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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an 27. 2022

에일의 세계, 그 마지막 이야기

세계 맥주 기행 - 7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729


(8) 로겐비어(Roggenbier)

호밀(Roggen)의 맥아가 보리 맥아와 함께 주재료로 사용되어 만들어지는 맥주. 호밀 맥아 자체가 색이 짙은 갈색이라 외견상으로는 흑밀맥주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색과 농도가 비슷해 보인다. 다만 맛은 다른 밀맥주들과 달리 좀 알싸한 느낌을 준다.


독일이 호밀이 많이 나는 나라라서 로겐비어도 많이 생산할 것 같이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현재 생산되는 곳은 바이에른 중부의 레겐스부르크(Regensburg)를 중심으로 몇 군데의 양조장뿐이라 의외로 희귀한 레어템 맥주에 해당한다.


호밀이 많이 나는 지역에서는 자가 양조 혹은 크래프트 맥주 형태로 생산하는 경우가 많고, 비슷하게 호밀빵을 주재료로 만드는 저알코올 양조주 혹은 탄산음료 크바스의 제법을 응용해 허브나 과일 시럽 등을 넣은 제품도 간혹 눈에 띈다.

 

(9) 벨지언 에일(Belgian Ale)

 

A. 두벨(Dubbel)

벨기에식 발음으로는 ‘뒤벌’이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수도자들과 양조사들에 의해 양조되어 왔다. 영어로 ‘더블(Double)’이라는 의미로, 보통 맥주보다 원료가 되는 몰트의 양을 2배로 늘렸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몰트의 당이 알코올로 변하는 만큼 도수도 상당히 높은데 사실 이 정도 알코올 도수가 기본적인 벨기에의 맥주의 도수에 해당한다.


연한 적갈색 톤의 색상은 구운 몰트와 캔디 슈가에서 나왔으며 캔디 슈가에서 나온 초콜릿-카라멜, 흑설탕, 건과일류의 향과 미미한 허브, 자두, 바나나, 사과, 향신료 계열의 풍미가 다양하게 맥주 안에 감돈다. 홉을 적게 사용하기 때문에 몰트와 설탕에서 나온 단맛이 제법 강함에도 불구하고 점성이 강하지 않아 입에 엉기지 않고 깔끔하게 사라진다.


병입 숙성이 가능하며 상당한 탄산을 가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기본 6%에서 7.5%까지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는데, 일반 맥주보다는 높은 도수에 해당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마실 때 그 부분이 거부감을 줄만큼 느끼지지는 않는다.

 

추천• 브뤼흐스 조트(Brugse Zot)

벨기에 서부 브뤼흐(Brugge) 시의 De Halve Maan 양조장의 대표 제품 중 하나로 ‘브뤼흐의 어릿광대’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광대가 춤추는 그림이 라벨에 그려져 있다. 7.5%의 알코올 도수를 가지고 있는데 달달하고 적절한 알싸함이 어우러진 맥주이다.

 

B. 트리펠(Tripel)

벨기에식 발음으로는 ‘트리펄’이라고 읽는다. 두벨과 비슷하나 역시 보통 맥주보다 3배의 몰트가 투입된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벨기에의 베스트 말레 수도원에서 1932년 처음으로 양조됐는데 1956년이 되어서야 하나의 스타일로 인정받았다.


두벨과는 달리 진한 노랗고 진한 황금색의 색깔과 진한 하얀 거품을 하고 있으며 알싸하고 향수 같은 향이 나며 에스테르는 주로 오렌지와 바나나와 닮아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몰트 맛이 화사한 향기와 과일향과 어우러져 꿀, 과일맛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


홉의 풍미는 두벨에 비하면 좀 더 살아 있는 편으로 알코올 도수는 7%부터 10%까지 존재하며 품질의 우열을 가리는 척도는 바로 알코올이 맥주의 본연의 맛을 뚫고 올라오지 않도록 얼마나 잘 그 안에 갈무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고도수의 맥주임에도 불구하고 바디감이 낮은 편에 속하며 브루마스터의 재량에 따라 발효 목적으로 설탕을 첨가하기도 한다.

 

추천• 트리펄 카르멜릿(Tripel Karmeliet) 

플란데런 덴데르몬더의 가르멜 수도회의 비법을 보스틸(Bosteels)사가 1996년 복구해 양조한 브랜드로 대한민국에는 레페와 함께 처음으로 수입된 벨기에의 맥주, 되시겠다. 8.4%의 도수로 트리펠 중에서는 딱 중간 정도의 도수이지만 보리, 밀, 귀리 맥아를 주재료로 사용해 독특한 향신료 맛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맛이 대중에게 어필이 잘 되어서인지 트리펠의 끝판왕이라 인정받는 제품으로 트리펠 중에서만 비교했을 때에서 항상 수위에 꼽히는 라인업이다.

