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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an 28. 2022

라거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세계 맥주 기행 - 8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733


하면 발효 맥주

10°C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발효시키고, 발효 후 몇 주간 어는 점 근처의 낮은 온도에서 숙성시킨 맥주. 발효 시 효모가 맥주 바닥에 가라앉아 발효되기 때문에 ‘하면 발효’라고 명칭하는 것이다. 흔히 ‘라거’라고도 하며, 유통량면이나 인지도면에서 상면발효 맥주(에일)에 비해 대세에 속하기 때문에 현대 대중 맥주를 통칭하는 말로도 흔히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황금색에 풍부한 탄산과 청량감을 특징으로 하는 맥주, 되시겠다.

 

1. 페일 라거(Pale Lager)

가장 일반적인 라거. 연한 황금색과 적당한 쌉쌀함, 청량감을 갖는 맥주이다. 유럽 각지에서 발달한 페일 라거를 통칭 ‘유러피안 페일 라거’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브랜드로 하이네켄과 칼스버그가 있다.

 

2. 헬레스 라거(Helles; Münchner Hell)

페일 라거의 독일판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바이에른의 주도 뮌헨과 그 주변 양조장을 중심으로 주로 생산되기 때문에 ‘뮌히너 헬’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다만, 지리적 표시제 규정으로 인하여 ‘뮌히너 헬’이라는 명칭은 뮌헨 소재 양조장에서 생산된 맥주에만 붙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바이엔슈테판과 같이 뮌헨 근교에 자리 잡은 양조장에서 양조된 헬레스는 바이에른의 헬레스 맥주라는 의미로, 별도로 ‘바이리셔 헬(Bayrischer Hell)’이라고 부르곤 하는데, 현지에서는 그냥 줄여서 ‘헬레스’라고만 표기한다. 페일 라거와 느낌은 거의 비슷하며, 독일에서 필스너 특유의 쓴맛을 꺼려하는 하는 발효 맥주 애호가들이 즐겨 마시기도 한다.

 

3. 다크 라거(Dark Lager)

유러피안 페일 라거에서 파생된 흑맥주 한 종류이다. 뒤에 살펴볼 독일의 전통적인 흑맥주, 둥켈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하이네켄 다크, 코젤 다크 등이 다크 라거의 대표적 맥주, 되시겠다.

 

4. 필스너, 필스(Pilsener; Pils; Pilzen; Plzen)

체코의 플젠(Plzen: 체코의 네 번째로 큰 도시)에서 최초로 개발된 밝고 투명한 노란색의 맥주이다. 플젠에서 시작된 이후 제조법이 여러 지방으로 전파되면서 인기를 끌고 대중화되어 현재와 같은 밝고 투명한 색깔의 맥주가 주류를 이루게 하였다.


필스너 우르켈(체코), 스텔라 아르투아(벨기에), 크롬바허, 바슈타이너, 벡스, 뢰벤브로이 등 거의 모든 투명한 밝은 색의 맥주는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 같은 종류에 속한다. 그 외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칼스버그 등도 필스너의 제조법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맥주라고 분류된다. 페일 라거에 비하면 홉의 느낌이 조금 더 강하다는 느낌을 향과 맛 모두 느끼게 한다.

 

5. 둥켈(Dunkel; Dunkles)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서 주로 생산되는 라거 흑맥주다. 검게 볶은 보리를 사용하며 스타우트와 달리 하면 발효 방식으로 생산된다. ‘Dunkel’ 혹은 ‘Dunkles’라는 단어가 붙은 모든 종류의 맥주는 둥켈에 속한다. 다만, 앞서 살펴보았던 독일 밀맥주의 흑밀맥주처럼 상면 발효 방식으로 생산되는 흑맥주도 있기 때문에 에일과 라거를 착각할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짙은 검은색 때문에 매우 쓰고 진한 맥주일 것 같다는 첫인상이 있긴 있지만, 라거의 특성상 맛은 오히려 스타우트나 포터와 달리, 쓴맛이 적은 편이고 보리 맥아의 질감이 한껏 강조된 느낌을 준다.

 

6. 슈바르츠비어(Schwarzbier)

주로 독일 동부의 튀링겐과 중부(바이에른 북부)의 프랑켄 지방에서 생산되는 흑맥주로, 단맛이 적고 적당한 쓴맛과 다크 초콜릿 혹은 커피의 풍미를 가지고 있다. 둥켈보다는 맥아의 질감은 약간 떨어지는 편이다. 2차 대전 후 주산지 중 튀링겐이 동독에 속하게 되면서 둥켈에게 독일 흑맥주의 유명세를 빼앗기기도 했지만, 통일 후 생산과 판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둥켈과 함께 독일의 대표적 흑맥주, 양대산맥으로 자리매김했다.

