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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an 30. 2022

중국 맥주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세계 맥주 기행 - 10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740


중국의 맥주

컴퓨터를 컴퓨터라고 부르지 않는 몇 안 되는 국가 중에 가장 큰 나라 중국. 중국어로 맥주는 ‘피지우(啤酒)’라고 부른다. 이 명칭은 맥주를 일컫는 독일어 ‘Bier(비어)’를 음차한 맥주 비(啤 - 비어)의 뒤에 술 주(酒)를 붙인 것이다.

 

동양에서는 맥주가 가장 먼저 그것도 다양하게 발달한 나라이기도 하다. 청나라 말기 아편전쟁 전후 칭다오 지역이 독일에게 점령당했을 때 맥주의 본고장이던 독일의 맥주 제조법이 유입되었기 때문에 중국 맥주의 품질은 맥주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알아주는 수준이다.


유래가 유럽 맥주에서 비롯된 배경 때문에 당연히 유럽 맥주와 비슷한 맛을 보여준다.

칭다오, 옌징, 진웨이가 중국 3대 맥주로 불리며, 하얼빈, 설화 등도 제법 유명한 편이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중국에서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곳은 동북부이다. 그중에서도 하얼빈 주변 동북지역은 맥주의 주요 소비가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바이주가 절대적인 술 소비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워낙 술을 좋아하는 동북 사람들은 여름에는 독주를 마시는 대신 가볍게 더운 날씨에 물이나 음료보다는 역시나 술인 맥주를 많이 찾기 때문이다.

 

바이주편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중국인들은 맥주를 마실 때 지나치게 차갑지 않도록 살짝 미지근하게 상온에 맞추어 마시는 데 이것이 중국에 가서 맥주를 찾았을 때 한국 사람들이 가장 적응하지 못하는 문화충격의 하나이기도 하다.


전에도 설명했지만, 중국인들은 물도 냉수보다는 미지근한 물이나 온수를 선호하고 찬 음식은 몸에 좋지 않다며 꺼리는 식음료 문화가 강하게 있기 때문에, 차문화가 자연스럽게 발달한 것이다. 또 기름진 중국 요리의 특성상 찬 맥주와 함께 마시게 면 배탈이 쉽게 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 추정된다.

 

어떤 중국 맥주를 마시면 좋을지 알려주시겠어요?

 

• 칭다오 맥주(青岛啤酒, Tsingtao)

독일식의 맥주 순수령을 따라 독일 맥주의 생산 방식을 이어낸 유서 깊은 중국에서 두 번째(첫번째는 바로 아래 나온다.)로 양조된 맥주, 되시겠다. 두 번째라고는 하지만 3년 차이여서 첫 번째와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1897년, 독일군이 산둥 반도 자오저우만(膠川灣)을 점령하였으며, 1898년 청나라와 조약을 체결하여 조계지로 획득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일본제국은 연합군 편에 서서 독일의 영토였던 자오저우만 일대를 공격해 점령하였고, 패전국이 된 독일은 전쟁 배상금 대신 중국 내 조차지의 운영권을 일본에 넘기게 된다. 이후 일본이 1922년 자오저우만을 중국에 반환하여 다시 중국의 영토가 되었다. 조계지 시절 세워진 독일 총독 관저 등은 아직도 철거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다.


자오저우만(膠川灣)에서 질 좋은 지하수가 발견되면서, 1903년 8월 독일인과 영국인이 합작으로 로망 맥주 지분 유한 공사 칭다오 공사를 설립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독일에서 맥주 생산 설비와 원재료 등을 들여와 본격적으로 맥주 생산에 돌입, 3년 만인 1906년에 독일 뮌헨 국제 박람회에서 바로 금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 국공내전과 중일전쟁 등의 혼란기를 거쳐 중국 측에 운영권이 넘어가 국영 기업으로 바뀌었다가 현재의 칭다오 맥주 유한공사까지 오게 되었다. 중국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라, 미국이나 유럽의 주류 판매점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선정한 매출액 기준 세계 10대 맥주에서 2위까지 마크한 바 있다. 참고로 1위도 역시 중국산인 아래에서 다룰 중국의 국민맥주 설화(雪花, 스노우)가 차지했다.

