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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Mar 14. 2022

제대로 된 인재를 얻는 것은 천하를 얻는 것만큼 어렵다

공이 있는 자들에게 자리를 나눠주는 어리석은 자에게.

舜有臣五人而天下治. 武王曰: “予有亂臣十人.” 孔子曰: “才難, 不其然乎? 唐虞之際, 於斯爲盛, 有婦人焉, 九人而已. 三分天下有其二, 以服事殷. 周之德, 其可謂至德也已矣.”
순임금이 어진 신하 다섯 사람을 두심에 천하가 다스려졌다. 무왕이 말씀하셨다. “나는 다스리는 신하 열 명을 두었노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인재를 얻기가 어렵다더니 과연 그렇지 아니한가? 唐(堯), 虞(舜)의 즈음만이 주나라보다 성하였다. 그런데도 열 사람 중에 부인이 들어있으니, (남자는) 아홉 명뿐이었다. 문왕(文王)은 천하를 삼분(三分)하여 그 둘을 소유하시고도 복종하여 은나라를 섬기셨으니, 주나라 (문왕의) 덕은 지극한 덕이라 말할 만하다.”

이 장은 역사적인 사실을 열거하듯이 언급하면서 그 역사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배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른바, 공자식 춘추필법(春秋筆法)의 어법이다.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수많은 사람들을 언급하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그 역사적인 내용에서 공자가 언급하려고 했던 내용이 무엇인지를 뉘앙스를 통해 읽어낼 수 있는 내공이 되어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먼저 순임금이 두었다는 제대로 정치를 보좌했던 다섯 사람은, 우(禹), 직(稷), 설(契), 고요(皐陶), 백익(伯益)이다. 이어 나오는 무왕(武王)의 언급은 <書經> ‘周書 泰誓편’에 나오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어지러울 난(亂)’자의 해석인데, 주자는 혹자의 말이라며 이 글자의 본 의미를 “亂은 원래 乿자이니, 옛날의 治자이다.”라고 일러준다. 즉, 여기서 사용된 ‘난(亂)’이라는 글자는 무왕의 시대에는 ‘제대로 다스려지다’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무왕이 도움을 받았던 제대로 다스릴 줄 알았던 10명의 신하에 대해 마씨(馬融)는 다음과 같이 해설한다.


“亂은 다스리는 것이다. 十人은 周公 旦, 召公 奭, 太公 望, 畢公, 榮公, 太顚, 閎夭, 散宜生, 南宮适이요, 그 한 사람은 文母(文王의 妃)이다.”


사람이 누구인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주공(周公: 무왕의 동생 旦(단)), 소공(召公: 무왕의 동생 奭(석)),태공망(太公望: 문왕의 스승 呂尙(여상). 세칭 姜太公(강태공)), 필공(畢公: 무왕의 동생 高(고)), 영공(榮公), 태전(太顚), 굉요(閎夭), 산의생(散宜生), 남궁괄(南宮适), 태사(太姒: 무왕의 어머니이자 文王의 妃)를 말한다. 이 열 사람 모두 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토벌하고 주나라를 세우는 데 공이 큰 인물들이다.

여기서 본문의 공자의 말씀처럼 한 명의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에 대해서는 유시독(劉侍讀)이 다음과 같은 주석으로 설명한다.


“자식으로서 어머니를 신하로 삼는 의리가 없으니, 아마도 邑姜(武王의 妃)일 것이다. 아홉 사람은 밖을 다스리고 邑姜은 안을 다스렸다.”


위에 이미 설명한 대로 태사(太姒)는 무왕의 어머니이자 文王의 妃를 의미하는 여자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신하라고 지칭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周) 나라는 은(殷) 나라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왕조를 새운 나라가 아닌, 본래 은(殷) 나라의 제후국이었다. 주 나라는 천하 9주(九州)의 나라 중에서 6주(六州)의 제후들을 거느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왕(武王) 초기까지는 여전히 은나라를 종주국(宗主國)으로 받들었다. 그래서 공자가 마지막 문구에 ‘문왕(文王)은 천하를 삼분(三分)하여 그 둘을 소유하시고도 복종하여 은나라를 섬기셨으니’라고 한 것이고 이렇게 했던 부분 역시 주나라의 덕이 지극했기 때문이라는 찬사를 더한 것이다.

문왕(文王)

그래서 주자는 주석에서 그 부분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이 부분을 다시 강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春秋左傳>에, “문왕(文王)이 商나라를 배반한 나라를 거느리고 주왕(紂王)을 섬겼다. 천하에서 문왕에게 돌아간 州가 여섯이니, 荊, 梁, 雍, 豫, 徐, 揚이고 오직 靑, 兗, 冀만이 아직도 주왕(紂王)에게 속해있었다.”라 하였다.


구체적인 역사적 내용과 인물에 대한 설명은 대강 이러하다. 그렇다면 이제 이 역사적인 사실에서 어떤 가르침을 주기 위한 것이었는지 행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자는 이 장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그의 해설부터 참고해보기로 하다.


