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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ina 임아영 Sep 09. 2020

키 큰 여자라서 불편한 점 3

애미야 허리가 아프구나

오늘은 한국에 살면서 - 아니 어쩌면 동양권에 사는 키 큰 여자로서 불편한 순간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글을 쓰며 불편한 점을 쭉 나열하다 보니, 불편함에 익숙하게 사는 것이 어쩌면 키 큰 여자의 숙명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잠깐의 일상의 불편 보다 키가 커서 좋은 점이 훨씬 더 많다는 말을 전하며, 시작한다. 



1. 주방과 세면대가 낮아 슬프다.


세면대가_낮아_허리를_과도하게_숙여서_힘들어요. washstand


필자의 집은 그래도 주방이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오래된 건물의 주방이나 화장실을 방문할 때, 주방과 세면대가 낮아 늘 허리를 굽힌다. 필자에게 딱 맞는 높이의 주방과 세면대를 발견했던 곳은 바로 필자가 공부했던 '네덜란드'가 유일했다. 요즘은 그래도 170cm 이상의 키 큰 사람들이 많아져서 주방과 화장실 세면대의 높이를 최대한 높일 수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175cm 이상의 키 큰 여자들은 불편을 일상을 받아들이고 그냥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인 채로 설거지를 하거나 세수를 하는 일상을 이어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바른 자세를 중시하는 키 큰 여자로서, 나이가 들어 자세가 허리가 굽진 않을까 걱정된다.




2. 나에게 맞는 높이의 화장대와
전신 거울을 찾아다오. 



필자는 집에 전신 거울이 없다. 일반적인 전신 거울은 필자와 같은 175cm 이상의 장신을 한 프레임이 담지 못한다. 따라서 전신 거울을 들여놓으려면 맞춤형으로 제작해야 한다. 실제로 모델 한혜진의 경우 맞춤형 전신 거울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한다고 한다. 

화장대도 마찬가지다. 마음에 드는 화장대가 있어 인터넷에서 구매했는데, 필자는 화장대 의자에 앉으면 필자의 얼굴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_ㅜ. 큰 키만큼 앉은키도 큰 탓에 코까지만 보인다. 그래서 화장을 하려면 살짝 허리를 둥글게 만들어 얼굴 전체를 보이게 하거나, 아예 화장실의 큰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곤 한다. 이처럼 마음에 드는 디자인의 가구를 사도, 높이가 맞지 않아 허리를 숙이고 쓰거나 반품하는 일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3. 마을버스를 탈 때 고개를 숙인다.


이런_버스는_머리 숙이기가_필수. bus



다른 버스는 키 180cm 이상의 남자들도 충분히 잘 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키가 175cm가 넘어가면 마을버스를 타는 것이 상당히 곤란해진다. 고개를 숙인 채 타고 내리지 않으면 머리를 부딪히는 것은 능사. 필자는 고개를 숙이는 것을 까먹고 타다가 머리를 부딪힌 적도 많다. 버스에 앉았을 때도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길다 보니 앉았을 때 무릎이 앞좌석에 딱 붙어있어 내내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저가항공이나 오래된 비행기의 이코노미 좌석에 앉으면 무릎이 미친 듯이 닿아 무조건 비상구 좌석으로 바꾸거나 외항사를 이용하기도 하고, 

팬티스타킹을 신다가 길이가 안 맞아서 새 제품을 신지도 못하고 버리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원피스나 바지를 사고 싶어도 너무 짧아 그림의 떡으로 남기는 경우도 많고, (특히 원피스는 전체 길이 84~90cm로 나오는데, 이걸 175cm 이상의 키 큰 여자가 입으면 엉덩이만 가려진다.^^)

5cm 이상의 굽을 신고 활보하다 보면 나에게도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멀미가 나기도 한다(?).




키 작은 사람들에게는 이게 무슨 배부른 소리냐! 라며 원성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175cm 이상의 키 큰 여자들이 소수여서 목소리를 내는데 어려움이 있을 뿐. 불편한 점은 분명 일상 속에 존재한다. 소리 높여 이야기하지 않을 뿐, 오늘도 키 큰 여자는 일상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해결하며 그렇게 당신 옆에서 또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Writer / Rachel

어쩌다 보니 홍보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고, 세상을 다채롭게 살고 싶은 호기심 많은 사람입니다. 직장생활의 희로애락을 글로 쓰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내려 합니다. 글 속 인물은 모두 허구의 인물이며 어느 사람도 명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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