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브랜디(Brandy)’란 용어는, 포도를 발효, 증류한 술에 붙인 명칭이었다. 그러다가 현대에 오면서 넓은 의미로 과실을 주원료로 하는 모든 증류주를 총칭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좁은 의미로는 포도주를 증류한 후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술을 가리키는데, 숙성되기 전 화이트 스피릿 상태일 때를 따로 ‘오드비’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보면, 먼저 포도 브랜디가 프랑스 서남부의 코냑 지방에서 17세기 후반부터 상업화 시대에 들어갔다. 이것이 다양화되어서 포도 이외의 과실 브랜디도 프랑스 각지에서 상품화되었다고 추정된다.
브랜디라는 명칭과 어원은 어디서 왔나요?
브랜디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것은 14세기 초, 스페인의 연금술사가 우연히 실험 도중 포도주를 증류시키면서 만들어졌다. 이를 코냑 지방에서 포도를 와인으로 만들어 다시 증류한 것으로 만들면서 ‘와인을 태운 것’이라는 뜻의 ‘뱅 블뤼(Vin Brule; Eau-de-Vie)’라고 불렀다.
이것을 그곳에 거래하러 왔던 네덜란드 무역 상인들이 네덜란드어로 직역해서 ‘브런드뱅 (Brandewijn)’이라고 불러서 수출했다. 조금 의역하자면 ‘불에 태운 술’이라는 뜻인데 ‘증류’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아시아의 증류식 소주 역시 한자로 ‘불태울 소(燒)’에다 ‘술 주(酒)’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그 의미는 역시 같은 의미, 되시겠다. 이후 네덜란드 상인들이 그것을 파는 주 대상국이었던 영국에서 이 말이 길어서 줄여서 부르기 시작한 것이 ‘브랜디(Brandy)’라는 단어의 탄생이다.
브랜디의 제조의 역사를 살펴볼까요?
보통 일반적으로 브랜디라 하면 포도로 만들지만 유럽 여러 지방에서 사과나 체리 등의 다른 과일로도 제조되고 있다. 물론 포도로 만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칼바도스, 애플잭, 키르슈 등 브랜디가 아닌 별도의 이름으로 구분하여 부르고 있기는 하다.
그 외의 브랜디 종류도 여러 다른 이름이 있는 한편, 리큐르 중에서 애프리콧 브랜디 또는 체리 브랜디로 판매되는 것 중에서는 브랜디에 과일향을 첨가한 것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포도 브랜디 제조에는 주로 ‘백포도’를 사용한다. 포도를 압착하여 과즙을 짜낸 후 발효를 거쳐 원료가 될 와인을 만든다. 만들어진 와인은 1차 증류와 2차 증류를 거친다. 재증류가 끝난 증류 원주(原酒)의 용량은 증류 전의 40% 내외로 처음 양의 절반도 채 안된다.
그렇게 증류가 완성된 원주(原酒)는 오크통에 저장한다. 포도주는 병에 저장하는데 비해, 브랜디는 통 속에서 맛이 들어가게 되고 숙성 기간이 길어질수록 품질이 좋아진다. 병입 후에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올라가지 않으니 묵혀뒀다가 재산 삼겠다는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 것.
여러 차례의 증류를 거쳐 도수가 급격히 올라가며 50~70도에 달한다. 오크통마다 장기 저장한 원주(原酒)의 주질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적당히 혼합하여 일정한 주질을 갖춘다. 이후 오크통의 찌꺼기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제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캐러멜 등 첨가물과 주정, 중성 위스키 등 기타 주류를 배합하고 기준 도수로 조정한다.
보통 정통 브랜디는 기타 주류를 배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색소나 미량의 당 등 의 첨가물은 대부분의 업체에서 ‘색깔 때문에 일정하게 만들기 위해 맞추는 용도로만 사용한다.’는 명목 하에 배합하며, 이 부분은 브랜디 애호가들에게는 비겁한(?) 변명으로 상당한 비난의 근거가 되고 있다.
배합 과정 후에도 맛을 순화시키기 위해 6개월 정도 추가 숙성시킨다. 이후 에스테르 등 증류로 제거하기 어려운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7℃에서 -10℃까지 냉동시켜 여과한다(chill-filtering).
발효 중인 포도주에 브랜디를 섞으면 도수가 올라가면서 알코올로 인해 효모가 죽어서 발효가 멈추고, 장기 보관이 가능해진다. 포트 와인과 셰리가 대표적이며 마데이라 와인도 비슷하게 제조한다. 당분이 알코올로 전환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남아 단맛을 만들어낸다.
도수도 18~20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높은 축에 속한다. 포트 와인의 경우 영국인들은 디저트용으로 애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18~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에 포트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혼블로워>시리즈, 되시겠다.
브랜디의 산지는 어디인가요?
브랜디는 향유된 층과 방식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술 자체도 호사스러운 맛과 향으로 유럽에서는 ‘술 중의 술’이라고 칭송받기도 했다.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것이 가장 질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프랑스의 아르마냑 지방도 상당히 유명한 산지이다. 그 외에 과일을 재배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브랜디를 생산한다.
