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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Feb 22. 2022

아메리칸 위스키(American Whiskey)

세계 위스키 여행 - 13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822


아메리칸 위스키(American Whiskey)

미국에서 생산되는 위스키.

 

• 버번 위스키(Bourbon Whiskey)

 

아메리칸 위스키의 한 종류. 줄여서 버번 또는 버본이라고도 부른다.

 

버번 위스키의 역사

관련 문헌들의 기록에 의하면, 주원료로 옥수수를 증류한 후 숙성시켜 만든 증류주는 18세기에 등장하고, 이 위스키에 ‘버번’이라는 단어를 붙인 것은 1820년경으로로, ‘버번 위스키’라는 이름이 켄터키 지방의 위스키로서 완전히 고유 명사화되어 언급된 것은 1870년이 되어야 등장한다. 본래 발음에서도 느껴지듯이 이 명칭은 프랑스 왕조인 부르봉 왕가에서 유래한 것으로, 미국 독립 전쟁 당시 프랑스에서 도와줬다는 점을 기념하기 위해서 켄터키의 한 카운티 이름을 버번 카운티라 지은 것에서 유래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 마을에서 생산된 옥수수를 팔 방법이 마땅치 않아 위스키로 만들어서 팔았던 데서 유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버번 카운티는 조례로 금주법을 시행하고 있어 술을 제조할 수 없는 동네로 지정되어 술을 양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었기 때문에, 실제로 버번 위스키 양조의 본 고장은, 금주법의 저촉을 받지 않던 같은 주의 넬슨 카운티가 되었다.

 

버번 위스키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앞에서 먼저 공부했던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위스키는 보리나 호밀 등으로 만드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버번 위스키는 옥수수가 51% 이상 들어간 원액을 사용하고, 안쪽을 불에 태운 새 오크통을 이용해서 숙성한다. 그래서 그레인 위스키로 분류된다.

 

재료에 따른 구분이기는 하지만,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버번 위스키를 만들지도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버번 위스키 = 아메리칸 위스키’라는 표현도 틀리다고 할 수 없는 정도가 되어버렸다.


정확히는 아메리칸 위스키 중에서도 원료는 옥수수를 51% 이상, 연속식 증류기로 알코올 농도 40~50%까지 증류하여 내부를 그을린 새 화이트 오크통에 숙성한 제품만을 버번 위스키라고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켄터키 주가 아닌 인디애나 주라든지 다른 곳에서도 같은 공법으로 만들면 ‘버번’이라는 이름을 위스키에 붙이는 것은 법적으로도 실제 미국에서 통용되기 때문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


대표적으로 ‘Old Quaker’ 등의 브랜드도 버번위스키를 만드는 브랜드이다. 단, 잭 다니엘로 유명한 테네시는 2013년에 따로 ‘테네시 위스키’라는 이름으로 버번위스키의 우산에서 빠져나와 독자적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버번위스키의 이름을 사용하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정?!

스카치 위스키와 마찬가지로 버번 위스키 역시 ‘버번’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엄격한 다음과 같은 규정에 의해 제조되어만 한다.

 

1. 제작 산지가 반드시 미국이어야만 한다.

2. 최소 51% 이상의 옥수수를 증류해서 사용해야만 한다.

3. 반드시 불에 태운 새 오크통만을 사용해서 담아야 한다.

4. 증류 시 알코올 도수가 160 프루프(80%)를 넘어서는 안된다.

5. 숙성을 위해 오크통에 최초 봉입 시 알코올 도수는 125 프루프 (62.5%)를 넘어서는 안된다.

6. 오크통을 개방하고 병에 봉입 시 위스키 도수가 80 프루프 (40%)를 넘겨야만 한다.

7. 조미료/색소 등 어떤 첨가물도 일절 넣어서는 안 된다.

