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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an 26. 2022

밀맥주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세계 맥주 기행 - 6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725


(2) 스타우트(Stout)

포터가 영국 흑맥주의 대표격이라면 아일랜드 흑맥주의 대표로 꼽히는 것이 바로 스타우트 맥주, 되시겠다. 대표적으로 한국인들이 흑맥주의 대명사로 꼽는 아일랜드의 기네스가 있다. 대체로 포터보다 더 짙은 검은 색을 띠며 쓴맛도 훨씬 더 강한 편이다.


변종으로 영국에서 러시아로 수출하기 위해 알코올 도수를 7도 이상으로 높여 제조한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가 있으며 좀 더 강화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인 것은, 소주에 버금가는 15~17도까지 독하게 양조한 것도 있다. 맥주인데 독해봤자 얼마나 독하겠냐면서 벌컥거리며 마시다가 목 넘김에서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감당이 안될 수도 있으니 공부하지 않고 맨땅에 헤딩하는 짓으로 몸을 마루타로 삼지 말 것.

 

3. 알트 비어(Altbier)

독일 북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그중에서도 뒤셀도르프와 그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특히 인기 있는 지역 주류 맥주. 라거가 대세로 이미 자리 잡은 독일에서 보기 드문 에일 계통의 맥주, 되시겠다. 1838년에 마티아스 슈마허가 창립한 슈마허 양조장에서 처음 만들었다는 것이 공식적인 유래이다. ‘알트’라는 이름은 저온에서 장기간 숙성시키는 양조법에서 유래한 것이다.

포터 맥주와 비슷한 적갈색 혹은 흑갈색의 짙은 색깔을 띠고 구수하면서도 묵직한 맛으로 유명하다. 알코올 도수는 4.5~5% 정도다.


디벨스(이숨)와 프랑켄 하임(뒤셀도르프), 슐뢰서(뒤셀도르프), 가츠바일러(약칭 가츠. 크레펠트), 한넨(묀헨글라트바흐), 레나니아(크레펠트) 등이 알트 비어의 대표적인 브랜드들이다. 이웃 동네인 쾰른의 ‘쾰슈’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4. 쾰슈(Kölsch)

쾰른에서 유래한 맥주로, 페일 에일이나 스타우트, 알트 비어 등 여타 상면발효 맥주들과 달리 라거에 가까운 맑은 색과 깔끔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발효는 상면발효방식 그대로 하되 숙성을 거의 섭씨 0도의 차가운 온도에서 하는 라거의 양조 방식을 절충했기 때문에 이러한 색과 맛을 낸다. 기록에 의하며, 1910년대 후반에 처음 등장해 역사가 짧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퀠른은 물론 독일 전반은 물론 유럽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형성하고 있다.


심지어 본고장 쾰른 내에서도 법적으로 등록된 양조장이 아니면, 같은 쾰슈 방식으로 양조한 맥주일지라도 쾰슈라는 이름을 써서 파는 것이 금지되어있을 정도다. 호프집에서 마실 때는 다른 맥주들과 달리 작은 맥주잔 여러 개를 도넛 모양의 둥근 쟁반에 죽 늘어놓고 따라주는 ‘크란츠(Kranz)’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라이스도르프와 가펠, 프뤼 등이 유명한 양조장으로 손꼽히는데, 앞에 언급한 뒤셀도르프의 알트 비어와 신경전을 벌이는 라이벌이다.

 

5. 슈타인비어(Steinbier)

 

굳이 영어로 직역하면 ‘스톤 비어(Stone beer)’라는 뜻인데, 라거 맥주 항목에서 후술 할 라우흐비어, 밀맥주 항목에서 후술할 베를리너 바이세, 고제와 함께 독일어권 지역에서 가장 특색이 강한 이색 맥주로 손꼽힌다. 오스트리아의 케른텐 지방에서 유래했는데, 당시 그 지역에서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양조용 맥주통을 금속이 아닌 나무로 만들어 썼기 때문에 맥아즙을 직화로 펄펄 끓일 수 없다는 본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대신 사암 계통의 돌을 섭씨 1,000도 이상으로 뜨겁게 달군 뒤 맥아즙 통에 빠뜨려 끓어오르게 만들었고, 시간이 지나 식어버린 돌을 꺼낸 뒤 이미 상면발효 과정을 거치고 있는 맥주 속에 다시 넣는 전통방식으로 양조하였다. 이 과정에서 달궈진 돌에 달라붙어 당화 된 맥아즙이 맥주의 발효 과정에 첨가되기 때문에, 라우흐비어와 비슷하게 맥주에서 은은하게 훈제 향이 나는 특징도 보인다.

