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세기 구한말 때 서구 문물이 들어오면서 함께 유입된 게 최초로 추정한다. 일제강점기까지 맥주는 상류층들이나 마시는 극소수들만의 향유품이었다. 한국에서 맥주가 처음 생산된 것은 1933년, 일본의 대일본맥주(주)가 조선맥주(하이트맥주 전신), 기린맥주(주)가 소화 기린맥주(오비맥주 전신)를 설립하면서부터였다.
1945년 광복과 함께 두 맥주회사는 미군정에서 관리했다가, 1951년에 민간에 불하되었다. 1992년에는 진로쿠어스맥주(주)가 설립되면서 하이트맥주, OB맥주, 카스맥주 등 3개 회사에서 맥주를 양조하게 된다. 이후 카스맥주가 OB맥주에 인수되었고, 현재는 하이트진로(주)와 OB맥주(주)의 두 회사에서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수질 문제 때문에 맥주를 마셨다?
앞서 설명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맥주를 마신 주된 이유가, ‘오염된 물을 마시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영미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되는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동이 필수였던 수렵생활 시기부터 맥주를 마셨다는 사실이 유적 발굴을 통해 증명되면서 ‘식량 대용품이자 기호식품으로 선호한 것’이라는 의견이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기록으로 증명되는 중세 유럽의 경우, 당시 사람들은 물의 등급을 나누어 좋은 물과 나쁜 물을 나누었는데, 가장 좋은 등급의 물로 ‘빗물’을 마셨다고 한다. 게다가 고대 그리스 시기부터 이미 물을 끓이면 나쁜 것들이 제거된다는 사실을 체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중세에는 당연히 일반화되어 물을 끓여 마셨기 때문에 오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중세의 기록에, 갈증에 맥주가 더 좋은가 물이 더 좋은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이 발견되면서 단순히 물이 오염되어서 어쩔 수 없이 물 대용으로 맥주를 마셨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긴 하다.
10세기 영국 수도사 앨프릭 바타는 와인을 부유한 사람이, 맥주는 가난한 자이, 물은 가장 가난한 자들이 마시는 음료라고 기술했는데, 이는 와인과 맥주, 물이 일종의 음료로 모두 사용되었고, 오히려 기호식품으로서 빈부 격차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음을 증명하는 자료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맥주의 경우 다른 주류에 비해 알코올 함량이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의 맛 즉 수질이 술의 맛을 좌우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작 물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맥주를 만들어 마셨다는 것은 조금 앞뒤가 안 맞는다는 합리적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맥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간단하게 맥주의 제조과정을 간략히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맥아 제조
: 먼저 보리를 물에 48시간 이상 부풀려서 발아가 일어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녹말 분해효소가 활성화가 되기 시작하여 녹말을 분해하여 떡잎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일단 발아가 시작이 되면 따뜻한 가마 같은 곳에서 말린다.
2. 분쇄
: 다음으로 맥아를 으깨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껍질까지 완전히 가루가 될 정도로 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탄수화물과 당류가 들어 있는 떡잎이 껍질과 알갱이로부터 분리될 수 있도록 한다.
3. 맥아즙의 생성
: 분쇄가 완료가 된 것에, 따뜻한 물을 첨가하여 녹말 분해효소를 활성화시켜 남아있는 녹말을 포도당, 맥아당, 맥아 3당 등으로 당화 시켜서 맥아즙이 만들어지도록 한다.
4. 맥아즙의 분리 및 살균
; 만들어진 맥아즙을 분리하여 호프나 그루이트 그리고 과일 등을 첨가하여 끓인다. 이 과정에서 고온에 의해 호프나 그루이트의 쓴 향과 과일 향이 더 잘 우러나오고 발효에 방해가 되는 세균이나 다른 미생물들이 살균된다.
5. 발효
: 찌꺼기 등의 고형물을 제거하고 효모가 자랄 수 있는 온도까지 급속으로 식혀서 효모를 첨가하고 발효를 시작한다.
