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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Oct 08. 2019

워킹맘의 마지막 고비,
첫 아이 초등학교 보내보니

올해 3월 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벌서 7개월 전의 일이네요. 입학 첫 달 썼던 글인데, 내년 첫 아이를 입학시키는 워킹맘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옮깁니다.


웅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딱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마음도 몸도 눈코뜰새없이 바빴던 일주일’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가장 어려웠던 건 이 와중에, 적어도 아이 앞에선, 여유있는 척 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잔뜩 긴장한 아이 앞에서 엄마까지 우왕좌왕하면 아이가 더 긴장할 것 같아서요. 안바쁜 척, 즐거운 척, 모두 괜찮은 척 하느라 얼굴에 경련이 나는 줄 알았습니다.


남편이 이런 저더러 꼭 백조 같다고 하더군요. 물 위에 떠있는 백조는 세상 우아해 보이지만 물 속에선 죽을 힘을 다해 물장구치고 있는 것처럼, 웅이 앞에선 ‘입학 쯤 별 거 아냐’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똥줄이 타고 있었으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어쩌면 웅이보다 제가 긴장했을 것 같습니다. 나도 초등학교를 거쳐 자랐기에, 이제 초등학생이 되는 웅이가 대견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초등학생 형아가 됐다고  으스대는 웅이를 보면,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 기특한 동시에 공부하기 힘들다고 푸념할 몇 년 후 모습이 그려져서요. 



내가 초등학생 때 우리 부모님이 어떻게 돌봐주셨는지를 떠올리며 나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고민이 됐습니다. 친정엄마는 전업주부셨지만 전 워킹맘인데, 엄마가 해줬던 것처럼 웅이에게 해줄 수 있을까, 겁이 난 게 사실입니다. 워킹맘으로 7년째이지만 학부모가 되려니 다시 초짜 워킹맘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흔들릴 때마다 다독여준 건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했을 때처럼) 나보다 먼저 아이를 학교에 보낸 선배 워킹맘들이었습니다. 첫 일주일만 잘 넘기라고, 첫 일주일이 가장 힘들다고 했습니다. 첫 일주일, 그리고 첫 한 달만 넘기면 오히려 더 편한 점도 있다고 하더군요.


조언을 들을 땐 ‘일주일이면 새로운 환경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나보다’ 싶었는데 아이를 입학시키고 일주일이 지나니 그 이유를 알겠습니다. 선배들 말처럼, 가장 큰 숙제들은 끝낸 기분입니다. 



학교 생활 적응



입학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막상 아이가 입학하니 그동안의 준비는 리허설일 뿐, 입학식과 동시에 진짜 할 일이 폭탄처럼 떨어졌습니다. 1학년은 신학기 준비물도 많다길래 미리 사두려고 했는데, 예비소집일에 받은 안내문에는 ‘준비물은 입학식에 알려드립니다’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입학식이 끝나고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학교 근처 문방구. 이번주 내내 학교가 끝나면 문방구부터 들렀습니다. 그만큼 입학하고 나서야 통보받고, 마련해야 하고, 결정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반면 웅이는 차근차근 적응했습니다. 큰 건물 안에서 길을 잃지 않을까, 화장실은 잘 갈 수 있을까, 불안했지만 웅이는 제 생각보다 훌쩍 자라 있었습니다. 이미 학교 생활에 적응한 2~6학년 누나형들을 보면서 눈썰미로 익히는 것도 많은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6학년 누나형들이 1학년 동생들을 데리고 다니며 학교 시설을 알려주는 수업도 있더군요. 우리 아이는 신입생이었지만, 그 공간에 익숙한 선생님과 학생들이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200ml 우유팩 혼자 열기, 어른 젓가락으로 밥먹기, 쉬는 시간에 화장실가기, 화장실에서 뒷처리 혼자 하기, 복도에서 오른쪽으로 걷기 등 입학 전 익힌 생활습관은 아이의 학교 적응에 도움이 됐습니다. 집에서도 연습을 시켰지만, 저보다 문저 어린이집에서 연습을 시켰더군요. 처음 시켰는데 꽤 능숙한 게 신기해 “배운 적 있어?” 물어보면 “어린이집에서 다 했는데? 어린이집 선생님이 알려주셨어” 할 때가 많았습니다. 집에서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입학하고 일주일이 지나니, 가장 필요한 입학준비는 부모의 믿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활습관은 어린이집에서, 주변 어른들도 도와주셨고, 부족한 부분은 이제 막 입학했으니 너그럽게 봐주십니다. 학부모 교육에서 그러더군요. 초등학생의 발달과업은 ‘근면’이지 ‘완벽’이 아니라고요. 노력하는 자세면 된다고요. 결과를 칭찬하는 것이 아닌 노력하는 과정을 격려하라고요. 