 


위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버번 위스키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으며, 스카치와 달리 숙성 기한에 대한 법적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러한 이유로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버번 위스키 중에는 가장 숙성 기한이 짧은 것으로 3개월 짜리도 있다. 위 조건을 모두 부합하고 추가적으로 최소 2년 이상 숙성시키고, 첨가물을 아무것도 넣지 않게 되면 ‘스트레이트 버번’이라는 이름을 붙여 출시할 수 있으며, 4년 미만 숙성한 위스키의 경우는 법률상 레이블에 반드시 숙성 년수를 표기해야만 한다.

 

그런데 버번위스키에 보이는 ‘프루프(Proof)’는 무슨 뜻이죠?

프루프(Proof)는 미국의 독자적 주류 도수 단위를 의미한다. 버번 위스키가 이 단위를 최초로 술에 적용한 모델이기 때문에 마치 버번 위스키의 도수를 의미하는 단어처럼 고착화되었는데 미국에서는 기온을 화씨로 표현하는 것이 기준인 것처럼 알코올 도수를 미국의 표준으로 삼은 것이 바로 프루프(Proof)라고 이해하면 된다.

 

기준은 100 프루프가 알코올 50도이다.

때문에 100 프루프 이상의 독한 버번일수록 상급 품질로 인정받고 대중들의 인기를 누렸다. 사실 배럴에서 숙성하는 도수가 일반적인 제품의 도수인 40도보다 높은 50도 후반~70도까지도 되었으므로 독한 버번일수록 희석이 덜 되어 출시된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쉽다.

 

버번 위스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버번의 가장 큰 특징은 버번 위스키의 산지인 켄터키 주가 갖는 특징을 그대로 반영한다. 날씨가 매우 덥고 습기가 높기 때문에, 증발되어 날아가 버리는 술(이것을 위스키 업계에서는 흔히 ‘천사의 몫’이라고 부른다.)이 스카치 대비 훨씬 많기 때문에, 숙성 년수를 올리기 위해 보관 관리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일라이자 크레이그'처럼 몇몇 특수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아무리 고급 버번의 경우에도 숙성 년수가 10년을 넘기기가 어려운 것이다.(오래 숙성시킬수록 날아가버려 양이 턱없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렇다.)

 

버번 위스키는 옥수수를 주원료로 사용하고 불에 태운 새 오크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몰트를 주원료로 하고 반복하여 사용했던 오크통을 사용하는 스카치 위스키에 비해 바닐라향과 단맛이 매우 강하게 느껴지며, 앞서 설명했다시피 증발량이 많아 원액 자체 농축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기본적인 맛 자체가 진한 편이다.

 

또한 이 증발량이라는 이슈로 인해 영국에서 생산되는 위스키와는 다른 특성을 띄기도 하는데,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아 알코올이 물보다 빨리 증발하기 때문에 숙성 년수와 캐스크에 저장된 원액의 알코올 도수(이하 도수) 사이의 그래프를 그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완만한 하강 곡선이 나타나는 영국과 달리 미국, 특히 켄터키에서는 기온이 높고 습도가 낮은 데다 숙성고마저 강한 직사광선에 노출되어 있는 지리적 특성상 알코올과 물의 증발량이 비슷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더욱 빨리 증발하게 되어 숙성이 진행되어도 도수의 저하가 크게 일어나지 않거나 오히려 높아지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미국에서는 본토 생산자들 사이에서 다년간의 경험으로 획득된, 캐스크를 이루고 있는 목재에서 향미성분(congener)을 추출하기 위한 최적의 수치인 60% 안팎의 통입도수(filling strength)보다 낮은 도수인 50~60도 사이에서 통입이 이루어진다.

