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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리나 Nov 11. 2019

퇴사의 기술

짧은 인생, 좁은 세상. 퇴사자와 남아있는  자. 서로 지켜야 할 예절

“팀장님,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잠깐 시간 내주실 수 있으세요?”

이 한마디를 하기까지 수많은 고민이 있었다.

이직을 확정 짓고 퇴사할지, 조금 쉴지. 공부할지. 여행 갈지. 직업을 바꿀지…

수많은 생각 끝에 ‘퇴사’를 실행하기로 한 당신. BRAVO!


퇴사를 어떻게 말해야 좋게 좋게 나갈 수 있는지- 머리를 쥐어짠다.

“팀장님은 월요일 아침에 기분이 좋지 않으시니까,

누구나 행복한 점심시간 끝나고 커피타임 하면서 말씀드려야지” 등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가며 완벽한(?) 시나리오를 만든다.


그리고, 드디어 말한다.

 

“팀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1초의 어색함이 두 사람의 공기를 감싸지만, 결국 당신은 ‘퇴사 통보’를 해냈다.

그 어려운 것을 아주 잘 해냈다. 멋지다, 당신. 정말 잘했다.


이제 남은 것은

▲퇴사 이유에 대해 합리적으로 말하기,

▲앞으로 얼마나 현재 회사에 잔류할지 협상하기,

▲인수인계는 누구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기, ▲마지막 인사하기.

자잘한 숙제만 남았다.


오늘은 한국 직장인의 가장 기본적인 퇴사 예절.

퇴사자와 남은 자 – 서로 간 지켜야할 예절과 퇴사의 기술에 대해 알아보자.




#퇴사 기술. 

사 사유는 ‘나’ 중심으로 말하기


요즘 핫한 EBS 대스타. 펭수도 항상 퇴사를 염두하고 있다.pensu


매일 아침 인사를 씹는 상사에게 질릴 대로 질렸을 당신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야근을 시키지 못해 안달 난 우두머리 때문에 체력이 바닥난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상종 못할 사람 때문에 나가는 것이 fact이지만, ‘사람’때문에 나간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순간 – 그 부메랑은 나에게 돌아올 수 있다.

좁은 세상, 짧은 인생 – 굳이 부침을 만들 필요 없다. 설령 사람 때문에 질려 퇴사하더라도, 당신은 훨씬 더 배운 사람, 좋은 사람이지 않은가. 이번만큼은 선의의 거짓말로 당신 스스로를 위해 좋게 마무리해야 한다.


퇴사 사유는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반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 현재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을 까면 안 된다. 지금 일이 당신에게 맞지 않더라도 좋게 좋게 말하는 것이 포인트다.




“일이 잘 안 맞아서 그만두려고 합니다.” (X)

“팀장님께서 기회를 주신 덕분에 3개월 수습기간 회계 쪽에서 일해보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래 하던 서비스직 업무가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O)



당신이 원래 했던 서비스직 업무가 더 적성에 맞다는데, 누가 당신을 잡겠는가.

게다가 팀장님이 기회를 준 덕분에 열심히 배운 후에 내린 결정인데, 그 누가 당신을 비난하겠는가. 더 일해 보라며 회유하는 팀장은 당신에게 일종의 폭력, 직장 내 괴롭힘을 행사하는 것이고 팀장도 짬바(?)가 있으니 충분히 알 것이다.


장기 근무자가 퇴사하는 경우, 가끔 윗 선에서 더 좋은 연봉을 제시하거나 직급을 올려주는 등의 미끼로 당신을 꼬실 수 있다. 미끼를 물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뒷수습과 후폭풍을 감내할 정도의 연봉과 직급이면 뭐, 생각할 시간은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한 번 내린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 오른 연봉과 직급으로 퇴사를 보류한다면, 그 뒤에 올 상황을 책임져야 한다. 당신은 이 조직과 맞지 않아서 퇴사하려는 것인데, 미끼를 물어버리면 그 뒷수습은 온전히 감당해아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퇴사 매너. 

인수인계? 깔끔하게!

잔류기간? 최소한으로!


만병통치약_퇴사한 방으로_충분해요_하지만_또 다른_ 입사가_기다리고_있지.jpg


법적으로 정해진 퇴사 통보기한은 없다.