아차 싶었습니다. 저 또한 어렸을 때, 낯선 환경이 두려웠을 때, 눈 질끈 감고 한 발  내딛을 수 있었던 건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시던 부모님의 믿음과 응원 덕분이었으니까요. 그건 부모만 줄 수 있었던 힘이었습니다. 더 큰 세상으로 한 발 나아간 웅이에게 필요한 건 부모의 믿음과 응원이었습니다. 



하교 후 일과



그렇게 학교 생활에 대한 걱정은 옅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교 후 일과는 여전히 골머리입니다. 초등학교는 일주일에 두 번 4교시, 세 번 5교시를 합니다. 4교시는 점심 급식 후 1시에 하교, 5교시는 2시에 하교입니다. 유치원 어린이집은 끝나면 셔틀버스로 집 앞까지 데려다주지만, 학교는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부모의 몫입니다.


워킹맘이니 아이를 마중할 수 없습니다. 하교 시간은 이르게 느껴집니다. 누가 픽업할지, 무엇을 할지도 정해야 합니다. 돌봄은 우선순위에 밀려 일찌감치 포기했고, 방과후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방과후 프로그램도 신청한다고 모두 수강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수업마다 정원이 15~20명 정도.


다양한 수업이 개설되지만, 그래도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습니다. 추첨이나 선착순으로 신청자를 선발합니다. 웅이가 다니는 학교는 추첨제. 4개 프로그램에 신청해 2개에 당첨됐습니다.


학원도 병행합니다. 웅이는 태권도와 미술, 바둑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하더군요. (어린이집을 졸업하며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웠는데 학원에서 만나기로 했답니다. @.@) 남편도 저도 웅이가 먼저 하고 싶다는 것들은 가능하면 경험하게 해주자는 편입니다. 세 학원 모두 등록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태권도와 미술은 7살부터 일주일에 두 번씩 다니고 있었습니다.



웅이의 의사 만큼이나 워킹맘인 제 상황 상 학원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있어서 학교가 끝난 뒤 셔틀버스로 픽업을 해줄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태권도학원에서 픽업을 해줄 수 있다고 해서 하교는 태권도학원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방법은 찾았는데 웅이가 셔틀버스로 하교하는 게 괜찮을까, 마음에 걸렸습니다. 


“웅아, 학교 끝나면 태권도 사범님이 마중 나가면 어떨 것 같아?”

“좋아. 나 사범님 좋아해.”

“그럼 셔틀버스 타고 바로 태권도로 갈 수 있겠어?”

“응. 괜찮아.”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하고, 생각보다 쿨하다더니 걱정과 달리 셔틀버스로 하교하는 걸 즐기는 눈치입니다.(사실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길이 언덕이라, 힘들어하던 참이었습... ㅋ) 이렇게 웅이의 대답으로 하교 후 일과도 대략 확정됐습니다.


여기까지가 지난 일주일간 진행된 일들입니다. 웅이는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고, 저도 학부모로 적응하고 있습니다. 하교와 하교 후 일과가 아직은 걱정이지만 일단 일정을 확정했으니 일정표와 동선에 웅이가 익숙해지도록 연습하고 합을 맞추면 될 것 같습니다. 


아, 웅이가 연습 중인게 하나 더 있네요. 시간에 맞춰 방과후 교실로 이동하고, 시간에 맞춰 교문에 나가는 것. 그래서 시계차는 습관을 들이고 시계보는 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월요일은 1시에 태권도 사범님이 교문 앞으로 마중을 나오실거야. 사범님이 오실 때까지 교문 밖으로 나가면 안 돼.’ 주지시키면서요.



휴가? 휴직?



웅이의 입학 첫 주, 휴가를 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한 주 더 휴가입니다. 총 2주간 휴가를 냈습니다. 


사실 휴직을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었는데, 육아휴직을 모두 쓰고 복직한터라 남은 휴직이 없습니다. 지난 해부터 입학기 부모직원들에게 ‘돌봄휴가’를 주거나 출근 시간을 1시간 미뤄주는 직장들이 생기고 있지만 우리 회사엔 그런 제도가 없습니다. 그니마 다행인 건 팀원들과 겹치지 않는다면,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쓸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웅이 입학에 맞춰 휴가를 내기로 했습니다. 