칭다오의 맛은, 씁쓸한 홉의 뒷맛이 적고 달짝지근한 듯하면서 시원한 청량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독일식 맥주 순수령에 따른 라거라고는 하지만 차이가 있다. 전통적으로는 물, 맥아, 홉만으로 제조해야 맞는데, 칭다오는 독특하게 쌀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독일 라거를 정통으로 치는 맥주 마니아들은 밍밍한 맛이라며 비주류로 폄하하는 이들도 있긴 하다.

 

알코올 도수는 4.7%이다. 한국에서는 워낙 히트 친 유행어(양꼬치엔 칭따오~)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지만 칭다오 현지 사람들은 칭다오의 안주로 바지락을 최고로 친다. 한국에 워낙 수입량이 많아 가격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가격보다 3배를 유지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현지에서는 이미 상식이 되어 버렸지만, 생산 공장에 따라 맥주의 가격이 차등을 둔다. 1 공장 맥주부터 2 공장, 3 공장 순으로 내려가면서 가격이 싸진다.

 

• 하얼빈 맥주(哈尔滨啤酒, Harbin)

중국 최초의 맥주. 대체적으로 중국 맥주 하면 칭다오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역사적 측면에서 중국 맥주는 칭다오보다 하얼빈 맥주가 먼저 나왔다. 1900년경 만주 철도를 건설하던 러시아인 노동자이 대거 하얼빈에 정착촌을 형성하게 되면서 러시아인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국에 진출한 러시아인 주류업자가 생산, 제조한 것이 중국 맥주의 시작이 되었다.


이후 여러 번 양조공장의 주인이 바뀌다가 2004년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미국의 안호이저 부쉬 사에게 지분이 넘어간 뒤, 현재까지도 생산되고 있다. 일단 대륙 내에서의 가장 강한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칭다오보다는 맥아 향이 적고, 구수한 느낌이 나며, 탄산이 강해서 짜릿한 맛이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칭다오 맥주가 톡 쏘는 맛이 강한데 비해, 하얼빈 맥주가 조금 부드러운 맛을 내는 탓에 기름지거나 맛이 강한 음식들과 굉장히 잘 어울려 오히려 양꼬치에는 칭다오보다는 하얼빈을 추천한다. 2015년부터 OB맥주에서 정식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 설화 맥주(雪花啤酒, Snow)

중국 동북부와 서부 쓰촨 성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국민맥주 브랜드. <블룸버그 리포트>에 의하면 2015년의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이다. 630ml의 큰 병이 기본적이며, 5.5%의 도수를 가지고 있다. 참고로 종류마다 도수가 다른데 가장 낮은 도수로 2.5% 도수까지 있는데 도수가 낮아도 목 넘김이나 청량감이 좋다는 평가로 노인과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다.


낮은 도수 라인업들이 상당한 인기를 누리면서 자연스럽게 대중성을 꽉 잡고 있다. 브랜드 명칭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순하고 깨끗한 맛이 특징으로, 칭다오에 비해 톡 쏘는 맛이 있고 탄산이 많아서 미국 맥주 브랜드인 밀러와 비슷한 느낌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 편. 상대적으로 칭다오 등의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매우 저렴하고 같은 가격에 용량도 가장 많이 담겨있는 편이라, 여러모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중국 4대 맥주의 판매 순위는 2위가 칭다오, 3위는 옌징, 4위가 하얼빈 맥주 순이다.

 

• 옌징(燕京啤酒, Yanjing)

이름인 옌징은 수도인 베이징을 옛날에 부르던 이름. 그래서 베이징을 중심으로 중국 전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중국산 맥주. 1980년부터 첫 생산되었다. 중국에서는 베이징에서만 85%의 점유율을 자랑할 정도로 베이징에서는 거의 맥주 달라고 하면 옌징을 줄 정도로 일반화되어 있는 브랜드다.


그래서인지 해외에서는 칭다오, 국내에서는 옌징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4.5% 도수를 가지고 있으며 칭다오와 비슷하지만 좀 더 부드럽지만 라거가 가진 본연의 맛과 향에 충실하면서도 가장 중국스러운 맥주라는 평가를 받는 목 넘김이 좋은 맥주.

 

• 진웨이(金威金喜, Kingway)

칭다오, 옌징과 더불어 중국 3대 맥주에 속한다고 하는데, 판매량 기준으로 하는 4대 맥주에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또 따로 3대 맥주를 언급하는 것은 어떤 기준인지 정체가 불분명하지만 중국이니까 그러려니 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현대화 맥주 생산기술 및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해서 ‘테크놀로지 킹웨이(진웨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깔끔하고 진하면서도 청량한 맛이 특징인 맥주.