 

이후, 20세기 들어 케른텐 지방에서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양조용 통을 대부분 금속제로 바꾸었기 때문에, 생산의 주축은 오스트리아가 아닌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와 바이에른 북부 쪽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오게 된다. 양조 과정이 현대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맥주보다는 여전히 번거로운 편이고, 특히 질 좋은 돌을 계속 조달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생산자가 양조장 외에 채석장까지 보유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어서 대량 생산을 통한 대중화에는 아직 갈 길이 먼 편이다.

 

6. 담프비어(Dampfbier)

독일어로 ‘증기(Dampf)’라는 단어가 붙은 맥주로 양조 시 증기 기계를 사용했기 때문에 붙어진 이름이다. 19세기 말엽 바이에른 삼림 지대의 마을들에서 시작되었으며, 상업화된 이후에는 주로 바이에른, 라인란트-팔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방에서 만들어졌다. 다소 질이 떨어지는 저가의 원료로 만든 맥주였다. 그러한 탄생 배경 때문인지 ‘가난한 이들의 맥주(Arme-Leute-Bier)’라는 다소 의미 깊은 별명도 가지고 있다.

 

바이에른이 본고장이라 그런지, 주재료는 보리 맥아지만 효모는 밀맥주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가져다 쓰는 독특한 형태가 되었다. 흔하게 눈에 띠지는 않은 맥주로 니더바이에른 지방의 츠비젤(Zwiesel)이란 마을에서 주로 제조되고 이외에 바이로이트와 에센에도 양조장이 있다.

 

7. 밀맥주(Weizen, Weissbier)

독일, 특히 남쪽 바이에른에서 유래한 맥주로, 맥주의 원료 함량 중 밀 맥아의 비율이 50% 이상이 들어가는 맥주를 일컫는다. 밀 맥아는 보리 맥아보다 다루기가 힘들며 특유의 바나나 및 클로브 풍미를 내기 위한 효모의 발효 작용을 유발하는 과정이 힘들기 때문에, 맥주 제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제대로 맛을 내는 것이 어려운 맥주로 꼽힌다.


독일 브랜드로는 외팅어 헤페바이스와 마이셀스 바이세, 아잉어, 에어딩어, 바이엔슈테판, 파울라너, 슈무커, 아우구스티너, 프란치스카너 등의 제품이 대표적이고, 한국에 수입되어 유통되고 있는 밀맥주로는 오스트리아의 에델바이스 바이스비어 스노우프레시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제법 인지도가 있는 편이다. 엷은 색과 부드러운 촉감, 풍부한 맛과 향이 특징이다.


미국식 라거와 상극이면서도 쓴맛은 적고 독특한 풍미가 있어 한국의 밍밍한 맥주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본토 맥주에 입문하려는 초보자들에게 추천되는 맥주 중 하나이다. 밀 막걸리를 마셔본 사람들은 맥주임에도 불구하고 그 맛과 향이 밀 막걸리와 비슷하다는 감상을 많이 내놓는다.

기본적으로 밀맥주에는 효모가 포함되어 있어 잔에 따랐을 때 뿌옇게 보인다. 이 때문에 헤페바이스 병맥주에는 ‘자연스럽게 탁함’이라는 의미의 ‘naturtrüb’라는 단어를 표기하기도 한다.

라거 맥주에서 후술할 둥켈이나 복맥주 스타일의 흑밀맥주도 있다.


효모를 거른 크리스탈을 제외하면 병맥주를 잔에 따를 때는 마지막에 약간의 맥주를 남겨놓고 막걸리처럼 병을 흔들어서 바닥에 깔려있는 효모를 같이 잔에 붓는 방식으로 따라 마셔야 밀맥주의 진정한 맛을 느껴볼 수 있다.

 

(1) 흑밀맥주(Dunkelweizen, Dunklerweizen)

밀맥주의 변형 형태의 하나로, 흑맥주를 만들 듯이 맥아를 검게 볶아서 제조한다. 이러한 방식 때문에 흑맥주로도 분류되는데, 밀맥주가 상면발효 방식에 속한다는 점에서 하면 발효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둥켈이나 슈바르츠비어와는 아예 다른 맥주이고 포터나 스타우트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


겉보기에는 짙은 흑갈색을 띠고 있어서 쓴맛이 강하다고 미리 생각할 수 있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흑맥주는 비주얼적인 부분일 뿐, 기본적으로 밀맥주이므로 비교적 향이 풍부하고 맛도 은은하다. 스타우트가 너무 진해서 마시기 불편하다는 이들이 정통 흑맥주로 가기 전에 마시기 좋기 때문에 선호하는 편. 상면발효 방식을 선호하는 이들 둥켈을 좋아한다고 하면 대개 흑밀맥주를 의미하는 것이다.

