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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Mar 03. 2022

위스키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

세계 위스키 여행 - 마지막 이야기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860


위스키를 맛있게 마시는 법

위스키를 마시는 방법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 상온에서 그대로 마시는 법 : 니트(Neat) 또는 스트레이트(Straight)


• 물을 타서 마시는 법 : 영어로는 위스키 앤 워터(Whiskey & Water), 일본어로는 미즈와리(水割り). 탄산수를 사용하면 하이볼(High Ball)


• 얼음을 넣거나 차갑게 마시는 법 : 온더락(On The Rocks) 등.


1. 니트 혹은 스트레이트(Neat or Straight)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 마시는 가장 일반적인 음용법이며, 권장되는 음용법이기도 하다. 와인 잔이나 브랜디 잔을 사용해도 되지만 글렌캐런(Glencairn) 같은 위스키 전용의 노징 글라스(Nosing Glass)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반적인 샷 글라스(Shot Glass)를 사용하는 것도 안 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그냥 술을 마시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음미하고 맛과 향을 즐기기 위해서는 부적합하다.


맥주 편에서 공부했던 것처럼 위스키 회사에서 간혹 특별 이벤트로 브랜드에 맞는 잔을 패키지로 만들어 넣어 판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그저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해당 브랜드를 즐기는데 가장 최적화된 스타일로 만끽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를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스트레이트로 마시더라도 그냥 마시는 것이 아니다. 노징 글라스에 30~45ml가량의 위스키를 따르고 향을 음미한 후 천천히 조금씩 마시는 것이 좋다. 한 번에 마시면 높은 알코올 도수에 코와 혀가 마비되어버리기 때문에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처음에 오기 때문에 그런 방법을 사용한다.


30ml를 4~5번 정도에 나눠마신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마시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높은 도수에 익숙하지 않다면 입 안에서 침으로 희석하고 낮은 도수로 된 것으로 바꾸어 맛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싱글 몰트 위스키의 경우, 니트로 마시는 것이 정석처럼 위스키 마니아들에게는 기초 상식 음용법으로 통한다. 그래야만 본래 가진 개성을 훨씬 잘 느낄 수 있으며, 처음엔 약간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는 높은 도수인 경우가 많지만 조금씩 마시며 한 번 익숙해지고 나면 희석되지 않은 위스키에서 더 진하게 맛과 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싱글 몰트를 굳이 미즈와리나 하이볼로 마시게 되면 목 넘김이 편해지고 맛을 느끼기는 쉽지만 본래 제품을 출시할 때 조절했던 최상의 도수 하모니가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위스키를 표현할 때 말하는 기름진 느낌(oily)이나 스파이시한 맛을 느끼려면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이 좋다. 혀에 닿는 감촉이 어떤 것은 물처럼 가벼운 반면 어떤 것은 혀에 달라붙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마시고 난 뒤에 천천히 올라오는 피니시에 혀가 아릿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그것은 스트레이트 마실 경우 가장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 즐거움을 위해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위스키인지 잘 공부하고 나서 그에 맞게 마시고 즐기는 것이 최상의 즐거움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2. 위스키 앤 워터 · 미즈와리(Whiskey & Water · 水割り)

실온(찬물과 구분할 것)의 물을 적당히 섞어 마시는 방법이다. 아일랜드나 일본에서 선호하는 음용법이며, 희석과정을 통해 도수를 낮춰 알코올이 코와 혀를 마비시키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마스터 블렌더들이 시향이나 시음할 때는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40도 이상의 높은 알코올 도수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도 초심자들에게 선호되는 음용법이다.


문제는 물을 얼마나 섞는가에 대한 문제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야 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 되시겠다. 마시기 편하게 1:3~1:4으로 섞어 10도 이하로 만들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1:1 이하의 비율을 추천된다. 위스키의 향이 가장 잘 느껴지는 도수가 35도 안팎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개성이 넘치는 싱글 몰트 위스키 등에서 추천되는 비율이고, 블렌디드 위스키라면 그냥 마셔도 상당히 부드러우며 향이 비교적 약하기 때문에 이보다 덜 섞거나 아예 섞지 않는 것이 위스키 음용의 상식으로 통용된다.

또한, 높은 알코올 도수에서 오는 강한 자극은 음식과의 궁합을 해치는 요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음식과 함께 먹을 때도 물을 타 먹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따라 많은 나라에서 기름진 음식과 함께 마실 때는 탄산수를 섞는 ‘하이볼’이라는 형태로 마신다.


따뜻한 물을 섞는 음용법도 따로 있는데, 핫 토디(Hot Toddy), 오유와리(お湯割り)라고 부른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향을 느끼기 쉬워지고, 몸을 따뜻하게 해 줘 겨울철에 주로 사용하는 음용법이다.

Added Water’라고 하는 방식은 향을 풀어주기 위해 물을 극소량 첨가하는 것으로, 여기서 말하는 물을 섞어 희석하여 마시는 음용법과는 구분되니 주의할 것.


3. 온 더 락(On The Rocks)

온 더 락 글라스 또는 ‘올드패션드 글라스’라 불리는 잔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방법이다. 온도가 내려가면서 알코올 향이 덜 올라오거나 은은하게 올라오며, 얼음이 녹아 희석되면서 도수도 자연스럽게 미즈와리처럼 낮출 수 있는 음용법으로, 가장 마시기 쉽지만, 위스키 마니아들은 위스키를 망치는 방법이라며 가장 비추하는 음용법이라 비난하기도 하는 방식이다.

그 이유는, 얼음으로 인해 온도가 내려가면 위스키가 가진 본래의 맛과 향을 느끼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나 마니아들의 그러한 경고와 상관없이 위스키의 향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제법 선호되는 음용법이다.