 

C. 쿼드루펠(Quadrupel)

벨기에식 발음으로는 ‘쿼드뤼펄’이라고 읽는 이른바 벨기에 맥주의 끝판왕. 라 트라페에서 처음으로 고안된 스타일로 가장 강한 도수와 맛과 향을 자랑한다. 진한 적갈색에서 검은색의 색상을 가지고 있으며 강한 에스테르, 주로 검은 과일류의 향기나 구운 맥아 향기, 강한 바디감과 강한 몰트 맛을 가지고 있으며 중간 정도의 페놀과 홉의 쓴맛이 강한 단맛을 억제하여 거부감을 줄여 준다. 알코올 도수는 9%부터 12%까지 존재한다. 맥주 세계의 정점이라 불리는 베스트블레테렌 12가 바로 이 스타일, 되시겠다.

 

추천 •베스트블레테런 12(Westvleteren XII)

그 유명한 베스트블레테렌의 정점으로 꼽히는 맥주. 알코올 도수는 10.2%로 단맛이 잘 억제되어 있으며 알싸함과의 조화로운 정석적인 쿼드루펠로 밸런스가 무엇인지 첫맛부터 끝 맛까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최고의 퀄리티를 보유한 맥주다. 병에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지만 가끔 금빛 코팅으로 XII가 적혀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수도원의 사정으로 생산량을 일시적으로 늘렸을 때에만 한정해 생산한 버전인 진정한 레어템이다.

 

추천 •세인트 버나두스  12(Saint Bernardus Abt. 12)

세인트 버나두스에서 양조하는 맥주로, 수도원과 30년 계약으로 기술 제휴생산을 하기 시작했으며 베스트블레테런 12를 생산하던 설비를 통째로 들여와 생산한다. 현재는 수도원과 관계를 청산했지만 30여 년이라는 계약기간 동안 수도자들의 기술을 직접적으로 전수받아 트라피스트 에일과 동등한 퀄리티를 내는 노하우를 충분히 터득한 만큼 퀄리티는 그 전보다 오히려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10%의 도수로 유사품(?) 치고는 초고퀄에 속하기 때문에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베스트블레테런 12만 과도하게 찬양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러나 베스트블레테런 12와 압트 12를 비교 시음해보면 대체적으로 압트 12가 단맛이 약간 더 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 플랜더스 레드 에일(Flanders Red Ale)

벨기에 서부 플란데런 지방에서 생산되는 신맛이 강한 맥주. 이름 그대로 특유의 빨간색과 마시는 순간 짜릿하게 느껴지는 신맛이 와인이라는 착각을 하게 할 정도로 독특하여 꽤 유명하다. 그러나 실제로 포도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재료는 보통 맥주와 동일하게 맥아와 홉뿐이라는 점이 더욱 놀라운 사실. 더 신기한 점은 이 맥주의 기원이 다름 아닌 영국의 포터, 스타우트와 기원이 같다는 점.

 

일단 상면 발효식으로 발효되는 맥주인데 젖산균을 맥즙에 첨가시키거나 발효 중에 첨가 또는 감염시키는 방법으로 양조한다. 그래서 특유의 신맛을 갖게 된 것이다. 자칫하면 산패될 수 있는 공정을 시도하여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는데, 젖산균이 제대로 맥주를 완성하도록 숙성시키기까지는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제조공정만 얼핏 보면 랑비크와 유사한데 효모는 다른 것을 사용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거의 비슷한 공정이다. 보통 오크 배럴을 이용하며 붉은 색상을 주는 몰트, 주로 비엔나 몰트가 사용되어 홍차 색깔을 띠게 한다. 뿐만 아니라 괴즈처럼 숙성이 짧은 원액과 길게 숙성된 원액을 섞어 병입 숙성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맛과 향은 신 과일류(체리, 자두, 포도, 베리, 귤 등 구연산이 함유된) 계통의 느낌을 주기 때문에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편. 홉이 들어가긴 하지만 랑비크처럼 묵은 홉을 사용하여 홉 특유의 풍미를 나지 않도록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홉이 들어감으로써 탄닌 성분에 의한 떫은 맛이 신 맛과 어우러져 레드 와인과 비슷한 식감을 낸다.


그래서 맥주임에도 불구하고 랑비크와 함께 포도주에 가장 가까운 풍미를 내는 맥주 중 하나. 조금 심한 경우, 포도주 잔에 따라 대접하고 맥주라고 말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정도. 흔히 농담으로 거품이 있는 포도주라고도 한다.

 

이런 특성상 현재 남아있는 플랜더스 레드 에일을 양조하는 양조장은 단 십여 곳 만이 현존한다. 하지만 그 특유의 매력이 전 세계 크래프트 맥주 업계에 어필이 되었는지 수많은 마이크로 브루어리에서 양조에 도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직 플란데런 지방에서 생산된 것만 플랜더스라는 명칭을 쓸 수 있으며, 그 외의 지방에서 생산된 제품은 ‘사워 에일’이라는 이름으로 불러 구분한다.