6. 숙성
: 발효가 완료되면, 맥주를 다른 통으로 옮겨서 향을 더 부드럽게 만들거나 방해가 되는 맛을 제거하기 위해 숙성을 시키는데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수개월 동안 이 과정을 거친다.
7. 여과 후 출하
: 숙성이 끝나게 되면, 여과를 하고 이산화탄소를 더 첨가해 주거나 디캔팅을 한다. 생맥주로 바로 마실 수도 있고, 효모를 제거한 뒤에 오랫동안 보관하면서 마시는 방법도 있다.
맥주의 재료로 뭘 사용하나요?
맥주에는 일반 식용 보리가 아닌, 녹말 함량이 높고 단백질 함량이 낮은 맥주용 보리를 사용한다.
단백질 함량이 높으면 술로 만들 경우 잡스러운 여러 맛이 일어나며 맛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맥주 특유의 쓴맛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홉(Hob)을 넣어서 만들며 흑맥주는 검게 볶은 보리를 이용해서 만든다.
초창기 맥주를 처음 양조할 때는 홉을 쓰지 않고 ‘그루트(gruit)’라는 여러 식물의 혼합물을 이용하였는데, 주로 스위트 게일과 쑥, 톱풀 등이 사용되었다. 이후 홉이 발견되어 사용하게 되면서 영국과 독일의 찬반 논란 등이 일기는 했으나 기본적인 맥주 제조의 흐름에는 결국 홉이 그루트를 대체하게 되었다.
한편 과거에는 맥주를 맑게 하기 위해 물고기 부레를 넣었으며 이 방식은 지금도 일부 양조장에서 이어져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종이 조각, 고기, 동물의 똥 등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상한 재료들을 넣기도 했다는데, 결국 이런 위생상의 문제와 균일한 맛을 유지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맥주 순수령이 발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 것이기도 하다.
맥주는 왜 거품이 나오는가?
인공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넣지 않아도 갓 만든 맥주는 거품이 나온다. 이는 효모 때문인데, 효모가 보리에 들어있는 전분을 분해하면 에탄올과 이산화탄소가 나오게 되는데 통을 잘 막아두게 되면 이산화탄소가 술에 녹아 탄산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는 밀봉과 냉장 기술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초창기의 맥주는 거품이 거의 없었다. 때문에 지금의 맥주처럼 거품이 맥주의 생명이네 뭐네 하기 시작한 것은 역사적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은 현대에 들어오면서부터인 셈이다. 이전까지의 맥주는 탄산음료라고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요즘 집에서 양조를 배워 수제 맥주를 만드는 것이 유행인데, 탄산이 얼마나 강하게 폭발성을 가지는지 모르고 대강 일반 페트병을 사다가 터트려버리는 초보자들이 많다. 실제로 유통되는 맥주용 페트병은 일반적인 음료수 페트병보다 두께가 조금 두껍다는 점을 잘 파악하고 맥주용 페트병을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맥주 효모의 비밀은 파스퇴르가 밝혀주었다?!
앞서 산업혁명의 다양한 발명과 기술개발이 맥주의 현대화를 이룩해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특히, 효모의 경우 초창기 맥주 양조기술자들은 효모가 정확하게 어떤 물질인지에 대해 인지가 없었다. 맥주를 만들면서 사용한 양조통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통에 남아 있던 효모가 재활용되었기 때문에 그저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맥주를 만들어준다고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그 어떤 것의 정체가 효모라는 것을 명확하게 밝혀내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지에 대해 설명해준 사람이 바로 루이 파스퇴르였다.
파스퇴르의 이러한 발견 이후, 각 양조장들에서는 효모의 인공 배양 기술 개발과 개량에 구체적인 개발과 힘을 쏟게 되었고, 자연적인 변화에서 의지하고 막연히 기다리고 있던 탓에, 균질하지 못했던 맥주의 발효 과정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맥주의 품질과 양산 속도는 그야말로 비약적으로 성장을 맞이하게 된다.
맥주에 보리가 안 들어갈 수도 있다구?
