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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ina 임아영 Nov 10. 2019

키 큰 여자 연애하기 (1)

남자 친구 키도 커요? 남자 친구 키 몇이에요?

한국 사람은 서로 처음 만나면 아래와 같은 호구조사를 시작한다.


이름이 뭐예요?
어디 사세요?
몇 살이세요?
무슨 일 하세요?


기본 4종 질문이 끝나면, 오지랖 하나가 더해진다.


결혼하셨어요?
or
남자(여자) 친구 있어요?


이로서 한국인의 "새 사람 만나면 해야 할 5가지 질문(a.k.a. 특유의 오지랖 민족)"이 끝났다.

그런데, 키 큰 여자 한 가지 질문을 더 받는다.


“혹시 남자 친구도 키 커요? 남자 친구 키는 몇이에요?”
키좀 그만 물어봐. 이제 내 남자 친구 키까지 물어보지마@#@$!@$@$@%@%.jpg


175cm 이상의 키 큰 여자들은 남자 친구(또는 남편)의 키 질문을 가족 키만큼이나 많이 받는다. 물론, 부러워서 하는 질문이겠지만, 개인의 신체정보를 가볍게 말하기는 내키지 않는다. 필자처럼 신중한 성격의 사람은 부담스럽다.


우리, 1시간 전까지 모르던 사이다.

남자 친구 키까지 공유할 정도의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사적인 질문을 해맑고 뻔뻔하게 궁금해하니, 이거 뭐 대답 안 해줄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


오늘은 연애에 관해 키 큰 여자가 자주 받는 질문을 가져왔다.




# 넌 너보다 키 큰 사람 만나야 하지?

( feat. 키 크니까 남자 키가 중요하지?)


결혼식장에서 이런 그림이 나오면 어른들은 참으로 난리 난리가 날 것이다. 남자가 무조건 커야 한다는 전통적인 커플 개념은 어디 안 간다. gossipgirl


키 큰 사람은 키 작은 사람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아래 하는 질문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잘 어울리는 커플 한 쌍’의 전형적인 앵글은 여자의 키가 남자보다 현저히 작았다. 남자여성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듬직하고 좋은 체형이고, 여자는 야리야리하고 작은 모습으로 남자를 보고 웃 앵글.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대부분의 한국 커플은 99.9%가 이런 모습이니, 윤종신이 전미라와 결혼할 때 어찌나 신기했겠는가. 지금도 윤종신은 키 큰 아내를 모시고 살아서 뭐가 좋은지 미디어에 등장할 때마다 질문을 받는다. 이런 생각이 지배적인 문화권에서 자랐으니, 다양한 시각을 가지지 못할 수밖에. 참으로 편협하고 멍청하다.


질문의 답은 사. 바. 사다. (사람 by 사람)

키 큰 여자의 성격, 가치관에 따라 만나는 남자의 키도 달라진다.

남자 키’가 연애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 키 큰 여자연애 공백기를 감안하고라도 부단히 만남의 기회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결혼할 때 2세도 키가 크길 바란다면 키 큰 남자를 남편감으로 삼을 것이다. 유전자의 힘은 위대하고, 키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꽤나 멋진 스펙이니까.





#키 큰 여자, 키를 안 본다?


여자들의 이상형 팩폭 하기: 키 크고 잘생기고 다르고 귀여운. jpg (싸가지? 필자는 나쁜 남자 싫다.)


하지만 키 큰 여자들이 키 큰 남자만 만난다고 오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남자 선택의 여지가 좁아져서 키 작은 남자들에게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키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175cm 이상의 여자들도 있다. 

키보다 능력/성격/유머 코드 등 다른 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 자신보다 작은 남자도 기꺼이 만난다. 단, 전제조건은 남자 친구(또는 남편)가 키 큰 여자에게 ‘키 열등감’을 가지지 않을 때 만남은 성사된다. 보통 남자들이 자신보다 큰 여자 옆에 섰을 때 위압감과 자존심 상함을 느끼는 것을 감안하면, 키작남-키 큰 녀가 잘 될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현실이다.


정말 키에 열등감이 없는 사람도, 자신보다 키 큰 여자 친구와 서서 사진을 찍을 때에는 참 난감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를 유머러스하게 승화시키거나 더 달콤하게 사진을 찍을 생각은 안 하고 괜히 자격지심 갖는 남자들. 참 한심하다. 연애 초기에 “키 큰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 그대로를 좋아한다”라고 달콤하게 속삭이던 초심은 어디로 간 것인가. 그렇게 자신 없으면 왜 175cm 이상 키 큰 여자에게 고백은 한 건지. 친구들에게 과시용인가? 겨우 그걸로 여자 친구를 사귀고, 트로피 와이프를 만드는 건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키 큰 여자 입장에서도 사실 편한 점이 있다. 일생을 사람들의 시선과 싸워왔는데, 한국에서 ‘키작남-키 큰 녀’ 커플이 지나가면 시선과 수군거림은 2배로 돌아온다. 


너무 착한 키 큰 여자는 미안한 감정이 들 때가 있다고 한다. 한국 남자 대세적으로(?) 좋아하는 이웃집 키 작고 귀여운 여자애 스타일을 안 만나고 나를 왜 만난 것인지 생각하는 등 스스로 혼란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지 말자. 안함을 느끼면 안 된다. 키가 작은 남자가 키 큰 나에게 고백해서 너무 고마워하는 것도 별로다. 


영화 볼 때 기대는 것, 안을 때 숙이는 것. 다 자세에 안 좋아도 그를 사랑하면 감수할 수 있다. love


생각해보자. 나보다 키 작은 남자 친구에게 맞춘다고 손 잡을 때 팔을 더 빼서 척추가 더 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전신샷 찍으면 이상해 보일까 봐 앉아서만 사진을 찍자고 제안하는 나 자신을 생각해보자. 안쓰러운 건 나 자신이다.

다만 자기 연민은 금물이다. 그냥 키 작은 남자를 만나서 생기는 상황으로 이해하면 된다.


키 큰 여자도 그냥 보통 여자다. 서로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사람이다. 외적인 것에 치중하고 키 콤플렉스가 큰 한국에서, 오늘도 필자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평생 한결같은 사람을 만나길 기다린다. 나의 큰 키를 언급하지 않는, 그냥 서로를 있는 그대로 평생 알아가고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리라 확신한다.






Writer / Rachel

어쩌다 보니 홍보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고, 세상을 다채롭게 살고 싶은 호기심 많은 사람입니다. 직장생활의 희로애락을 글로 쓰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내려 합니다. 글 속 인물은 모두 허구의 인물이며 어느 사람도 명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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