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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Mar 02. 2022

재패니즈 위스키 - 닛카

세계 위스키 여행 - 21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856


• 닛카

일본의 위스키 브랜드. 아사히 맥주의 계열사이다.

홋카이도 삿포로 스스키노 사거리에 가 보면 이 위스키의 광고가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타케츠루 마사타카가 곧 닛카 위스키다?!

일명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 창업자인 타케츠루 마사타카(竹鶴 政孝, 1894–1979)는 히로시마현의 염전과 양조장을 경영하는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는 양조장을 하는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그중 특히 양주에 주목하였고 오사카 공립 보통학교에 재학 중 선배의 추천으로 양주회사인 세츠 주조에 입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를 눈여겨보았던 사장의 추천에 따라 위스키의 본진인 스코틀랜드 유학을 결심하였고 글래스고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한다. 그 노력의 결과로 그는 캠블튼의 Hazelburn 증류소의 공장장(Master Distiller)까지 채용되는데, 자신의 집안은 물론 아내의 집안까지, 엄청난 반대를 이겨내고 스코틀랜드 출신의 부인과 결혼을 밀어붙인다.

1920년 일본으로 귀국하여 세츠 주조에 복귀하지만 제1차 세계 대전 발발 등 위스키 제조가 여의치 않았던 상황 때문에 일단은 영어와 화학을 가르치는 교사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중 1923년 토리 신지로의 권유를 받고 파격적인 조건으로 그의 회사에 들어가서 야마자키 증류소 설립을 주도하는 등 산토리 위스키의 탄생에 큰 공헌을 한다. 일본에서 단식 증류기(pot still) 생산해본 적이 전혀 없다 보니 증류기의 설계부터 공장의 설계까지 모두 타케츠루 혼자서 기획부터 설계까지 도맡았다고 한다.


하지만 1930년대 들어 토리 신지로와의 의견 대립 등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멀어지게 되고, 결국 당초 약속했던 10년을 넘긴 1933년 산토리를 퇴사한다. 그리고 1934년 홋카이도 요이치에 <대일본 과즙>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독립하면서 완전히 결별하게 된다.

요이치 증류소

회사 이름에 과즙이 들어간 이유는 애초에 산토리에게 대놓고 위스키 제조회사로 독립한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요이치현의 사과를 이용한 사과주스회사라고 하면서 설립했기 때문이다. 사과주스를 만들며 부업으로 술(사이다, 애플 브랜디)을 만드는 척하면서 증류소를 지었다. 실제로 첫 위스키를 개봉하기 전까지 요이치 특산품인 사과를 이용한 사과주스 생산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이후 미야기현 센다이시에 제2의 증류소인 미야기쿄 증류소를 설립한다. 요이치 증류소에 비해서 좀 더 최신의 설비를 도입하였고 당연히 위스키의 맛도 차이가 크다. 요이치에 비해 셰리오크를 더 많이 사용하며 하이랜드 위스키와 가까운 느낌의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일설에 따르면 타케스루는 좀 더 정통적인 스코틀랜드 본고장 스타일의 위스키를 만들기 원했고 토리의 경우 대중적인 맛을 원했기 때문에 갈라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산토리 위스키에 비해 닛카 위스키는 몰트 느낌과 피트 느낌이 더 강하다는 것이 중평이다. 사실 타케츠루는 야마자키 증류소 계획 전에도 스코틀랜드와 기후가 비슷한 홋카이도 쪽에 증류소를 건설하고 싶어 했지만 물류 등의 문제와 소비자에게 증류소 견학을 제공하고 싶다는 토리 신지로의 생각에 어쩔 수 없이 교토 근교에 오야마자키쵸에 증류소를 건설했던 것인데 자신이 직접 회사를 설립하면서 자신이 원하던 지역에 증류소를 세울 수 있었다.

노년의 타케츠루

하지만 닛카 위스키는 1954년 회사의 투자자였던 카가 쇼타로가 지분 전제를 아사히 맥주에 팔아버려, 아사히 맥주의 계열사로 들어가게 된다. 타케츠루와 그의 양자는 명목상 닛카의 사장으로 남았으나 실제 경영권이라고는 전혀 없었고, 2011년 타케츠루 일가의 남아 있는 모든 지분을 아사히 맥주가 인수하게 되면서 타케츠루 일가는 더 이상 창업주 가문으로서의 그 어떤 지분도 없어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드라마가 대박 나면서 일본의 위스키 열풍을 몰고 오다.