위스키 숙성을 위한 오크통 이야기

위스키에 가장 중요한 것은 오크통이다. 위스키의 맛과 향은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오크통 숙성에서 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스키 맛을 좌우하는 절반 이상의 차이는 오크통에서 나온다는 것이 정설이다. 글렌모렌지 증류소에서는 자신들이 통에 기울이는 노력을 대놓고 ‘집착’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앞에서 공부했던 바와 같이 당연히 같은 증류소에서 만든 위스키라도 어떤 오크통에서 숙성시켰느냐에 따라 맛이 갈린다.


전통적으로 위스키 숙성에 사용되는 오크통은 셰리 운송에 사용된 로부르 참나무 오크통이었다. 이를 ‘셰리 캐스크’라고 한다. 셰리를 숙성할 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운송’할 때 사용되었던 오크통이라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고 숙성 고품질 셰리 와인을 담았던 운송용 캐스크는 뛰어난 위스키를 생산할 수 있었으나, 1986년 스페인에서 더 이상 셰리를 운송할 때 오크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함에 따라 고 숙성 고품질 셰리 캐스크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현재는 많은 증류소에서는 저가의 셰리를 이용해 셰리 캐스크를 따로 만든다. 이를 ‘셰리 시즌드(Sherry Seasoned)’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쓰인 셰리는 음용이 부적합하여 증류 과정을 거쳐 브랜디로 조주하거나 발사믹 식초로 가공된다.

운송용 캐스크가 금지된 과도기에는 페드로 히메네즈(Pedro Ximenez) 셰리를 설탕과 함께 졸여서 시럽 형태로 만들고, 이를 캐스크에 뿌려 셰리와 비슷한 풍미를 내는 방식이 유행한 바도 있었다. 이것을 ‘팍사레트(Paxarette)’라고 불렀는데, 스카치 위스키 협회에서는 이를 첨가물로 보아 금지시켰는데, 실제로는 셰리 캐스크에 비해 품질이 조악해서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셰리 캐스크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팍사레트 또한 금지된 이후에는 버번 캐스크가 자주 쓰인다. 버번 위스키는 항상 새 오크통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한 번 숙성을 끝낸 오크통은 애물단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걸 스카치위스키 증류소에서 저렴하게 가져와서 사용하는데, 셰리 캐스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며 복합적인 향이 나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위스키 생산자들은 버번 캐스크 원액과 셰리 캐스크 원액을 블렌딩 하여 출시하며, 이를 통해 위스키의 복합미를 높인다.


발베니에서는 최초로 ‘캐스크 피니시(Cask Finish)’라는 기법을 선보였는데,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된 원액을 셰리 캐스크에서 단기간 추가 숙성하여 풍미를 입히는 방식이다. 이후 많은 위스키 생산자들이 이를 따라 하면서 캐스크 피니시 기법이 정착되었다. 최근에는 와인 캐스크나 포트 캐스크 같은 셰리 외의 와인 캐스크를 사용하거나, 코냑 캐스크, 럼 캐스크 등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나무를 쓰는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구?!

오크통을 만드는 오크의 품종 역시 위스키의 맛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원래의 셰리 캐스크에는 스페인을 중심으로 서유럽 전역에서 자생하는 로부르 참나무(Quercus robur)가 사용되었다. 이 로부르 참나무의 경우, 달달하고 과일 같은 향을 내기 때문에 가장 선호되었던 나무이다.


다만, 로부르 참나무가 오크통을 만들기 적합한 수준까지 성장하기 위해서는 100~150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가가 높고 공급이 불확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서 자라며 버번 캐스크를 만드는데 쓰던 알바 참나무(Quercus alba)를 셰리 캐스크로 만드는 방법 역시 사용되었는데, 이를 ‘아메리칸 셰리 오크’라고 부른다. 알바 참나무는 70년 안팎이면 오크통을 만드는데 적합한 수준까지 성장하며 목질이 단단하고 파손이 적어 대량생산에 유리하다.


알바 참나무에서는 로부르 참나무보다 쨍한 스파이스와 바닐라를 더 느낄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유러피안 오크를 사용한 위스키를 더 상급으로 인정해주는 경향이 있다.


중부 유럽을 중심으로 자생하는 페트라 참나무(Quercus petraea)를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엔 로부르 참나무와 알바 참나무의 중간 정도 맛이 난다고 한다.

일본이나 대만에서는 신갈나무(Quercus mongolica)나 물참나무(Quercus grosseserrata)를 사용하기도 한다. 아시안 오크 또는 ‘미즈나라(水楢)’라고 쓰여있는 경우가 바로 이 참나무들을 사용한 것이다. 이들의 경우 목질이 약해 비교적 쉽게 파손되지만 다른 오크들에 비해 훨씬 부드러운 바닐라 향을 얻을 수 있다. 목질이 약하다는 단점은 캐스크 피니시 작업만 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스무편을 훌쩍 넘기며 20여일간 달려왔던 위스키 이야기가 오늘로 끝이 나네요.


<술 이야기>가 시작된지 두 달이 넘어갔네요.

재미있게 읽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와인, 꼬냑, 럼, 칵테일 등등 풀어놓은 술동이가 가득한 데 조금 지루해하시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긴 합니다. ^^;


사람들과 왁자지껄하게 웃고 이야기하며 술잔을 나누기도 부담스러운 코로나 정국에, 술 이야기를 그 날을 기약하는 마음의 여유를 함께 가져보면 어떨까하는 생각, 가져봅니다.


그럼 새로운 주종 들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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