보통 일반 휴가는 일주일간 내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방과후 당첨 발표 일정을 고려하면, 일주일 휴가로는 부족합니다. 새 출발하는 시기, 적응하는 기간에는 옆에 있어주고 싶기도 합니다. 부장께 양해를 구했습니다. 사정을 말씀드리고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할테니 2주간 휴가를 쓰게 해달라고요. 압니다. 이제까지 회사에 없었던 일입니다. 하지만 없었을 뿐 안 되는 건 아닙니다. 감사하게도 부장이 허가해주셨고, 휴가 중입니다.


잔뜩 굳어서 등교하는 웅이를 볼 때, 하교 마중을 나온 수많은 엄마들 사이에서 ‘내 엄마다!’ 한 눈에 저를 찾을 때, 알림장에 내일까지 보내달라는 물건이 빼곡히 적혀 있을 때, 휴가 중이라 다행이다 싶습니다. 아이의 적응을 도울 수 있어 좋고 적응해가는 아이를 보며 내 마음도 놓이니 더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휴가를 쓰세요. 짧게는 일주일, 가능하다면 2주간 휴가를 내면 더 좋습니다. 더 욕심을 내자면 한 달이요. 주변에서도 비슷한 조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입학부터 3월 말 총회와 학부모 상담까지 끝나면 ‘신입생 큰 일’은 거의 치르는 거라고요. 


그러니 입학기 부모들에게 3월 한 달 간 ‘돌봄휴가’가 주어진다면 아이의 적응을 돕고, 나도 학부모로 적응하고, 아이 친구 엄마들과도 친분을 쌓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힘들긴 하겠지만 ‘고비’ 까진 아닐 것 같습니다. 




입학 첫 주를 마친 웅이에게 소감을 물었습니다. “완전 좋았어.”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일찍 끝나는 거! 엄청 일찍 끝나서 완전 좋아!!”

“(끙...) 그리고?”

“엄마가 기다리고 있는 거”

괜히 시큰해져 꼭 안아주고 말았지만, 

속으로는 말했습니다.

‘엄마도. 웅이 기다릴 수 있어서, 네가 이만큼 자랐다는 걸 볼 수 있어서 가슴 벅찬 한 주였어.’


2주간 휴가를 냈다고, 그 동안은 등하교 직접할 거라고 했더니 누군가 ‘학교 앞에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가, 학원 선생님이, 시터 이모님이 기다리면 웅이가 실망할 수 있으니 하교 마중 너무 자주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글쎄요. 잠시 고민한 건 사실입니다. 웅이가 실망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충전’의 힘을 믿습니다. 찐한 에너지 충전해두면 웅이가 필요한 순간 꺼내 쓸 겁니다. 아이를 마중하는 시간, 아이만 충전된 게 아니라 저도 충전됐으니, 웅이도 저와 같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 글을 쓴 이유는 저 위 누군가에게 입학기 맞벌이 부모에게 ‘돌봄휴가’를 보장해 달라는 말이 하고 싶어서요. 아이의 입학이 워킹맘들에게 또 한 번의 고비라는 걸 알고 있다면, 해결책을 줄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저는 2주간 휴가을 낼 수 있었지만,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지인들에게 계획을 말하니 ‘2주 휴가를 낼 수 있는 회사를 다니는 것도 복이에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네. 이만한 회사도 많지 않은 거 알고 있습니다. 복 받은 거 맞습니다. 하지만, 2주간 휴가를 썼고, 앞으로 총회에도 휴가를 써야 할테니, 그렇다면 이제 3월인데 올해 휴가를 거의 다 쓰는 셈입니다. 아이들이 아픈 날이 있을테고 방학이 있는데 휴가가 남지 않았으니 남편의 휴가에만 의지해야 하지요. 정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그리고 그 정책이 실제적으로 시행되기 전까지 저같은 워킹맘들이 계속 ‘고비’를 겪을 겁니다. 이제 겨우 일주일 겪고 고비니 뭐니 섣부르게 말한다고 하실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일주일 겪어본 것만으로도 ‘워킹맘 고비’ 라고 한다면, 정말 고비일 가능성이 크다고요. 

둘째 결이는 이년 후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그 때 또 저는 고비를 겪어야 할까요. 그렇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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