 

추천 • 로덴바흐 그랑 크뤼(Rodenbach Grand Cru)

벨기에 로셀라레(Roselare) 시의 로덴바흐 양조장의 대표 레드 에일로 1977년 비어 헌터 마이클 잭슨에 의해 처음으로 발굴되어 레드 에일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았다. 로덴바흐 사의 비법으로 블렌딩 되는데 단맛이 매우 적은 편이고 강한 탄산만 빼면 와인과 정말로 착각할 만큼 인상적인 맥주. 사워 에일의 터줏대감 중에서는 캔 제품도 생산해 유통한다.

 

추천 • 뒤셰스 드 부르고뉴(Duchesse de Bourgogne)

‘부르고뉴의 공작부인’이라는 이름답게 라벨에 한 여성의 초상화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부르고뉴 공작 용담공 샤를(Charles the Bold)의 딸 마리인, 훗날 신성로마제국의 막시밀리안 1세의 부인이 되지만 낙마사고로 요절한 인물이다.


벨기에 비흐터(Vichte) 베르하게(Verhaeghe) 양조장의 대표 맥주로 몰트 제조도 겸하는 곳이다. 맥주 원액을 1, 2차 발효 후 오크통(Oak Barrel)에서 18개월간 숙성시킨 뒤 오크통(참나무통)에서 숙성되는 동안 오크통에서 배어 나온 탄닌 성분으로 인해 신맛과 떫은 맛 그리고 과일을 연상시키는 맛이 함께 배어들게 된다.


숙성을 마치면 18개월 숙성시킨 원액과 8개월 숙성시킨 원액을 블랜딩 하여 병입 한다. 플랜더스 레드 에일 중에서는 단맛이 좀 더 강한 편. 사워 에일 입문용으로 자주 추천하는 라인업이다.

 

추천 • 뀌베 데 자코방 루즈(Cuvee Des Jacobins Rouge)

반데르휜스터(VanderGhinste) 양조장에서 만들며 18개월을 코냑 배럴에 숙성시켜 만든다. 모든 사워 에일 중 가장 강렬한 신맛을 자랑한다. 보통 정도의 탄산과 강렬한 신 맛이 어우러져 특유의 톡 쏘는 인상적인 맛을 선사한다.


그러나 신 맛에 익숙하지 않다면 밸런스가 깨졌다고 느낄 만큼 신 맛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칠 듯이 신 맛은 의외로 입에서 빠르게 정리되는 편. 이런 만큼 취향을 심하게 타는 플랜더스 레드 에일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로덴바흐 그랑 크뤼와 함께 최초로 수입된 제품 중 하나다.

 

- 우트 브륀(Oud Bruin)

영어로 번역하면, ‘올드 브라운(Old Brown)’의 의미이다. 앞서 설명했던 포터, 스타우트와 기원을 공유하는 스타일의 맥주이다. 그러나 이들과는 달리 그 흔적은 오직 몰트에서 나온 검은색만 남았고 맛과 향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다. 역시 플랜더스 레드 에일과 같은 신맛과 향을 공유하는데 색상만 검다. 이는 플랜더스 레드 에일도 똑같지만 불빛에 비추어 보면 우트 브륀은 흑갈색을 띤다는 특징이 조금 다르다.

 

전 세계 맥주 중 시장에서 가장 보기 힘든 스타일이다. 이는 몰트의 특성을 억제하면서도 검은 색깔을 내되 맥아 특유의 단맛을 억제시켜 플랜더스 레드 에일 특유의 신 맛을 유지시켜야만 하는 신비로운 특성 때문에 밸런스를 맞추기가 굉장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우트 브륀의 브랜드는 열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드물다.

 

추천 • 이프레스 리저르바(Ypres Reserva)

벨기에의 마이크로 브루어리 데 스트라우세(De Struise Brouwerij)의 대표작 중 하나로 라벨에 전쟁에 관련된 테마가 있는데 다름 아닌 제1차 세계 대전 역사에서 필수적으로 언급되는 이프르 전투를 배경으로 한 라벨 도안이다. 2011과 2012 버전이 있는데 2011은 부르고뉴 와인 배럴, 2012는 버번 위스키 배럴에 숙성시켰는데 숙성 기간이 무려 36개월이라고 한다.


우트 브륀 스타일 중에서도 알코올 도수가 8%로 매우 높은 편이나, 희미한 단 맛과 적절한 신 맛이 검은 과일류의 몰트 풍미와 어우러져 그 나름의 독특한 개성적인 맛을 자랑한다.

 

(11) 기타 에일류

페일 에일의 도수를 높인 스트롱 에일과 스트롱 에일의 일종으로 장기 숙성시키는 ‘발리와인’이라고 불리는 맥주도 있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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