당연히 맥주라고 하면, 보리와 맥아만을 넣어서 만드는 것이 정상적이겠으나, 현대에 오면서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기도 하였다. 예컨대, 쌀이나 옥수수 전분(콘스타치) 등을 섞어서 보다 부드러운 맛을 추구한 미국식 라이트 라거가 나오면서 새로운 맥주 맛을 선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라거 스타일은, 전통의 보리와 맥아만을 넣은 맥주와는 차별화되어 유행하면서 한국이나 일본의 거의 모든 대중 맥주를 이 방식으로 통일시키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제조방식은 맛을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다. 이 방식은 미국 대기업에서 맥주 제조의 원가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된 것인데, 저가의 재료를 다량 섞어서 본래의 맛이 연해진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맥주 고유의 강한 맛 때문에 기피하던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하면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 사례이다.
덕분에 맥주가 더욱 대중적으로 널리 퍼지게 되긴 하였으나, 본래의 강한 맥주 특유의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밍밍하기 그지없는 싱거운 맥주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독일에서 홉(Hob)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경멸에 마지않던 영국의 반응보다 더욱 격렬하게 이런 미국식 라이트 라거의 성공에 반발을 보이는 정통파들은 소위 미국식 라이트 라거를 ‘가짜 맥주’라고 폄하하였다.
맥주를 어떻게 포장하는가에 따라 맛이 다른가?
맥주는 다른 술과 달리 포장이 다양한 편이다. 크게 병, 캔, 생맥주의 방식 차이가 있는데, 그에 따른 맛도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는 식의 논란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면 병과 캔은 그렇다 치더라도 생맥주가 어떻게 차이가 없을 수 있느냐며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생맥주란, 원래 ‘살균 처리를 거치지 않아 효모가 살아있는 맥주’를 의미하는 단어였지만, 그것은 살균처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던 시절의 차이였을 뿐이다. 요즘 시판되는 생맥주들은 영국의 펍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캐스크 에일(Cask Ale)’과 같은 특수한 케이스에 담겨있는 것이 아니라면 국내외에 어떤 브랜드와도 상관없이, 거의 대부분 맥주의 맛이 변하는 것을 늦추기 위해 열처리, 파스퇴라이징, 혹은 필터링을 통해 살균 처리가 되어 있는 이름만 생맥주인 그냥 맥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성 기업을 통해 판매되는 맥주는 생맥주를 포함해서 포장 용기만을 달리할 뿐 그 어떤 차이도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최근 수제 맥주 열풍을 통해 소량으로 만들어지는 특수한 수제 맥주들의 경우는 분명히 맛이 다르다. 즉, 필터링하지 않은 채 냉장 유통하는 소규모 수제 맥주 제조공장들의 맥주는 맛이 다른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맛의 차이가 느껴진다며 이 의견에 동의 못하는 사람이 있을 줄 안다. 그 이유는 아주 민감한 맛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이들에게 발견되는 것인데, 같은 조건에서 보관한다는 전제에서 보면, 생맥주의 케그 통이 캔이나 병보다 변질을 막기에 유리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병은 빛에 약하고, 캔은 열에 약할 수밖에 없다. 즉, 용기의 차이가 아니라 그것을 어디에 두고 어떻게 관리했는가에 따라 미묘한 맛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호프집의 맥주가 훨씬 더 신선한 바디감을 주는 이유는, 업장에서 파는 생맥주가 상대적으로 빠른 회전율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어, 일반적으로 병, 캔 맥주에 비해 짧은 유통 기간을 갖기 때문에 훨씬 신선하고, 변질로부터 자유롭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케그 통에 맥주를 주입할 때는 캔맥주나 병맥주와는 다르게 이산화 탄소(CO2)를 주입하여 도출하기 때문에 비교적 더 풍부한 탄산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맥주가 생각보다 훨씬 만들어진 이후의 기간에 민감한 술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맥주 공장을 견학 갔을 때 나오는 맥주가 가장 맛있는 맥주라고 느끼는 것은 단순히 기분 탓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맥주 애호 전문가들은 병이나 캔 맥주를 마실 때에도 병입 된 일자나 유통기한을 반드시 꼼꼼히 보고 따지는 편이다. 계란이나 우유만 생산날짜를 보는 시대는 지났다는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