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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Aug 18. 2017

엄마의 기본 덕목,
건강 지키는 법 3가지

띵동. 입금 알림 문자입니다. 월급날도 아니고, 보너스가 나온 것도 아닌데 무슨 돈이지? 입금자는 ㅇㅇㅅ. 울엄마입니다. 인터넷 쇼핑을 하지 않으시니 간혹 돈을 입금하고 대리주문을 부탁하시곤 합니다. 


"엄마 뭐 주문해줄까? 입금했네?"

"아냐. 너 보약 해먹으라고"

"엥?"

"결이 한약 해먹인다며. 결이만 먹이지 말고 같이 해 먹어. 니가 더 골골해."


얼마 전 친정에 갔을 때 여름이라 그런지 결이 녀석이 통 입맛이 없어해 한약을 먹여 볼 생각이라고 했었습니다. 사실 진짜 한약을 먹이겠다는 게 아니라, 결이를 볼 때마다 또래보다 작은 체구를 걱정하시는 친정엄마 '입막음용'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엉뚱한 결론.


음… 고민했습니다. 이 돈으로 침만 흘리던 원피스를 살까, 쇼핑해서 기분이 좋으면 몸에도 건강한 기운이 가득 퍼지지 않을까. 아니면 소고기를 사서 온가족 포식할까… 그 속이 보였는지 문자가 하나 더 오네요.  


"다른데 쓸 생각말고, 한약해 먹고 사진찍어 보내."


슬슬 신경이 쓰이던 참입니다. 병원에 가는 게 연중행사였는데 복직하고는 몸살에 감기가 잦습니다. 과로에 탈수도 잊을 만하면 찾아오고요. 건강 하나는 자신있었는데, 한 번 삐그덕거리니 쉽게 회복이 되지 않습니다. 워킹맘 외줄타기 일상에 몸도 덩달아 외줄타기를 하나 봅니다.



마침 Dr.유니님과 연락할 일이 생겼습니다. 유니님은 통합의학을 전공하신 한의사이신데요. 건강과 관련한 글을 연재하고 계셔 친분이 생겼습니다. 그리곤 주말에 병원 문이 닫았는데 웅이 결이가 아플 때, 제 몸이 안 좋을 때 종종 조언을 구하고 (민폐를 끼치고!) 있었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종종 유니님과의 대화를 옮긴 적이 있었고요.


유니님은 이 참에 몸상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해보자고 하셨습니다. 엄마, 그 중에서도 워킹맘들이 건강 챙기기 쉽지 않은데 그럴수록 신경써야 한다면서요. 작년 종합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위궤양, 빈혈 등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시 의사선생님은 워킹맘들에게 흔한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하셨습니다. 식사가 불규칙하다보니 위염, 위궤양이 흔하고 간단식을 주로 먹으며 영양섭취가 부족해 빈혈이 많답니다.


건강검진 받은지 1년도 지났고, 엄마의 '금일봉'도 있으니 유니님이 계신 한의원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굳이 집에서 먼 유니님 한의원(강남 ㅠㅠ)으로 간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평소 건강 상담을 해왔던 분이라 제 문제점을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시다는 점 하나. 지인이니 궁금한거 오래 아주 오~~래 물어봐도 눈치 덜 보일 것 같다는 점 둘. (알고보니 지인이라서가 아니라 초진의 경우 보통 1시간반 진료를 하신다고 합니다.) 


이 참에 미열과 탈수를 해결(?)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오늘도 열이 있네요. 혀도 바짝 말랐어요' 라고 하셨거든요. 약과 수액을 처방받았지만 그 때뿐 반복됐습니다. 그간 시달렸던 잔병들과 지금의 상태를 이야기 나누고 피검사와 몇 가지 기능의학검사를 받았습니다.



그 중 BIA검사. 헬스장에서 해 본 인바디랑 비슷한데 더 다양한 결과가 나오더군요. 세포 기능도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검사 결과를 보시더니 지속적으로 탈수가 되는 이유가 있다고 하시더군요. 세포내수분과 세포외수분이 3:2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비율이 깨졌답니다. 병원에서 수액을 처방하시며 "몸이 안좋을 땐 물을 아무리 마셔도 몸으로 흡수하지 못하고 배출되기 때문에 탈수가 된다"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세포내수분과 세포외수분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수분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물을 마셔도 체내수분이 부족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율이 정상을 찾으면 탈수도 줄어들 거라고 하시더군요. 미국 의학박사인 하워드 뮤래드는 저서 『물, 마시지 마라』에서 "물을 아무리 많이 마시더라도 그 물이 세포 속에 머물지 못한다면 수화 상태를 충분히 유지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세포막이 건강하지 못하면 우리가 먹는 물이 몸으로 가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아마 제 몸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첫번째 처방은 좀 더 단순하게 생활하기


복직 초기에는 하루 4,5시간씩 자다가 몇 달전부터 6시간 자는데요. 부족하다고 하십니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가급적 7시간은 자야 한다고 합니다.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지금도 '오늘 할 일 끝!' 개운하게 잠자리에 드는 게 아니라 '그래, 이만큼만 하자' 할 일과 타협하고 잠자리에 드는 걸요. 


조금 더 여유있게 생각하라고 하십니다. 단기간 바짝 과로하는 거라면, 건강이 조금 상해도 일을 끝내고 쉬며 회복하면 되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단기간 바짝'이 아니라 끝이 없는 일이니 건강을 관리하며 지내야 한다는 겁니다. 



두번째 처방은 끼니 때마다 조금이라도 먹기. 


한의원에 영양사도 계셨는데요. 위염 위궤양의 가장 큰 원인은 불규칙한 식습관라고 하십니다. 아침에 정신이 없다보니 아이들 밥은 챙겨도 내 밥 챙기기는 어렵습니다. 밥을 거르게 되더라도, 과일 한 조각, 견과류 한 주먹이라도 먹어 우리 몸에 먹을 시간이라는 걸 알려주면 도움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시간이 없을 땐 김밥을 주로 먹었었는데, 김밥보다는 샌드위치를 추천하시고요. 김밥이 생각보다 탄수화물이 많으니 닭가슴살과 야채가 많이 들어간 샌드위치가 영양적으로는 더 좋답니다. 커피를 마실 때도 아메리카노보다는 우유가 들어간 라떼를 마셔서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좋겠다고 하십니다.


마지막으로 건강을 의식적으로 챙기라고 하시며 한 마디 덧붙이셨습니다. 


"엄마잖아요." 


묵직했습니다. 엄마라서 더 자주 아프지만, 엄마니까 덜 아파야 합니다. 맞습니다. 좋은 엄마의 기본 덕목은 체력입니다. 


+ 결이 한약, 제 한약 2주 분을 받았습니다. 결이가 잘 먹을까 걱정했는데 엄마랑 같은 약봉투를 들고 건배하는 게 재밌는지 쓴지도 모르고 꿀꺽꿀꺽 잘 마십니다. 요 예쁜 녀석이 얼마나 더 예쁘게 자랄지, 말썽은 또 얼마나 부릴지, 그 순간마다 든든하게 지키려면 저도 조금 더 건강해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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