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푸는 게 아니다

기획자의 눈_#5

by 문단열

거대한 문제 풀기

한양 가는 선비가 하루 만에 눈앞에 산을 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고 하자. 가다 보니 길이 끊기고 수풀이 가로막았다. 그는 수풀을 헤치고 한양 쪽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또 가다 보니 곰을 만났다. 크기가 별로 크지 않았던지라 그는 곰을 향해 막대기를 휘두르며 돌진했다. 다행히 곰은 물러 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대한 바위가 그를 막고 섰다. 그는 이 바위를 어떻게 넘어서나 그 앞에 앉아 며칠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과거시험 날짜를 놓치고 말았다... 면


문제라는 문제의 본질

여기서 문제는 수풀, 곰, 바위이다. 그런데 앞의 두 개의 문제는 '풀렸다' 그런데 마지막 문제는 '풀 수가 없다'로 우리는 생각한다. 그런데 틀렸다. 수풀도, 곰도, 바위도 모두 태초부터 자기 자리에 있었을 뿐 그걸 문제로 만든 건 이 선비일 뿐이다. 정확히 말하면 '하루에 주파'라는 그의 계획이 이들을 '문제'로 만들었을 뿐이다.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로 만들어 냈다면 문제를 풀 것이 아니라 '나'를 풀어야 한다.


전제가 문제

기획의 길에 존재하는 난관은 언제나 기획자가 만든 것이다. 정확히는 기획자의 그 기획이 만든 것이다. 한 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면 그 기획이 가지는 '전제' 때문이다. 모든 기획에는 세 가지 암묵적 전제가 건물의 토대처럼 땅 밑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전제는 방법, 시한, 투여자원이라는 삼총사다. 멋진 방법으로, 최대한 빨리, 최소자원으로 하려는 고정관념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 같아도 사실은 다 내가 설정값을 입력한 요망한 생명체다. 이 요물의 이름을 '욕심'이라고 부른다. 무서운 것은 우리는 그게 욕심이란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선비의 욕심

애당초 선비는 산을 '넘는다'는 전제를 가졌다. 방법에 대해 무의식적 전제를 깔아 놓고 있었던 거다. 평소에 체력에 자신이 있거나 주먹이 세서 웬만한 산짐승은 때려 누일 수 있다 생각했다면 그럴 수 있다. 두 번째 전제는 '하루 만에'라는 시한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최단시간을 설정하고 보는 거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거의 이런 식으로 무식한 시한을 설정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직원들을 갈아 넣는다. 세 번째는 '최소경비'다 선비는 처음부터 산을 우회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했지만 정 급했다면 바위를 넘을 수 있게 도와줄 인부들이나 밧줄 등등 장비에 돈을 썼어야 했다. 세 가지 욕심의 전제를 모두 풀어헤치지 않더라도 한 두 가지만 풀어내면 목적은 달성된다.


문제가 아닌 나를 풀어야

내가 직면한 문제가 난제라고 판단되는 순간, 우리의 시선은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해야 한다. 풀어야 할 건 문제가 아니라 그 문제를 만든 나이다. 내가 만든 이 세 가지 전제 속으로 들어가서 결코 절대적일 수 없는 이 전제들의 세팅값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는 순간 수풀은 잔디밭이 되고, 곰은 생쥐가 되고, 바윗돌은 돌부리 정도로 작아진다. 기획뿐이랴 우리 인생의 모든 문제는 결국 나의 전제가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일 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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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단열

그림: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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