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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ina 임아영 Sep 14. 2020

키 큰 여자가 본 넷플릭스 톨 걸(Tall girl)

드디어, 마침내, 키 큰 여자가 주인공

오늘은 키 큰 여자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넷플릭스의 톨 걸(Tall Girl, 2019) 리뷰를 가져왔다.


키 큰 여자가 리뷰하는 '키 큰 여자' 이야기.

시작해보자!




16살에 이미 185cm를 넘긴 주인공 '조디'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아무래도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이다 보니 '성장'과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다. 조디만큼 키 큰 것은 아니지만, 이미 초등학교 6학년 때 168cm, 고등학교 2학년 때 174cm의 키를 자랑하며 웬만한 10대들의 키를 뛰어넘었던 필자는 영화 속 조디가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에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Hey', 'What's up' 등 평범한 인사 대신 "How is the weather up there?"이라며 인사를 건네는 또래 친구들. 이러한 인사에 "왜 또 아침부터 시비야"라는 생각이 스쳐가며 어떻게 표정관리를 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 키에 대해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말과 시선에 대한 불편함. 어딜 가나 키가 커서 눈에 띈다는 생각에 스스로 부담스러워 최대한 구부정하게 서 있는 자세. '키가 크다'라는 스스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인정해나가는 과정에서 들쑥날쑥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까지. 키 큰 여자가 맞이하는 상황과 순간순간의 고뇌를 잘 표현했다.


photo source: google_ 다양한 인종의 다양한 키 큰 여자들을 보여줬다면 조금 더 뻔하지 않은 영화가 되었을지도.tallgirl


다만 영화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먼저 '다양성'의 문제다. 극 소수라고 할 수 있는 185cm의 키 큰 여자의 삶을 주제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지만, 조디는 단순히 '키 큰 여자'가 아니다. 날씬하고, 여느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꾸미면 예쁘고 모델 같으며, 백인이라는 점에서, 영화는 그렇지 않은 키 큰 여자들에게 어쩌면 또 다른 소외감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왕 키 큰 여자에 포인트를 맞추기로 했다면, ▲185cm의 African Amercian 여자 ▲177cm의 안경을 쓴 동양 여자 ▲ 180cm의 혼혈인 여자 등

다양한 인종과 체형의 키 큰 여자 사람들을 등장시켜 (비록 우리 주변에는 흔치 않지만) 현실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을 텐데 -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디의 성격을 주눅들고 피해다니는 키 큰 여자로 표현한 것도 좀 아쉽다. 조디를 일반적으로 키 큰 여자가 느끼는 감정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만든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10대 때부터 당당하게 모두를 바르고 다니는 키 큰 여자들도 있을 것인데. 이런 부분이 조금 더 녹아져 있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두 번째, 키 큰 여자의 불편함과  사회의 노골적인 시선을 조금 과장해서 영화에 녹이다보니, 영화 전반에 걸쳐 "키 크다 = 불편함이 많다"로만 초점이 가는 것이 아쉬웠다.  <톨 걸> 예고편 유튜브에 달린 댓글만 봐도 해외 네티즌의 반응은 "이해할 수 없다." "키가 큰 것을 이런 식으로 그리다니 불편하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유일하게 나온 장점이 피아노칠 때 비교적 쉽게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마저도 키가 커서 나타나는 장점이라기 보다는 손이 커서 잘 치는 것으로 퉁친다.


She is tall. so what?. youtube


여담으로 유튜브 댓글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댓글들이 있어 짧게 소개한다.

"고작 185cm(6피트 1인)인 주인공의 키가 왜 문제되는지 알 수 없다. 미국 남자의 평균키가 179cm(5피트 9인치)인데 대체 무슨 문제냐. 이 영화에 나오는 남자의 평균 키는 1m(3피트 6인치)되는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반응을 상상하기엔..(절레절레) 아마 다양성을 인정못하는 유교맨들이 "어디서 감히 여자가 더 키가 큰 것인가!"라는 댓글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아ㅋ님ㅋ말ㅋ고ㅋ)


어떤일이 있어도, 키 큰 여자들이여! Stand tall!


아무튼 <톨 걸>은 '드디어' 키 큰 여자가 주인공이고, 우리가(!) 어떤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생각을 하며 일상을 사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디의 One and only 친구, 프리다(Fareeda)가  '키 큰 친구'가 아닌, 그냥 조디 그 자체로 바라보아 주고 항상 응원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늘 내 편이 되어 다독여주는 멋진 친구가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프리다의 아래 대사는 그녀가 내게 해준 말과 비슷해, 소개하고자 한다.

키 큰 여자로 살면서 반드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다!


"Someday...
you're gonna stand up and say,
'This is me:
 I love all 73inches of myself
and there's nothing you can do that will change that."
"And the way I see it,
we have two choices:
we can lay low, or we can stand tall."


키가 크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에 지쳤다면,

아직도 키 큰 여자의 정체성 확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면,

문득 자존감이 낮아지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다면,

키가 큰 나 자신을 받아들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신의 큰 키에 조금 자신감이 없다면(If you still have trouble feeling confident with your height)

공감을 통한 치유(?)를 위해 한 번쯤 영화를 관람해보는 것은 어떨까.





writer / rachel

어쩌다 보니 홍보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고, 세상을 다채롭게 살고 싶은 호기심 많은 사람입니다. 직장생활의 희로애락을 글로 쓰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내려 합니다. 글 속 인물은 모두 허구의 인물이며 어느 사람도 명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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