동구권에서는 아르메니아가 소련 시절 브랜디를 제조하여 공산권 전역에 수출하여 선물용으로도 애용되는 등 상당히 유명세를 누렸고 냉전 이후에도 아르메니아의 주요 산업으로 브랜디를 만들고 있다. 아라라트산 동쪽 평원에서 재배되는 포도로 만든다. 국내에서도 러시아 전문 식품점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 프랑스의 코냑이나 아르마냑에 비해 맛이 순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그 외 독일에서도 ‘바인 브란트’라는 고급 브랜디가 생산되고 있다.
‘마르’와 ‘그라파’라는 브랜디와는 다른 듯 크게 다르지 않은 형제 격 제품들도 있다. 마르는 프랑스의 브랜드로 와인 제조 후 남은 찌꺼기를 재발효시켜 생산하고, ‘그라파’는 이탈리아의 브랜디로 마르와 같은 방식이다. 이런 찌꺼기(지게미)를 증류한 브랜디는 ‘포머스 브랜디(pomace brandy)’라고 부르는데 생과일을 사용한 브랜디보다는 아무래도 조금 떨어지는 제품으로 취급되는데, 포도주를 증류한 것과, 포도주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증류한 것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것도 각각의 매력을 갖고 있긴 하지만 브랜디의 진한 향에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 사실. 일부 고급 리큐르의 경우 주정 대신 마르를 기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술 중의 술’이자 술의 제왕, 브랜디?
포도주를 증류한다는 것과, 가격으로 인해 술의 제왕이라고 불린다. 브랜디, 그중에서도 코냑 생산자들이 위스키 양조장을 약간 깔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증류의 원주가 브랜디의 경우에는 포도주를 증류해서 만드는데 위스키를 만드는 이들은 맥주나 증류해서 만들고 있다며 무시했던 것이 그 배경이다. 하지만, 정작 주류 시장에서 위스키 최대 수입국 중 하나가 프랑스이고, 프랑스 내 브랜디 소비량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는 점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하겠다.
그래서 니혼슈를 공부할 때 니혼슈를 마시는 사람들을 노땅 취급했던 것처럼 프랑스 내에서는 브랜디를 노인네들이나 마시는 술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게 되었다. 역으로 위스키를 프랑스에 팔고 있는 영국이 과거부터 브랜디를 많이 수입해가는 나라이니 서로 가진 것을 교환하는 방식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브랜디의 숙성 연수 표기가 거의 영어로 되기 시작한 것도 소비자 우대 경향이 탓이다. 같은 영어권인 미국도 브랜디를 엄청나게 수입해가서 현재 세계 코냑 시장 중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고급의 브랜디는 달콤한 향이 풍부하다. 높은 도수의 술에 익숙하지 않다면 알코올 향 때문에 느끼기 어렵지만, 익숙해진다면 부드러운 맛과 향을 자랑한다. 예컨대, 아일라 위스키에 비교하자면 훨씬 부드럽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40도 이상의 술들은 풍미에서 알코올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마니아나 민감한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물론 그 차이를 잡아내거나 자신만의 선호하는 술을 찾기까지 상당한 수련(?) 기간을 필요로 하기는 하다.
브랜디도 숙성 연도를 등급으로 나눈다고요?!
코냑이나 아르마냑의 경우 고유의 표기 방법이 있으나, 프랑스 이외의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의 경우 코냑의 표기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숙성 연수를 표기하거나 회사마다의 고유한 표기법을 사용하는데, 요즘은 코냑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대부분의 나라들이 브랜디 표기법을 코냑 표기법과 동일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코냑의 숙성 연수 표기는 ‘헤네시’에서 처음으로 도입하였다.
아르메니아 브랜디의 경우 3년 숙성의 경우 ‘✯✯✯’, 5년 숙성의 경우 ‘✯✯✯✯✯’ 등 고유의 표기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VSOP, XO 등 코냑 표기법을 자주 사용한다. 이곳은 아예 ‘아르메니아 코냑(армянский коньяк)’이라는 고유 표기를 사용했다가 프랑스에게 정식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한편 스페인의 브랜디인 ‘브랜디 데 헤레스(Brandy de Jerez)’는 Solera, Solera Reserva, Solera Gran Reserva 등 독자적인 등급을 사용한다.
프랑스 국내에서도 코냑, 아르마냑, 칼바도스 등 AOC 사무국에 의해 보호, 관리, 감독되는 일부 브랜디를 제외하면 저장 연수에 대해서 V.O, V.S, V.S.O.P, X.O 등의 표기는 법적인 규정이나 구속력 따위는 전혀 없다. 후술 하겠지만 프랑스에도 온갖 이름 없는 브랜디들이 난립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XO 딱지를 붙이고 있지만, 품질은 매우 조악한 것이 현실이다.
표기법이 코냑과 같다고 생각해서 진짜 코냑이라고 착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포도주는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 워낙 차고 넘치기 때문에, 그냥 XO를 붙이고 ‘브랜디’라고만 표기하는 경우도 많다. 프랑스의 코냑, 아르마냑 이외 지역에서 생산된 여러 브랜디 역시 그러하다.
아래 정리된 사항은, 브랜디의 블렌딩 시 사용되는 원액 중 최저 숙성기간이 몇 년짜리인지 나타내는 표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브랜디에 사용되는 원액은 이보다 더 오래된 것이 들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위스키의 표기 숙성 연수가 제일 어린 원액의 연도를 나타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굵게 표기된 부분은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비공식적인 등급이다. 브랜디의 종류에 따라 같은 등급명이라도 기준이 제각각일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