 

7. 엑스포트(Export)

이름 자체가 ‘수출’이라는 의미를 붙인 것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내수용보다 해외 수출에 주력했던 맥주이다.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생산하는 지역 맥주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선박 운송을 감안해 도수를 좀 더 강하게 조정해 평균 5도 이상의 알코올 도수를 가지도록 제조한다. 인디아 페일 에일(IPA)의 하면 발효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IPA만큼 맛이 강한 편은 아니고, 오히려 페일 라거나 필스너보다 쓴맛이 적으면서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도르트문트 외에 뮌헨과 빈에서도 제조되고 있다.

 

8. 비엔나 라거(Vienna Lager)

미국 사무앨 아담스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안톤 드레허(Anton Dreher)가 개발한 붉은 색상의 맥주이다. 그가 뮌헨과 영국의 양조장에서 공부하며 당시 첨단 기술인 라거 맥주 양조 기법과 영국식 맥아 제조 기법을 습득한 후 했다. 오스트리아로 돌아온 후 영국식 페일 에일처럼 붉은 빛을 가진 라거 맥주를 생산했고 ‘마르첸(Märtzen)’이라 불렀다. 이후 이 맥주는 빈(Vienna)에서 양조된 라거 맥주라 하여 ‘비엔나 라거(Vienna Lager)’라고 불리게 되었다.

 

비엔나에 이어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도 비엔나 라거를 만드는 드레허의 양조장이 설립되었고, 19세기 후반 오스트리아에서 멕시코로 이민한 사람들도 멕시코에 양조장을 세웠다.


그러나 20세기 두 차례 세계 대전과 헝가리의 공산화 및 사유재산 국유화, 그리고 맥주 시장의 변화로 인해 유럽에서 비엔나 라거는 대부분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후 비엔나 라거는 빈에서 접하기 어려워진 맥주가 되었고, 오히려 멕시코나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에서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멕시코의 네그라 모델로(Negra Modelo)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비엔나 라거인 편인데, 이것은 옥수수가 첨가되어 오스트리아 오리지널과는 약간 다른 아류이다.

 

오리지널 비엔나 라거는 구리색, 옅은 붉은색, 호박색 등을 띄는 전형적인 라거의 특징을 띤다. 비엔나 맥아가 가장 적합한 맥주로, 비엔나 맥아는 비스킷이나 견과 등의 고소하고 따스한 풍미를 주며 필스너보다 살짝 짙은 색을 내게 한다.

 

9. 스팀 비어(Steam beer)

샌프란시스코의 앵커(Anchor)양조장에서 유래한 맥주로, 의미가 같은 상면발효 맥주에서 살펴보았던 덤프 비어와 반대쪽에 해당되는 라거 맥주다. 이름의 유래는, 미국의 골드 러시 시기에 변변찮은 장비 없이 맥주 양조를 하던 열악한 환경에서 맥주를 식힐 방법이 마땅치 않아 시원한 상온에 직접 노출시키는 방식을 썼는데, 그 과정에서 나오는 증기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법은 다르지만 덤프 비어와 마찬가지로 라거임에도 효모의 느낌이 살아있는 독특한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의 다른 양조장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만든 맥주는 ‘캘리포니아 커먼 비어(California Common beer)’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나왔지만, 현재 나오는 스팀 비어는 원조인 앵커 양조장의 제품만이 유일하다고 한다.

 

10. 켈러비어(Kellerbier; Zwickelbier)

‘Keller’는 독일어로 ‘지하실’라는 의미이다. 주로 바이에른 북부 프랑켄 지방에서 양조된다. 이름의 유래는, 현대화된 양조 시설이 아닌 고전적인 시설을 그대로 살려 제조해 위스키처럼 오크통에 담아 지하실에서 숙성시키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숙성 과정에서 다른 맥주들과 달리 일부러 탄산을 조금씩 빼기 때문에 거품도 적은 편이다. 또 기본적으로 효모의 여과나 잡균의 살균을 하지 않고 바로 병입해 내놓기 때문에 유통 기한이 짧은 편이다.


이 때문에 프랑켄 지방 밖에서는 맛보기 매우 힘들며, 이 맥주가 갖는 특색이 없어질 것을 감안하고서 살균하여 수출하지 않은 이상 외국에서 마시기는 유통상의 태생적 어려움이 있어, 프랑켄 지방의 지역 맥주라는 이미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는 카이저돔(1리터 캔), 벨데 나트로스토프와 아르코브로이 츠비클(생맥주) 세 종류가 들어오고 있다.