공자라 칭함은 위에서 무왕(武王) 말씀이 있고, (그 뒤에 공자의 말씀을 붙였으므로) 군신 사이라 기록하는 사람이 삼간 것이다. 인재를 얻기 어렵다 [才難]함은 아마도 옛말인데, 공자께서 말을 옳게 여기신 듯하다. 才는 덕의 쓰임이다. 唐虞는 堯舜이 천하를 소유한 칭호이다. 際는 서로 만나는 사이를 말한 것이다. 周나라 왕실에 인재가 많아 오직 唐虞 즈음만이 주나라보다 성하였고, 그 후 夏商으로부터는 모두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다만 이 몇 사람이 있을 뿐이니, 이는 인재를 얻기 어려운 것이다.


먼저 앞의 설명은 왜 ‘공자’라는 호칭을 사용했는가에 대한 해설이다. 이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논어>를 읽어온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군주인 무왕을 언급하면서도 이름이 아닌 ‘자(子)’를 붙여 극존칭을 사용한 것은 참람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사전 변호인 것인데, 스승의 말씀을 옮기는 <논어>의 편집 특성을 감안하여 언급의 순서를 무왕을 앞에 두는 것으로 군신 간의 차이를 두는 것으로 구분하였다는 말이다.

이 장의 핵심 내용은 바로 그다음이다. 순임금은 물론이고 주 무왕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공덕이 높은 군주들마저도 인재를 얻기가 그만큼 어려웠다 고백에 가까운 언급을 들어, 제대로 된 인재를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서 경고하고 있는 가르침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썩어 들어간 왕조이고 자신이 더 덕을 갖추었음에도 함부로 이전 왕조를 치지 않고 그것을 존중하고 따랐던 것에 대한 미덕을 칭찬하는 것도 이 장의 가르침에서 빠져서는 안 될 것이라 여기며 범씨(范祖禹)는 그 가르침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문왕의 덕은 족히 상나라를 대신할 만하였다. 그리하여 하늘이 주고 사람들이 귀의하는데도 마침내 취하지 않고 복종하여 섬겼으니, 이 때문에 지극한 덕이 되는 것이다. 공자께서 무왕(武王)의 말씀을 인하여 문왕(文王)의 덕을 언급하였고, 또 태백(泰伯)과 더불어 모두 지극한 덕이라 칭하셨으니 그 뜻이 은미하다.”


이 주석에서 눈여겨 보이는 부분은, ‘하늘이 주고 사람들이 귀의하는데도 마침내 취하지 않고’이다. 공자의 가르침으로 정리되는 원시 유학의 미덕중에서도 으뜸은 스스로 자임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요임금이 두 딸까지 직접 보내어 시험하고 또 시험한 후에 천자의 지위를 양위하겠다고 하였음에도 그것을 거절했던 순임금에게서 확인되었고, 그 전대(前代)에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치수(治水) 실책을 들어 처형당하였음에도 우임금이 아버지의 임무를 이어받아 결국 중국에서 최고로 치는 치수(治水)를 해낸 공덕을 인정받아 천자의 지위를 받으라고 명 받았을 때 조심스레 거절한 것이 또 같은 경우에 해당하는 미덕의 극치이다.


그들이 어차피 대세가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을 알고 겉치레로 한 번쯤 겸사를 보인 것이 아님은 역사적인 사실이나 이후 공자 등의 성현에 대한 해설과 언급으로 너무도 명백하고 명확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정치에 뜻을 두고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는데, 이전 왕조가 이미 쇠미해지고 심지어 그 왕조가 썩어 문드러졌다고 세상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세상 사람들의 지지가 내게 쏠리고 있는데도 그것을 사양하고 진심으로 자신의 신하 된 직분만을 다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루기 어려운 미덕의 경지임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치에 마음을 두는 순간 그 마음이 그렇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고리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난리를 치며 손사래를 쳤던 음주운전 재범의 아버지가 사전투표 하루 전에 자신의 매형 집으로 맨날 철수만 하던 자를 끌어들여 극적인 단일화를 이루어냈다. 물론 그 단일화가 이번 대선에서 극적인 못 박기가 되었던 것인지 아닌지는 그 어느 누구도 함부로 단언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당시 쫓기는 입장에서 이른바 ‘똥쭐이 탔던’ 빨간당의 물밑에서 그 책임을 맡고 움직였던 것이 당선인의 비서실장으로 바로 임명된 ‘그’라는 사실이다.

