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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Feb 01. 2022

미국 맥주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 1

세계 맥주 기행 - 12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746


미국 맥주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미국 맥주는 글로벌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맥주는 전형적인 미국식 부가물 라거이기 때문에 쌀이나 옥수수 등을 넣은 라이트 맥주가 대세이다.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의 맥주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통 방식의 맥주를 고수하는 양조장이나 심지어 개인 양조에 대한 규제가 그리 강하지 않아 개인들이 취향에 맞게 정통 맥주를 만들어 마시는 맥주 문화가 아주 일반화되어 있다.(심지어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자신이 맥주를 직접 만들어마신다며 인터넷에 레시피를 공개한 바 있다.)


게다가 세계에서 이름 좀 있는 맥주들은 모두 미국에서 마셔볼 수 있다. 다양한 취향으로 인해 거의 모든 세계의 맥주들이 미국에는 수출의 끈을 거쳐놓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중국에서 상하이는 그다지 특색 있는 음식이 없지만, 상하이에서는 중국의 모든 지역 특산 요리를 먹어볼 수 있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특히, 설명한 대로, 개인 양조에 대한 제약이 한국에 비해 훨씬 덜 까다로운 덕분에, 지역 고유 양조장들에서 이름을 내걸고 온갖 종류의 맥주를 양조해 판다.

통상 ‘마이크로브루어리(Microbrewery)’라고 불리는 이런 소규모 양조장들은 맥주 양조에 호박이나 꿀, 베이컨 등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져, 맥주의 새로운 진화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각 주마다 해당 주에만 있는 맥주 회사나 로컬 브루어리 등이 매우 많은데, 미국에서 마셔봐야 하는 대부분 맛있는 맥주들은 거의 로컬 맥주들이다.


미국의 어떤 지역을 가든지, 바 혹은 펍에서 로컬 맥주를 마셔보면 독일 맥주가 부럽지 않은 퀄리티가 높은 다양한 라인업이 준비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너무 유명하고 라인업이 인기가 많아 기존 대형 맥주 회사들이 통째로 인수해버린 곳도 적지 않다.

2018년 기준 미국의 양조장 수는 총 7,450개에 달했는데, 이 중 대기업 계열을 제외한 크래프트 브루어리(여기에서 다시 지역, 마이크로, 브루펍으로 세분화된다)는 7,346개로 미국 내 판매량의 13.2%나 차지했다. 지역적으로는 오리건주 등 북서부와 버몬트주 등 북동부가 중심으로, 생산 총량은 펜실베이니아주가, 1인당으로는 버몬트주가 가장 많다. 남동부는 맥주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 지역적 특성이 있어, 맥주 시장은 작은 편이다.

 

미국 맥주의 종류를 좀 알아볼까요?

 

• AB InBev

한국인들에게는 이름이 좀 생소하겠지만, 현재 미국의 주류 맥주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주류 시장을 장악한 대기업, 되시겠다. 버드와이저의 제조사인 안호이저부시(Anheuser-Busch)가 벨기에/브라질 법인 인베브(InBev)와 2008년 합병하며 만들어진 대형 기업이다. 2016년에는 밀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던 세계 2위 사브 밀러(SABMiller)와 합병하면서 400종이 넘는 맥주 브랜드들을 소유한 다국적 초거대 양조 기업이 되었다.


다만 밀러 브랜드는 반독점 문제로 합병 이전에 이미 따로 매각되었으나, 이후에 구 사브 밀러 브랜드를 대거 매각하여 현재는 사브 밀러에서 들어온 브랜드는 거의 남지 않았다.

 

 버드와이저 (Budweiser)

버드와이저(Budweiser)는 그야말로 미국의 전통 라거(Lager) 맥주 브랜드를 대표하는 맥주, 되시겠다. ‘버드와이저’라는 이름은 체코 보헤미안 지방 체스케부데요비체(Ceské Budejovice)의 독일식 지명인 부트 바이스(Budweis)에서 유래한 것으로 ‘부트 바이스에서 온(From Budweis)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876년 앤호이저 부쉬(Anheuser-Busch)사의 아돌프 부쉬가 버드와이저를 탄생시켰고, 이후 약 140년간 미국을 대표하는 정통 라거 맥주로 자리매김했다. 전술한 바와 같이 2008년 앤호이저 부쉬사가 세계적인 맥주 업체인 인베브(InBev)사에 인수된 이후 미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 정복(?)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맛에 대해 간단하게 총평하자면, 부재료인 쌀의 함유량이 너무 높아 맥주 본연의 맛은 안드로메다에 보낸 상태이다.(물론 일본과 한국을 제외한 정통맥주 대비 그렇다는 것이다.) 거의 향만 날까 말까 한 미약한 몰트의 맛과 초능력에 가까운 미각과 후각이 아니고서는 홉이 들어있는지 찾아내기 힘든 맛이다.