 

11. 복(Bock)

일반적인 라거와는 달리 더 많은 원료, 더 긴 발효기간을 통해 강한 맛과 높은 도수를 자랑하는 조금은 독특한 흑맥주, 되시겠다. 본래 독일에서 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 만들어 마시던 맥주로 ‘아인벡(Einbeck)’이라고 불렸으나, 바이에른의 공작 빌헬름 5세가 좋아하여 즐겨마셔서 뮌헨에서 양조하기 시작하면서 바이에른 사투리인 ‘Bock’이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


둥켈과 마찬가지로 밀맥주편에서 공부했던 ‘바이첸복(Weizenbock)’과 헷갈리지 말고 구분할 것. 워낙 특성이 강한 도수에 있어서 복 맥주는 독한 맥주라는 대중적 이미지가 확대되면서 제조 스타일과 상관없이 도수가 높은 맥주를 ‘복’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분위기도 맥주 덕후들 사이에는 좀 있는 편이다.

 

다만, 독일 현지에서는 ‘복 맥주’라고 하면 흑맥주인 ‘둥켈복(Dunkelbock)’을 의미하고 그 외의 도수가 높은 맥주는 대부분 ‘강한 맥주’라는 의미의 ‘슈타르크비어(Starkbier)’라고 부르기 때문에 다른 스타일의 복 맥주를 칭할 경우 아무 때나 붙이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니 주의할 것.

 

(1) 마이복(Maibock)

‘5월(Mai)의 복 맥주’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대로 봄에서 초여름까지만 한정적으로 유통되는 복 맥주, 되시겠다. 본래의 취지와 달리 추운 겨울이 아닌 날씨가 비교적 좋은 봄에 마시는 맥주라 복 맥주 중에서는 알코올 도수가 가장 낮은 편으로, 평균 6도 정도이다. 색상도 적갈색으로 흑맥주인 복과는 다르고, 맛도 맥아보다는 홉의 씁쓸한 질감이 강조되어 있다. 도수가 비교적 낮고 맛이 그리 강렬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복 맥주의 입문하려는 초심자들에게 종종 추천되는 맥주이다.

 

(2) 도펠복(Doppelbock)

1780년 파울라너 양조장에서 제조가 시작된 흑맥주로, 영어의 ‘Double’의 의미를 갖는 ‘Doppel’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복 비어보다 원맥즙 농도와 알코올 수치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파울라너의 도펠복인 ‘살바토르(Salvator)’가 인기를 얻으면서 유사품이 난립하자 뮌헨 재판소를 통해 ‘살바토르’라는 이름은 파울라너 양조장에서 제조한 맥주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다만 이 살바토르가 도펠복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면서 인지도를 얻게 되자 다른 양조장들도 ‘~or’ 돌림의 상표들로 도펠복을 양조하기 시작했는데, 예를 들어, 뢰벤브로이의 트리움파토르(Triumphator), 아우구스티너브로이의 막시마토르(Maximator), 아잉거의 셀레브라토르(Celebrator), 아르코브로이의 코로나토르(Coronator), 투허의 바유파토르(Bajuvator)가 있다. ~or 돌림을 사용하지 않는 도펠복으로는 바이엔슈테판의 코르비니안 등이 있다.

 

(3) 아이스복(Eisbock)

겨울에 마시는 도수가 강한 복 맥주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맥주로, 1890년경 바이에른의 쿨름바흐(Kulmbach)에 있는 양조장에서 겨울에 맥주를 만들어 냉각시키다가 일부가 얼어버리는 사고가 터지면서 우발적인 발명으로 이어지면서 탄생했다. 얼어 터진 맥주가 버리기 아까워 얼음을 걷어내고 제조해보니 더 강한 맛과 도수를 자랑하는 신종 맥주가 탄생했고, 아예 이것을 정식 제법으로 승격시켜 본격적으로 양조하기 시작했다.

 

맥아를 풍부하게 사용하는 복 맥주의 특성에 더해, 얼음으로 응고된 수분을 제거하는 빙결 증류 공정이 더해지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자연스럽게 높아지는데, 기본적으로 10도는 훌쩍 넘어간다. 일부 양조장에서는 30~40도 짜리도 생산한다. 홉보다는 맥아의 풍미가 진해서 마실 때는 못 느끼지만 마시고 나서 취기가 상당히 빨리 올라오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대개 하면 발효 흑맥주 스타일로 제조되지만, 슈나이더 아벤티누스 바이첸 아이스복처럼 상면 발효 밀맥주의 복맥주판인 바이첸복을 이런 식으로 제조해 아이스복의 라인업으로 내놓기도 한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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