당선된 자의 입장에서는 ‘그’가 배후에서, 물밑에서 결정적인 부분의 역할을 했다고 여길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그를 바로 자신의 비서실장으로 뽑았다는 사실에서 입증한다. 이제 문고리고 나발이고 거칠 것이 없었기에 실세라고 불리는 가장 측근을 오른팔이 될 비서실장으로 인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의 아들이 음주운전에 경찰까지 폭행하고 집행유예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동종 범죄에 경찰을 때리는 업무집행 방해 혐의까지 받고 몇 주후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이들은 그다지 없는 듯하다. 그 판결 결과가 어찌 나올지 정말로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의 이력에 대해서는 굳이 이 귀중한 공간에 열거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최소한 그가 제대로 된 공부나 수행의 과정을 거친 자가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해둔다. 아버지 대에 정치과 끈을 이어 부를 모은 자들의 형제들 중에서 한 명은 그 부를 계승하고 또 한 명은 그것을 유지하고 더 불려줄 정치에 직접 투신하게 만드는 것이 그 아버지 대가 집안을 번성시키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키워지고 길러져 정치인 행세를 하이는 그 만이 아니다. 빨간당에 보면 그런 구조로 아버지 대의 부를 총알로, 그리고 그 아버지가 다져놓은 정치적 네트워크를 자산으로 정치판에 뭉개고 있는 자들이 많이 있다. 예컨대, 이번 파란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전 경기도 지사 직전에 경기도 지사를 하며 ‘잠룡’이라는 참람된 용어를 사용했던 자 역시 똑같은 가계와 정치 입문의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그 배경보다 ‘수신제가(修身齊家)’의 점수가 ‘제로’ 아니, 한참 마이너스 수준이라는 것이다.

왜 뜬금없이 인재를 얻기 어렵다는 이 장의 엄중한 가르침에 허접한 대한민국 정치꾼들의 가계를 굳이 거슬러 올라가느냐고 묻고 싶은가? 대한민국 절반의 선택을 받았다며 한창 바람이 잔뜩 들어간 그들이 인수위를 꾸린다고 한다. 이 장의 역사적 사실을 통해서도 보았지만, 제대로 된 정치를 이루는 것은 군주 한 사람이 아니다.


그가 진정한 역사에 기록될만한 군주가 되었던 전례는 그가 독불장군으로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기보다는 그가 제대로 된 인재를 들어 적재적소에 쓰고 그가 제대로 하는지를 감시하고 늘 살피는 노력을 경주할 때 완성된다. 그래서 군주는 끊임없이 노력하되,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하지 않는 듯 자신이 모든 것을 파악하고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망조가 드는 나라의 가장 첫 시작은, 그들이 권력을 잡게 되었을 때 논공행상(論功行賞)에서 이루어진다. 그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모두 공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동상이몽(同床異夢)으로 자신에게 큰 자리가 돌아올 것은 은근히 바라고 대놓고 압박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장난감을 사달라고 백화점 바닥에 드러눕는 정신지체아 수준의 아이보다 더 심한 발광을 하기 마련이다.

일단 제대로 된 군주이고 제대로 세운 나라라면 그럴 신하들도 있지 않겠지만, 설사 그런 무지몽매한 신하가 있더라도 현명한 군주는 그 교통정리를 제대로 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카리스마이고 그것이 그의 능력인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감 놔라 배 놔라 할 생각은 결코 없다. 지켜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일을 굳이 무당이나 법사도 아닌데 예언할 필요도 없다. 내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절반이나 지지받고서도 패배한 파란당의 이야기이다.


선거에 패배를 했으면 패인을 분석해야 한다. 더 큰 차이였음에도 훌륭하게 선방했다는 둥 그나마 뒤늦게 페미니즘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면서 빨간당의 젊은 혈기의 대항마로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20대 여자애를 전면에 내세우는 따위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으로 잘못을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후안무치한 것들의 처리를 말하고자 함이다.


촛불을 들어 썩은 뿌리를 도려내자며 원하는 대통령을 뽑았고, 뒤이어 180석이나 국회의원의 자리를 몰아줬고, 지자체장들에 대한 몰표를 주었다. 그래서 지금 그들이 무엇을 해냈는가?

시작하자마자 제대로 검증조차도 하지 않고 부조리에 썩어빠진 자들을 비례대표로 세운 것이 드러났음에도 읍참마속(泣斬馬謖) 하지 않고 지지부진하였으며, 무엇보다 지들끼리 신나서 들썩이며 그것이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전례까지 어겨가면서 파격적으로 ‘그’를 검찰총장에 들어 올렸다.


‘그’를 검찰총장에 올릴 때 그 간단한 그의 아내와 장모에 대한 기본조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에 당시 민정수석이던 그는 아내는 물론이고 자녀들과 본인조차 영혼까지 다 털려 법정을 드나들고 있다. 이것이 자업자득이 아니고서 무엇이란 말인가? 그가 검찰총장에 있는 내내 반대 국민감정을 그의 지지세로 만들어준 것은 파란당 최초의 여자 당대표였다는 전 법무장관이었다.

입이 있으면 뭐라 말을 해보란 말이다. 그런데 그 꼴을 만들어놓은 180석의 배지를 달고 있는 것들이 배지 반납하고 석고대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슬슬 여당 투사 행세를 하며 이제부터(?) 눈 부릅뜨고 제대로 감시하겠단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에게 권력과 시간을 주었고 그들은 실망만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그 반발심에 정말 아닌 사람에게 표를 주는 블랙 코미디가 벌어졌다. 그런데도 그들이 책임을 질 생각을 하지 않고서 혹시라도 떨려 날까 제 안위를 챙기겠다고 분주하다면? 나는 사람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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