막말로 오늘 퇴사 통보를 하고 내일 그만둬도 된다. (한국 노동법이 그렇게 정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 – 떳떳하게 퇴사하자.

한 번 이상 월급 받았던 곳이고, 한 달 동안 나의 소중한 시간을 쓰며 티격태격하던 회사다.

0.00001도 엮기기 싫다면 퇴사 통보 후 다음 날부터 안 나가도 되지만, 그래도 얼굴은 보고 퇴사 통보하는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자. 설령 나를 괴롭혔던 돼지들이 우굴거리는 소굴이었을지라도.  


근속기간이 오래될수록 인수인계할 것이 많을 것이다.

인수인계는 깔끔하게 – 퇴사 후에도 나에게 연락 오지 않도록 (어차피 연락 와도 안 받을 거지만^~^) – 하는 것이 당신의 이미지에도 좋다. 후임자가 있든 없든 나의 업무를 받을 사람을 위해, 대략적인 업무 히스토리와 앞으로 해야 할 업무, CONTACT INFO정도는 적어주자.


퇴사 통보 후 잔류기간은 1주일부터 한 달까지 천차만별이다.

필자는 통보 후 대부분 한 달의 시간 동안 인수인계를 해왔다.

1주일은 온갖 미끼로 필자를 현혹하고, 1~2주일은 같이 후임 면접보고, 남은 기간 동안은 인수인계를 해왔다.


돌아서서 생각해보니, 필자가 너무 착했던 것 같다. 이렇게 까지 안 해도 된다. 서로 의리가 상하지 않는 한도의 최소한의 예절을 지키는 것으로 충분하다.

한 달 동안 나갈 사람 취급받으면서 인수인계하는 것도 참으로 곤혹스러웠고, 어떻게든 필자에게 노하우를 알려달라고 들들 볶는 시간도 생각해보면 참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만큼 책임감 가질 필요 없다. 필자 생각엔, 적당한 퇴사 직전 잔류기간은 2주라고 생각한다. 후임자가 꼭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니, 이상한 말로 당신을 3주 이상 가둬두려고 한다면 그냥 당신의 생각을 밀고 나가라.




#남은 자의 매너.

조용히, 빠르게 Say goodbye~



퇴사한다는 말과 동시에 시작되는 잔소리. 잔소리는 거절한다.dakchiseyo


부탁한다, 회사에 계속 있는 자들이여.

옆 직원이 퇴사한다고 해서, 평소 시키지도 않은 허드렛일을 넘기거나, 야근을 시킨다거나, 나갈 사람 취급하면서 빈정대지 말아 달라. 당신이라고 평생 그 회사에 다니겠는가? 누구나 언젠가 퇴사할 시점이 온다.


남은 기간 웃으면서 지내지는 못할 망정, 퇴사를 통보하는 그 순간부터 ㅈㄹ을 시작되는데, 애잔하다 꼰대여.

그만해라. 그래도 당신과 한날한시에 밥 먹으며 희로애락을 같이 겪은 동료이자 후배다. 

꼭 평소에 일 안 하던 꼰대 놈들이 퇴사자 앞에서만 오너십(ownership) 발동해서 난리법석을 떤다.


지금 퇴사자한테 ㅈㄹ하는 당신. 질투하고 있는 거 눈에 보인다. 당신 앞에 앉아있는 예비 퇴사자가 자신과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서 비난하지 말아 달라. 그냥 스스로를 위해 내린 선택을 존중해 달라. 그리고 모두를 위해 조용하고 빠르게 쎄굿바(say goodbye)하자.

예비 퇴사자가 너무 오랜 기간 잔류해도 조직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제 당신과 다른 길을 가기로 한 그 친구와 얼마 남지 않은 근무 기간 동안 그냥 제발 평소처럼 지내 달라. 아름다운 이별은 연인사이에서 적용되지 않지만, 당신과 후배직원 사이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니까.




Writer / Rachel

어쩌다 보니 홍보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고, 세상을 다채롭게 살고 싶은 호기심 많은 사람입니다. 직장생활의 희로애락을 글로 쓰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내려 합니다. 글 속 인물은 모두 허구의 인물이며 어느 사람도 명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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