 

• 밀러쿠어스

 

원래 밀러의 모기업이었던 사브 밀러와 쿠어스의 모기업이었던 캐나다 몰슨 쿠어스(Molson Coors)가 미국 지역 사업을 합병한 합자기업이었다. 이후 사브 밀러가 AB InBev에 인수될 때 반독점 거래의 일환으로 밀러쿠어스 지분을 몰슨 쿠어스에 매각함에 따라 2016년부터 몰슨 쿠어스의 완전자회사가 되었다. 이외에도 구 사브 밀러 브랜드의 미국 내 사업권도 갖고 있다. 덧붙여 모기업 몰슨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크다.

 

 밀러 (Miller)

원료에 옥수수를 첨가한 미국산 맥주. 이름만 보고 독일 맥주라고 착각하는 이들도 제법 있었다. 제조사는 Miller Brewing Company. 과거 필립 모리스 기호품 천국 산하였으나 2002년 필립 모리스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맥주 회사인 SAB에 매각했고, 다시 안호이저부시 인베브가 SAB 밀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반독점 행정 문제로 캐나다의 몰슨 쿠어스에 매각되었다.

 

특유의 부드러운 느낌으로 대형 할인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수입 맥주 중 하나이다. 미국 전체 판매량은 버드와이저(1위)를 뒤이어 2위. 밀러 드래프트라고 해서 생맥주도 판매하는데, 병맥주와는 다르게 달달한 맛이 강하다. 병따개 없이도 병뚜껑을 돌려서 딸 수 있는 구조로 세계맥주전문점에서는 냅킨 하나만 줘서 촌놈들을 당혹시키기도 했다.


‘Genuine Draft’라는 이름이 떡하니 쓰여있어, 양질의 ‘생맥주’라는 말을 표방하고 있지만, ‘효모가 살아있는 맥주’라는 의미가 아니라, 필터링으로 효모를 걸러내어, 살균을 위한 열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은 맥주라는 의미에서 쓰인 것이니 속지 말고 이해할 것.

 

밀러는 앞서 맥주의 물맛을 좌우하는 맛난 물의 위도 43도에 위치한 미국의 밀워키에서 창업해서 현재까지도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밀러를 비롯한 맥주 회사의 역사를 담은 것이 메이저리그 프랜차이즈인 ‘밀워키 브루어스’이다. 이 때문에 밀워키 브루어스의 홈구장 명명권을 2001년부터 2020년까지 20년간 보유하기도 했었다.

 

 쿠어스 (Coors)

 

◾쿠어스 라이트 (Coors Light)

4.5%. 어느 순간부터인가 쿠어스를 대표하는 브랜드처럼 되어버렸다. 페일 라거에 해당한다. 한국에서 카스를 만들 때 카피의 대상이 되었던 모델, 되시겠다.

 

◾쿠어스 뱅켓 (Coors Banquet)

정작 이것이 오리지널 쿠어스임에도 불구하고 쿠어스 라이트에 밀리면서 인기가 없다.

 

◾ 블루문 (Blue Moon)

미국에서 브랜드를 달고 판매하는 맥주로는 보기 드문 밀맥주 계열인데 실제로 이 맥주회사는 캐나다에 있었다. 몰슨 쿠어스(Molson Coors) 산하에 있던 한 양조장에서 1995년에 출시되면서 등장했는데, 10년 뒤 즈음인 2005년 전후로 매출이 급성장했다. 마케팅 전략으로 이 맥주를 사면, 판매처에서 오렌지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펼쳤다. (멕시코산 맥주인 코로나가 레몬/라임을 곁들여 먹는 것과 같은 전략이었다.) 알코올 함유량은 5.4%로 미국의 다른 맥주에 비해 조금 높으나 일반적인 Belgian Wheat Ale (벨기에식 밀맥주)들과 비하면 그 정도 도수가 나오는 것은 오히려 약소한 정도라 하겠다.

