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칵테일의 베이스 이외에도 제과제빵에 널리 쓰이는 술로 잘 알려져 있다. 특유의 강한 향기를 이용하여 밀가루, 계란 등의 비린내를 잡는 데 사용한다. 따라서 굳이 럼이 없어도 빵을 만들 수는 있고 럼주 대신 여타 양주로 대체할 수도 있긴 하다.
한국의 럼 열풍을 주도했던 캪틴 큐~?!
국내의 TV광고에 대놓고 ‘Rum~’이라고 광고했던 ‘캪틴 큐’ 덕분에 럼이 뭔지는 몰라도 캪틴 큐라는 술에 대해서는 어린아이들까지도 알고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의 럼에 대한 인지도는 높아졌었다. 사실 이 캡틴 큐는 제대로 정통 럼은 아니고 20% 이하의 럼 원액에 주정, 합성 럼향을 첨가한 대중적인 양주였는데, 언제부턴가 20%의 럼 원액조차도 아예 안 들어가는 편법으로 제조방식이 바뀌어버리고 말았다.
하여, 80년대 돈 없는 대학생들의 술자리를 장렬하게 장식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술로서 과거 모 대학에서는 ‘차라리 마약을 하십시오’라는 문구를 삽입한 이미지까지 만들어 배포했을 정도였다.
캪틴큐는 2015년 생산이 중단되기까지 국세청 통계상 매우 꾸준하게 매출이 나왔던 제품으로도 유명했다. 술로만 마신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우선 제과/제빵용으로 쓰였는데, 반죽에 들어가는 달걀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서다. 원래 제대로 하자면 오리지널 럼을 써야겠지만, 아무래도 단가 문제가 있어서 이걸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가짜 양주를 제조하는 범죄 행위에 악용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당시 검찰과 경찰에서는 캪틴큐의 매출량으로 가짜 양주의 생산량을 가늠할 정도였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결국 2015년 연말을 끝으로 캡틴큐는 그 다사다난했던 생산을 완전히 종료하게 된다.
럼의 특징은 무엇이 있나요?
럼이 당밀로 만든 술이라고 해서 단맛이 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당밀 자체가 설탕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이다. 즉 당분이 상당히 빠져나갔다는 말이다. 게다가 남은 당분도 대부분 알코올로 변환되어서 단맛을 낼 당분은 거의 없다. 당밀 특유의 단 향은 남아있을 수 있지만 맛 자체는 보드카와 마찬가지로 거친 알코올 맛이므로 세련되다고 보기는 힘들다.
숙성시킨 럼의 경우 색과 맛, 향을 내기 위해 버번처럼 속을 태운 오크 배럴에서 숙성시키는 것이 보통이나, 저가품의 경우 색과 향을 만들기 위해서 캐러멜을 첨가하여 완성한다. 플레이버드 럼의 경우 과일향을 나게 만들기 위하여 건포도나 향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럼은 숙취가 왜 그리 강하게 남는 건가요?
증류주치고는 숙취가 상당한 편이다. 연속 증류 후 여러 번의 필터링을 거치는 보드카나 약용식물로 향을 내는 진이나 오래 숙성시켜 향도 낼 겸 불순물도 거르는 위스키와 달리, 럼은 원재료인 사탕수수 향 그 자체가 주된 특징 중 하나이기 때문에 불순물을 그리 꼼꼼히 거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제대로 숙성시킨 럼은 덜한 편. 이는 역시 원재료인 아가베 향이 특징인 데킬라도 럼과 비슷한 경우로 숙취가 강하게 남는 주종에 속한다.
그리고, 어떤 증류주 건 잘 숙성되지 않은 싸구려는 숙취가 심한데, 럼이나 데킬라는, 위스키와는 달리 최저 숙성 연한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숙성 제대로 되지 않은 정체모를 싸구려 술을 마시면 당연히 숙취가 심할 수밖에 없다. 반면 럼에도 잘 숙성시키거나(aged rum이나 reposado/anejo급 데킬라) 이름 있는 브랜드에서 만드는 것들은 white/blanco 수준의 것들도 상당히 잘 숙성되어 숙취가 심하다던가의 부작용이 심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보드카 편에서 공부했던 것과 같이 보드카라는 술의 제조특성상 기본적으로 숙성이라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숙성과정과는 별도로 숙취를 결정하는 것은 여과를 얼마나 잘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럼에는 어떤 종류들이 있나요?
