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창조적인 중독증

아내와 시작된 트레킹

by 롱혼 원명호


취미생활을 넘어선 수영이나 등산 등을 창조적인 중독이라고 김형석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즉 내가 새로워지기 위한 중독증이긴 한데 창조적이란 말이 붙어 선한 어감까지 준다. 그런데 왜 등산을 창조적인 중독이라 하는지 알아보자.


세계적인 뇌 과학자인 디크 스왑은 “우리 인간은 외부 세계에서 우리 내부로 들어오거나 뇌에서 솟아오르는 엄청난 정보의 흐름에 끊임없이 노출된다”면서 “창조란 그 정보를 새로 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한다. 창조는 정보의 새로운 조합이라는데 여기서 예를 하나 더 들어 보면 러시아 출신의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는 음악을 들을 때 선과 색을 보았다고 했다. 그가 추상미술의 창시자가 된 원동력이 바로 이 ‘공감각’으로. 성장 과정에서 대뇌피질의 연결이 사라지면서 시각, 청각, 철자 등을 분리해 인식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따금 뇌 구역들 간의 일부 연결이 유지되는 경우 뇌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감각 정보들이 뒤섞이는” 것이라며 ‘공감각’이라 부른다고 한다. 창조적인 것과 공감각, 어쩌면 등산에서는 공감각이 우선인 것 같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창조적 통찰의 순간, 중독성 약물과 맞먹는 쾌감 느낀다" 뇌 보상 체계의 감마 뇌파, 통찰 직후 폭발적 활성화 창조적 통찰의 순간 쾌감이 나온 다고 미 드렉셀대 연구진이 '뉴로 이미지'에 논문을 올렸다. 쾌감이 나오니 그것을 계속 추구하려 하니 중독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선과 악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한다. 뇌는 어떤 경로를 취하든 간에 쾌감을 원할 뿐인 것이다.


그럼 우리가 등산, 트레킹을 왜 하는지 주말마다 등산객들이 몰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러한 잠재적인 내면의 사람을 컨트롤하는 중독이 있는 것이다.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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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도 서서히 들어가고 있다.

주말, 늦잠에 취하던 아내가 부지런을 떠는 것은 산에 가려고 준비 중이다. 아내의 지인이 제안해 줬다며 두 시간 정도 걸으면 되는 광교산 둘레길이 있다고 한다고 일찍 가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보리밥도 먹자고 지난주에 약속을 한터라 지금 아내가 사과도 챙기며 즐거워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 집에서 출발해도 30분 내로 도착하는 가까운 곳에 광교산 반딧불이 화장실 옆 주차장이 있다.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서 자주 못 왔다며 이제부터는 자주 오자며 의기투합하여 둘레길을 출발하며 소풍 나온 듯 신이 나서 사는 이야기를 하느라 즐겁다. 수북이 쌓인 낙엽들도 깊은 가을을 재촉하고 있고 이젠 떨어질 낙엽도 없어 보이는데 마지막 붙어있는 낙엽마저 바람에 흩날려 머리를 치고 다니니 더욱 상쾌하다.


아내가 조용해지기 시작한 것은 출발 후 1시간이 지날 무렵부터이다. 둘레길이라 했는데 계속 오르는 비탈을 계단을 딛고 올라야 한다. 누가 그러는데 2시간 트레킹을 하면 보리밥을 먹고 갈 수 있다고 추천받았다는 루트를 타고 오르다 보니 그 누가 궁금했다. 아예 산 정상을 오르는 등정이었다 물론 고도는 기껏 4-500m이지만 아내는 연속되는 계단에 지쳐만 가고 있어 자꾸 쉬어가자 재촉을 하며 지도를 보며 하산할 곳을 찾아간다. 우리와 같이 출발했던 사람은 뛰면서 벌써 내려오고 있다. 반딧불이 화장실에서 출발한 트레킹은 형제봉을 지나 비로봉을 향하여 가다 보니 토끼재로 빠져 내리는 길이 보여 무작정 하산하였다. 이번에는 연속되는 가파른 계단의 연속 그래도 여기서는 아까 오르며 만끽했던 낙엽의 흩날림이 더욱 심하게 멋스러워 사진도 찍으며 재미있게 내려와 보리밥까지 먹고 오니 뿌듯하고 즐거웠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던 아쉬움에 이번에는 살짝 혼자 와서 광교산 시루봉을 지나오던지 형제봉 왕복을 하든지 함 걷고 싶어 이번 주에도 홀로 새벽에 조용히 나오는데 아내가 불쑥 나선다. 아마 지난밤에 산에 갈 거냐 묻더니 맘속으로 준비를 한 모양이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중독이 되도록 도와야겠다.


가장 자유롭게 둘이서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같은 길에서 같은 생각을 보이며 함께 하는 것이 부부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 주는 것 이어서 등산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을 받는 것 같다. 우리에게 더욱 확실한 믿음을 주려 폴베이사르 도 말한다 '온갖 일들이 규칙적으로 묶여있는 오늘날 우리 생활 속에 남아있는 비록 일시적이나마 완전한 자유로운 삶의 방식의 하나는 등산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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