 

• 잉링 (Yuengling)

1829년부터 시작한 유서 깊은 양조장으로 시작하여 크래프트 브루어리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브랜드. 서부에서는 그다지 인지도가 없는 것 같지만, 동부에선 상당한 인지도와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 되시겠다. 1980년대까진 조그만 지역 양주장이였지만 후술하는 라거 맥주가 1987년에 발매되고 나서 그야말로 대박이 나서 현재는 미국 4번째로 판매량이 많은 맥주회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2020년에는 몰슨 쿠어스와 손을 잡아 서부에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언뜻 보면 중국어인가 싶은 이름은, 독일어 단어 ‘윙링(Jüngling; 사내자식)’의 J를 Y로, ü를 ue로 바꾸어 영어식으로 음차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인들도 이 발음을 제대로 하는 이들이 드물다.

 

 트레디셔널 라거 (Traditional Lager)

여러 맥주가 있지만 라거 맥주가 제일 유명하고 판매량도 회사 매출의 80프로를 책임지고 있는 주력상품이다. 도수는 4.1%로, 라거 맥주임에도 어두운 노란색을 띠고 있으며 쌉쌀한 맛을 낸다. 라거의 청량감과 홉맛을 잘 살린 편임에도 가격이 한 병에 $1도 안될 정도로 저렴해서, 좋은 라거를 먹고 싶지만 돈은 별로 없을 때 가장 추천할만한 맥주이다. 버락 오바마가 가장 좋아한다는 맥주로 언급되어 인기를 끄는데 한몫하기도 했다.

 

• 보스턴 비어 컴퍼니 (Boston Beer Company)


1984년 설립된 미국 2위의 크래프트 브루어리.

 

◦ 새뮤얼 애덤스(Samuel Adams)

엠버 라거 제품. 미국의 독립혁명 지도자 새뮤얼 애덤스의 이름을 가져왔다. 라거답지 않게 풍부한 향과 입안에 남는 쌉쌀한 여운을 남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쓴맛이 강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바디감이 강하지도 않아 라거의 변종이라고도 불리며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라인업에도 보스턴 라거, 페일 에일, 스타우트 등 온갖 종류의 맥주가 새뮤얼 애덤스 브랜드 하나로 출시되고 있다. 원조는 보스턴 라거이며 국내 유통되는 것도 보스턴 라거와 계절을 콘셉트로 한 시즈널 비어 4종(알파인 스프링-켈러비어, 섬머 에일-벨지안 윗, 옥토버페스트-마르젠, 윈터라거-윈터워머). 2011년 봄부터는 독일의 바이엔슈테판과 협력하여 만든 샴페인 에일인 인피니움도 유통되었다.

 

• 시에라 네바다 (Sierra Nevada)

 

캘리포니아주 치코(Chico)라는 지역에 있는 맥주 회사.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 내에서 크래프트 맥주 소비량 3위를 달리며 새뮤얼 애덤스와 더불어 마이크로 브루어리 투탑을 유지하고 있는 1979년에 설립된 역사도 깊은 맥주회사, 되시겠다.

 

◦시에라 네바다 페일 에일 (Sierra Nevada Pale Ale)

시에라 네바다 컴퍼니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대표 맥주. 5.6%의 도수를 가지고 있으며 잔에 따르면 투명한 호박색 빛깔을 띤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맥주가 아메리칸 스타일 페일 에일의 시조가 된 맥주, 되시겠다.


시에라 네바다 맥주회사의 창립자 중 한 명인 켄 그로스맨 (Ken Grossman)은 영국식 페일 에일과 차별되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고유한 페일 에일을 개발하려고 몰두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톡 쏘는 새콤한 느낌의 캐스캐이드 홉을 첨가하게 된다. 그 결과 맥아 성향과 과일향이 부각되는 영국식 페일 에일과 차별되는, 홉의 향과 쌉쌀함이 강조된 아메리칸 스타일의 페일 에일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맥주의 등장으로 인해 시에라 네바다의 창립자 켄 그로스맨은 단숨에 억만장자가 되었다.


한 모금 마셔보면 정통 IPA의 쌉쌀한 맛이 느껴지면서도 청량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흡사 시큼한 자몽 같은 과일향도 느껴진다. 페일 에일답게 쌉쌀한 쓴맛이 확 느껴질 정도로 홉의 맛이 강하게 느껴지면서도 특유의 쓴맛을 새콤함으로 감싸서 IPA계통을 처음 마셔보는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넘어갈 정도로 새로운 맛을 만들어냈다.


페일 에일의 쓴맛은 제대로 살아있으면서도 의외로 라거처럼 시원하게 잘 넘어가는 이 밸런스 덕분에 BeerAdvocate 같은 해외 유명 맥주 리뷰 사이트 등에서 90점대가 넘어가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맥주, 되시겠다.

한국에도 들어와 있으니 한번 마셔보면 공부하고 나서 마시는 것이라 이해도가 쭉쭉 올라갈 듯.^^*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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