 

(2) 크리스탈 밀맥주(Kristallweizen)

기본적으로 밀맥주와 제법은 동일하지만, 제조 과정에서 효모를 걸러버리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이 때문에 다른 밀맥주와 달리 탁한 느낌이 아닌 페일 라거나 쾰쉬에 가까운 맑고 옅은 노란색을 띠며, 효모가 빚어내는 복잡한 풍미가 없어 깔끔한 맛의 밀맥주를 원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3) 바이첸복(Weizenbock)

하면 발효 고도주의 대명사인 복맥주를 밀맥주 버전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주로 겨울철에 많이 소비되기 때문에 일반 밀맥주보다 맥아 함량이 높고, 도수도 당연히 높아진다. 다만 밀맥주 특유의 향미와 풍미 덕에, 독한 맥주임에도 알코올 기운이 바로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보드카 때 설명했던 것처럼 한국식으로 마시다가는 어느 순간 필름이 끊길지 모르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4) 벨기에식 밀맥주(불어 Bière blanche; 네덜란드어의 한 계통인 플라망어 Witbier)

벨기에 지방에서 생산되는 밀맥주를 통칭하는 단어이다. 맥주 순수령에 따라 밀 맥아와 보리 맥아만 쓰는 독일식 밀맥주와 달리 오렌지 껍질이나 고수의 잎 또는 씨앗 등의 향신료를 가미하기 때문에 오렌지 껍질 특유의 시큼 쌉싸름한 풍미와 고수 특유의 향미가 더해져 있고, 밀 맥아 외에도 거칠게 빻은 생밀을 같이 넣어 양조하기 때문에 생밀에서 생성되는 밀단백의 영향으로 색이 독일식 밀맥주보다도 더 뿌옇다. 한국에서는 벨기에의 호가든과 프랑스의 크로낭부르(크로넨버그) 블랑이 유명하다.

 

(5) 미국식 밀맥주(American Wheat)

 

효모에 의한 향미를 강조하는 독일의 밀맥주와 달리 효모의 향미를 최소화하고 밀 맥아와 미국 홉(Hob)의 향과 맛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라 미국식 밀맥주라 불러 기존의 스타일과 구분한다. 국내 편의점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Goose Island의 ‘312 Urban Wheat Ale’이 바로 이 미국식 밀맥주에 해당한다.

 

(6) 베를리너 바이세(Berliner Weiße)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베를린에서 만들어진 밀맥주를 의미한다. 다른 밀맥주들과 달리 ‘~bier’가 아닌 것이 독특하다. 굳이 그렇게 된 이유는, 맥주 순수령에 따라 제조되는 일반 밀맥주와 달리 효모 외에 젖산균이 첨가되기 때문이다. 젖산균이 발효 과정에서 발산하는 젖산 때문에 신맛이 생각보다 강한 편이다.


그리고 젖산균 외에 랑비크 맥주처럼 다른 균들이 들어가는 경우도 제법 있기 때문에, 랑비크 만큼은 아니지만 꾸릿한 향미도 조금 느껴진다. 이 때문에 어지간한 애호가를 제외하면 베를리너 바이세만 단독으로 마시기보다는 여러 종류의 과일 시럽을 까넣어 신맛과 꾸릿한 향미를 억제한 칵테일 맥주처럼 즐기는 경우가 많다. 알코올 도수는 3~4도 정도로 약한 편이다. 쾰른의 대표 맥주인 쾰쉬처럼 베를리너 바이세도 베를린에서 생산되는 맥주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상표 등록이 되어 있다.

 

(7) 고제(Gose)

독일 중부 니더작센의 고슬라르(Goslar)에서 유래한 밀맥주로, 라우흐비어와 슈타인비어, 베를리너 바이세 등과 함께 독일 맥주계 중에서도 이단아로 손꼽히는 독특한 밀맥주다. 발효 과정을 효모와 젖산균 등이 함께 주관하는 것은 베를리너 바이세와 유사하지만, 여기에 벨기에식 밀맥주처럼 ‘고수’를 넣고 또 소금까지 첨가하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이 때문에 젖산균이 빚어내는 신맛+고수 특유의 향미+가염 한 짭조름함이 더해져 굉장히 취향을 타는 맥주가 되었는데, 워낙 기존의 양조법과는 다르고 맛도 대중적이지 못한 탓에 산지인 고슬라르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지역특산주로 주저앉은 경향이 있다.

 

2차 대전 후 라이프치히의 양조 기술자 프리드리히 부르츨러가 고제 맥주의 제법을 배워서 라이프치히에 양조장을 만들어 생산하며 한때 동독 특산 맥주처럼 되기도 했지만, 1966년에 생산이 중단되며 잊혀질 뻔하다가 1986년에 다른 양조장을 통해 재개되는 등 이런저런 수난을 겪었다. 통일 후에도 고슬라르와 라이프치히에서만 제조되고 소비되는 지역 특산 맥주의 한계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진정한 맥주 마니아라면 한 번쯤은 꼭 마셔볼 만한 숨겨진 한정 아이템 취급받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의 크래프트 양조장도 제조에 도전하여 대중화의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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