 

주지앙 맥주(珠江啤酒, Zhujiang beer)

중국 광둥 성에서 생산되고 있는 맥주. 1985년부터 생산에 돌입, 세계에서 단일 공장으로는 최대 규모의 맥주 양조 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주지앙(珠江)의 영어 이름은 ‘PEARL RIVER’. 탄산감이 강하고 쌉싸름한 맛이 특징. 현지에서는 중국 남방 지역을 대표하는 맥주,

 

위하이웨이 맥주(威海卫啤酒, WEIHAIWEI beer)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시에서 생산되고 있는 맥주로 산둥성 최대 도시 칭다오 시에서 생산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맥주인 칭다오와 산둥성 북부 옌타이 시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옌타이 맥주와 함께 산둥성 지역 맥주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 오성 맥주(五星啤酒, Five Star Beer)

중국 수도 베이징에 소재하고 있는 북경 오성 청도맥주사에서 제조하는 맥주이다. 맥주 라벨에 오성을 뜻하는 별 5개가 새겨져 있다. 1915년 설립된 북경 로컬 맥주로 2000년 칭다오 기업에 인수되어 현재는 칭다오 산하의 맥주 브랜드가 되었다.

 

• 라오샨 맥주(崂山啤酒, LAOSHAN BEER)

중국의 유명 맥주 브랜드 칭다오와 더불어 중국 산둥성 칭다오 시에서 생산하는 맥주이다. 라오산 맥주 공장이 칭다오의 명산(名山) 라오산(嶗山) 자락에 위치해 있어 이름도 자연스럽게 그대로 지어졌다. 깨끗하기로 유명한 라오산 광천수로 만드는 산둥(山東)성 대표 브랜드.

 

다만 독일 식민지 시절이었던 1905년부터 생산되어 온 칭다오 맥주와 달리 이 맥주는 칭다오가 중국으로부터 반환된 뒤인 1928년부터 생산되었다. 칭다오, 위해위, 옌타이와 함께 산둥성 지역에서 생산하는 맥주이지만 판매량과 산둥성 믿 칭다오 시 현지에서의 인지도는 칭다오보다는 뒤쳐진다. 본래는 칭다오와는 다른 기업에서 생산하던 맥주였으나 이후 칭다오 기업에 인수되면서 칭다오 산하의 맥주 브랜드가 되었다.

 

• 진달래 맥주(金达莱啤酒, Jindalai Beer)

 

중국 지린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서 제조하는 맥주. 백두산 지하수로 제조하고 진달래꽃이 0.01% 함유되어 있어서 미묘하게 진달래꽃 향기가 난다. 표지 상단에 ‘연변 조선족 민족 맥주(延边朝鲜族民族品啤)’라고 쓰여있다. 러시아, 북한 등지로 수출한다고 하는데 레어템이니 한번 마셔봐도 좋을 듯.

 

• 충칭 맥주(重慶啤酒, Chongqing Beer)

훠궈(火鍋 중국식 샤브샤브)의 고장, 충칭 지역을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 줄여서 ‘충피(重啤)’라고도 부르는데 1958년부터 양조되었다. 충칭 사람들은 훠궈와 함께 충칭맥주를 곁들여 먹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궁합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2014년 충칭 시민들의 투표로 맥주의 새로운 도안을 선정할 때 압도적인 아이디어 추천으로 훠궈 도안이 당첨되었다.

 

• 하이난 맥주(海南啤酒, Hainan Beer)

중국 남부 하이난 섬에서 생산하고 있는 맥주.

중국에서 유일하게 섬 지역에서 생산하는 맥주이다. 제스피의 대륙 버전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 라싸 맥주(拉萨啤酒, Lhasa beer)

중국 티베트 시짱 자치구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는 맥주이다.맥주 병, 캔 라벨에 티베트어 문자로 작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

 

• 마카오 맥주(澳門啤酒, Macau beer)

마카오에서 생산되고 있는 맥주. 맛은 칭다오나 옌징, 설화, 하얼빈 같은 중국 본토 지역 맥주들에 비해 상당히 이질적이라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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