럼은 보통 색상에 따라 헤비·미디엄·라이트의 3가지 타입으로 나뉘며 라이트 럼, 미디엄 럼, 헤비 럼을 각각 화이트 럼, 골드 럼, 다크 럼으로 특별하게 부르기도 한다. 숙성기간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위에서 언급되었듯이 싸구려는 캐러멜 색소 따위를 섞어 정체를 모르게 만들기도 한다. 그 외에 럼을 베이스로 한 혼성주들은 플레이버드 럼, 혹은 스파이스드 럼이라고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캐러멜 색소로 장난질만 치지 않은 오리지널 럼이라면 실제로 럼의 색을 보면 확연히 구분된다. 다만 아래에서 구분한 분류방식은 기본적으로 오리지널 럼을 바탕으로 하며 절대적인 기준에 의한 분류는 아니니 참고용으로 살펴보길 바란다. 특히 최근에는 럼에도 굉장히 라인업이 다채로워지는 분위기가 자리 잡게 되면서 단순히 한 가지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실수할 여지가 크니 여러 공부를 익혀둘 필요가 있다.
요즘에는 한 브랜드에서 여러 나라의 럼을 블렌딩 하거나, 일부러 해양운송을 하면서 바다에서 숙성시키는 등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동원되어 출시되는 제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 라이트 럼(화이트 럼)
색깔이 엷고 향미가 원만하다. 서인도제도 쿠바의 쿠반 럼, 푸에르토리코 섬의 푸에르토리칸 럼이 알려져 있다. 럼을 제조하는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이 모든 종류의 럼을 전부 다루고 있다. 무색이기 때문에 칵테일 기주로 많이 쓰인다.
• 미디엄 럼(골드 럼)
헤비 럼보다 색깔이 엷고 향기도 약하다. 남아메리카의 가이아나 지방에서 생산되는 데메라라 럼, 서인도제도의 마르티니크섬에서 생산되는 마르티니크 럼이 유명하다. 미국산인 뉴잉글랜드 럼도 이 타입이다.
• 헤비 럼(다크 럼)
색깔이 짙고 향미가 강한 술이며, 자메이카 럼이 대표적이다.
• 오버 프루프 럼(Overproof Rum)
일반적인 40도 내외보다 훨씬 높은 도수로 출시되는 럼들을 말한다. 대표적으로는 바카디 151이 있으며 그 외에도 여러 브랜드에서 오버 프루프 럼을 출시한다. 주로 칵테일 등에 아주 소량만 사용된다.
• 플레이버드 럼
럼에 과일을 첨가한 럼을 말한다. 과일 플레이버드로는 바카디의 모히또와 레몬, 빅애플 등이 있고 그 외에 코코넛 럼인 말리부가 대표적이다.
• 스파이스드 럼
향신료를 가미한 럼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캡틴 모건 스파이스 드럼, 코스트코 PB상품인 커클랜드 스파이스드 럼, 글렌피딕에서 생산하는 세일러 제리가 있다.
럼에는 어떤 브랜드들이 있나요?
럼하면 세계적인 럼 제조사인 바카디가 가장 유명하며, 하바나 클럽도 상당히 알려져 있는 편이다. 그 외 엄청나게 많은 브랜드가 있는데 프리미엄급 럼으로는 마투살렘(Matusalem), 자카파(Ron Zacapa), 플랜테이션(Plantation) 등이 유명하다. 엔트리급은 브랜드별로 이미지가 비슷한 편이나 자카파 같은 경우 당밀이 아닌 사탕수수 전체를 발효시켜 제조하는 것이라 맛이 상당히 깊은 편이지만 럼 특유의 느낌은 다소 희석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참고로 푸에르토리코 럼인 ‘바카디 151’은 알코올 도수가 무려 75.5도로,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되었던 술 중에서는 가장 도수가 높았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위에서 공부했던 것처럼 이렇게 도수가 높은 럼을 ‘오버프루프 럼(Overproof Rum)’이라고 한다.
브라질의 국민 증류주인 카샤사(Cachaça)의 경우, 사탕수수를 원료로 한다는 점에서 럼과 비슷하긴 하지만, 당밀이 아닌 사탕수수 즙을 그대로 사용하여 발효시켜서 만들기 때문에 맛 자체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통 브라질의 대표 음료인 카이피리냐(Caiphirinha)의 베이스 재료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