단순 계산상으로는 62.5도라는 제한을 꽉 채워서 통입하는 편이 효율적이며 실제로 50도 부근에서 통입을 시행하던 증류소들 역시 최근 들어 통입 도수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캐스크 제작에 버진 오크만을 태워서 사용하도록 규정한 데다 캐스크와 원액의 상호작용이 영국보다 훨씬 격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길게 잡아도 12년 이상 숙성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통입에 높은 도수의 원액을 사용하면 적절한 숙성 및 퀄리티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특징적인 통입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영국, 특히 스카치 위스키 업계에서는 오랜 저장기간을 거친 원액이 자연적인 숙성을 거치면서 도수의 저하와 함께 향미 성분의 함유량 증가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고숙성 저도수 원액을 사용한 제품과 상대적으로 증발이 덜 이루어져 도수가 높은 원액을 희석한 저숙성/nas 제품은 서로 큰 가격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40-46도 사이에서 혼재되어 있으나 버번 위스키 업계에서는 장기간의 숙성을 거쳐도 도수의 저하가 크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저도수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별다른 향미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물을 이용한 희석이 이루어지게 되며 이는 곧 버번 원액이 가진 강력한 풍미가 희석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버번은 프로프(도수)가 높을수록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희석이 많이 될수록 가격이 떨어지고 인기 역시 높은 도수의 버번이 높았다.


이러한 미국 버번 위스키의 영향이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는다는 사실은 포트폴리오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한 잭 다니엘스에서 굳이 자사의 싱글 배럴 제품을 각각 45-47%, 50%, 60% 이상의 헷갈리는 라인업으로 나누어 발매하는 점이나, 메이커스 마크의 병입 도수를 42%로 내리겠다고 발표했다가 위스키 마니아들의 엄청난 반발을 산 점 등이 증명하고 있다.

 

버번 위스키만의 맛과 향은 어떤가요?

숙성 년수가 낮은 버번의 경우 당연히 맛은 굉장히 거칠다. 그래서 콜라 등 다른 음료를 섞어 마시는 경우가 많다. 보통 새 오크통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거나 첨가된 호밀의 영향 때문이라고 근거 없는 설명을 하는 이들도 있긴 한데, 그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새 오크통을 사용하면 진액이 빨리 강하게 배어들지만 그만큼 버번은 숙성 년수가 짧은 것들이 대부분이라 그 효과는 바로 상쇄된다. 그리고 호밀은 거친 맛이라고 하기보다는 스파이시한 느낌이고, 버번에 얼마 들어가지도 않는 호밀 탓으로 돌린다면, 51% 이상의 호밀로 만드는 호밀 위스키, 그중에서 심지어 95% 이상의 호밀로 만드는 ‘Bulleit 95’ 같은 호밀 위스키들은 엄청나게 거친 맛으로 마시기 힘들어야 하겠으나 전혀 그렇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그 설명이 얼마나 어설픈 낭설인지 알 수 있다.

 

어느 정도 숙성 년수가 된 고급 버번들은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이 보통이며 짐빔도 블랙 라벨 이상급은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이 기본이다. 사실 어느 정도의 알코올 향만 감안한다면 짐빔 화이트도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에 나쁘진 않다. 여담이긴 하지만, 시가와 함께 대표적인 하드보일드 아이템 중 하나로, 특히 금주령 시대에 마피아들이 이걸 엄청 만들어 내서 유명해졌다.

 

왜 버번 위스키에서는 오크통을 재활용하지 않나요?

일라이저 그레이그 스몰 배치

한 번 사용된 버번위스키 오크통은 ‘버번 위스키를 숙성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재활용할 수가 없을 뿐이지, 일회용으로 폐기하지 않는다. 즉, 스카치 위스키에서 와인용으로 사용했던 통을 위스키에 사용하는 것처럼 다른 술의 숙성에는 자주 이용되고 있다. 같은 증류주인 스카치 위스키는 물론, 양조주인 맥주(주로 임페리얼 스타우트) 역시 버번 오크통에 저장한 제품이 상당한 유명세를 치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새 오크통에 위스키를 장기간 숙성시킨 경우, 나무향이 너무 진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걸쭉함의 정도가 너무 심해져 사실상 상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 따라서 2~3회 정도 사용한 오크통은 나무의 힘이 죄다 빠졌기 때문에 본래 목적인 장기 숙성 목적의 사용이 가능하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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