시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해외 맥주 출시 이벤트를 하면서 맥주잔과의 패키지를 파는 것은 단순히 잔을 넣어주는 것이 아님을 눈여겨보면 해당 맥주의 특징을 알고서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맥주의 종류는 어떻게 분류하나요?

말 그대로 전 세계의 맥주 종류를 세세한 스타일별 분류까지 치면 수백 종류가 넘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맥주는 발효하는 방식으로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자연 발효하는 ‘랑비크’와 상면 발효하는 ‘에일’, 하면 발효하는 ‘라거’가 바로 그 세 가지 종류에 해당한다. 물론 스타일 별로 구분하게 되면 발효방법 이외에도 색깔 그리고 지역적 특색과 역사적으로 어떤 계열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자연발효는 그냥 놔두는 것이기 때문에 방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여, 상면발효를 하는 ‘에일’과 하면 발효를 하는 ‘라거’ 그리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위 두 가지 과정을 모두 거치는 ‘하이브리드’의 세 가지로 나누기도 한다.

 

여기에서 에일은 또 세분화되는데, 브라운 에일을 기점으로 그것보다 옅은 경우를 ‘페일 에일’ 영역으로 분류하고, 라거에서는 메르 첸/옥토버페스트 비어를 기준으로 하여 그것보다 옅을 경우를 ‘페일 라거’ 영역으로 분류하여 구분하는데 상세한 내용은 후술 하기로 한다.

 

자연발효를 한다는 랑비크(Lambic) 맥주가 뭔가요?

벨기에 파요턴란드(Pajottenland)지역과 브뤼셀 일대를 중심으로 생산되는 자연 발효식 맥주를 의미하는데, 영어로는 ‘람빅’이라 발음하고, 프랑스어로 ‘Lambic(랑빅)’이라 발음하며, 네덜란드어로 ‘Lambiek(람비크)’라고 발음하는데, 이 이름은 파요턴란드 할러(Halle)의 렘비크(Lembeek) 마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먼저 이 맥주가 에일에 속하는가 라거에 속하는가 하는 논란이 있지만 의미 없는 논쟁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에일의 효모는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에 라는 효모 속(屬)이고, 라거는 사카로마이세스 페스토리아누스 효모 속(屬)이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상면발효와 하면 발효는 효모 종에 따라 나뉘고 발효의 형태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때문에 랑비크는 전술한 바와 같이 자연 발효 쪽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에일이나 라거와 구분된다.

일반적인 맥주와는 달리, 인공적으로 배양한 효모를 사용하지 않고 대기 중에 떠도는 여러 균체를 이용해 순수 자연적인 환경에만 의지해 발효시키는 맥주, 되시겠다. 이러한 자연적 방식으로 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맛에서 인공 발효방식보다 훨씬 강렬한 신맛과 시큼할 정도의 상큼함, 그리고 균류 특유의 꿉꿉한 듯한 냄새와 입안에 들어갔을 때 조금 떫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둔탁한 질감과 약간 쉰듯한 뒷맛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초심자들은 결코 마실 수 없다고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상한 것이 아니냐고 묻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도 김치를 상했다고 하지 않고 묵은 지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랑비크 맥주는 결코 맛이 변하지 않는다. 물론 김치와 같이 잘 밀봉되어 있고 적절한 온도를 지키며 직사광선을 피해 준다는 전제하에.

 

맥주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으며 발효의 제어가 힘들지만, 양조에 성공했을 때의 맛과 향의 종류가 풍부하고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 풍부함과 다양함은 맥주의 다양한 스타일을 숙지하고 만들 수 있는 맥주 양조 전문가에 한정된 이야기일 뿐, 아무나 그렇게 만들 수는 없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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