타케츠루 마사타카의 이야기는 NHK에서 2014년 9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맛상(マッサン)>이라는 무려 150부작 아침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었다. 해당 드라마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코믹 로맨스물로 각색되어 제작되었다. 드라마 내에서는 실제 요이치 증류소를 비롯하여 글래스고 등 타케츠루와 관계된 곳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 드라마가 뜨면서 그 여파로 아침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일본 아줌마들을 중심으로 일본 내의 위스키 수요가 엄청나게 폭증하게 되었고, 시중에 깔려있던 일본 위스키 품귀 현상까지 일어나게 된다. 그 인기를 등에 업은 산토리와 닛카 양사는 제품군을 NAS(연수 미표기)로 재편하면서 위스키의 가격을 엄청나게 올렸다.


그렇게 가격을 올렸음에도 품귀현상 덕택에 물건 구하기는 쉽지 않았는데 그 정도가 심해져 결국 닛카는 모든 싱글 몰트 위스키의 유통을 중단하였다. 블랜디드 몰트인 타케츠루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 직접 증류소를 방문한 사람에게 한해 싱글 몰트 원액을 판매했다.

드라마가 종영된 지 수년이 지났어도 일본에서 자국산 위스키의 인기는 여전하여 그 붐이 정점에 올랐을 때의 가격에서 내려올 기미가 없다. 과거에는 싱글몰트와 높은 연수의 블렌디드에서 가성비로 장점이 있었던 일본 위스키지만, 위 드라마의 여파로 인해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지면서 한국의 위스키 마니아들은 일본 위스키를 손절하게 된다.


닛카 위스키에는 어떤 브랜드들이 있나요?

닛카 위스키의 경우 스카치위스키에 비해 큰 통을 사용하는 산토리와 달리 스카치위스키보다 작은 통을 사용하며 이는 원주와 통의 접촉면적을 더 넓게 하여 통의 향이 더 빨리 스며들게 한다. 라프로익 쿼터 캐스크와 비슷한 원리. 또한 산토리에 비해 증류소들이 다들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까닭에 스코틀랜드의 기후와 비슷하여 스코틀랜드 느낌이 좀 더 난다는 특징도 있다 한다.


- 블랙 닛카(BLACK)

블렌디드 위스키로 가장 대중적인 상품. 한국에서는 흔히 보기 힘들지만, 간혹 일본 음식점 등에서 놓고 파는 경우가 있다. 보통 하이볼 용으로 사용하는데 기본적으로 이 계통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산토리 ‘가쿠빈’에 비해서 피트의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블랜디드 위스키이며, 블랙 닛카 클리어의 경우 논 피티드 제품이다.


- 슈퍼 닛카(Super Nikka)

슈퍼 프리미엄급 블렌디드 위스키를 표방하고 나온 제품으로 1963년 타케츠루 마사타카 본인이 블랜드 하여 출시한 것에서 전통을 이어 출시하고 있는 제품이다. 산토리의 ‘히비키’에 대응하는 제품군으로 히비키에 비해서는 닛카 특유의 피티함이 강조된 위스키이다.


- 요이치

닛카 위스키의 시작을 알린 홋카이도 요이치 증류소에서 나오는 닛카 위스키를 대표하는 제품. 전통적인 석탄직화 방식의 증류기를 사용하는 요이치 증류소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재패니스 위스키 중에서는 상당히 강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피트 느낌이 상당히 있으며 파인오크 특유의 과일향이 아련히 난다.


- 미야기쿄

제2의 증류소인 미야기쿄 증류소에서 생산된 닛카 위스키의 양대 브랜드로 불리는 제품. 미야기쿄의 경우 요이치에 비해 과일향이 강조되었으며 시원한 느낌의 바디감을 갖고 있다.


- 타케츠루

창업자인 타케츠루를 기념하는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 제품. 타케츠루 17의 경우 위스키를 좀 아는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웬만한 싱글 몰트 위스키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을 정도이다.


- 애플 와인

위스키 제조를 창업 목적이 아닌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제조했던 사과 브랜디(애플 와인)도 저렴하고 맛있는 편. 요이치 증류소에서는 특별히 증류소 사진이 담긴 라벨의 애플 와인을 판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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