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무섭다, 안 무섭다

한 방중 호들갑에 오히려 내가 한 뼘 커졌다

by 롱혼 원명호

밥 숟가락을 빼면 자려든다는 농담을 듣곤 하는 초저녁 잠이 많은 사람이라 보통 남들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식구들도 그러려니 하고 찾지도 않는다. 그런 내가 한잠 자고 있는 한밤중에 갑자기 집안이 떠들썩 요란하다.


'끼약~'

'에구구 어떡해'


황급히 거실로 나갔더니 검은 벌레 한 마리를 가운데 두고 어쩔 줄 몰라하며 부르르 떨고 있다. 아마 벌레가 더 놀라서 기절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런 벌레가 그렇게 무서워?'

냉큼 휴지로 잡아채고는 화장실로 버리러 가는데


'바퀴벌레 한 마리면 집안 전체에 다 퍼져 있는 것 아니야? 더러워서 어떡해 아휴 징그러워'

'이건 바퀴벌레 아니야 그냥 흔한 벌레야'


하지만 바퀴벌레가 맞다. 이놈이 어떻게 거실로 들어왔을까? 내일 약을 좀 쳐야겠다 하고는 다시 무덤덤히 잠자리로 들면서 한방 중에 이런 호들갑이 이해가 되지 않아 내일 아침에 한마디 좀 해야겠다 하고는 바로 곯아떨어졌다.


살아온 흔적들


시골 출신이다 보니 어려서부터 집에 벌레가 기어 다녀도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았다. 오히려 어른들께서 기다란 놈은 돈벌레라며 돈 들어온다고 잡지도 못하게 했다. 노래기는 다리가 많아서, 둥근 놈은 벌레를 잡아먹는다고 놔두라고 했다. 그냥 함께 살았다. 지금 생각하면 기절초풍할 노릇이지만 그때는 그래도 병도 안 걸리고 무탈하게 잘 살았다.


그러다 보니 벌레가 징그럽다기보다는 다른 영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곤충으로 보고 가끔 길을 잘못들은 놈을 잡아 정신을 차리게 해주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보고 배운 대로 작은 곤충, 해충도 무섭고 심지어 보이기만 해도 놀라 난리 치며 기피하는 것이다.


가만히 보니 아들은 벌을 무서워한다. 근육이 빵방한 아들이 벌에 쫓기는 것을 보면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나도 가끔은 뱀이라든지 파충류를 징그러워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벌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파충류를 애완동물로 삼고는 몸에 칭칭 감고 귀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듯 사람마다 살아온 흔적에 따라 편하게 되고 불편하게도 되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벌레가 기어 다닌다면 좋은 것은 아니다. 청결해 보이지 않고 때로는 병을 걱정할 수도 있다. 현대를 살아가려면 벌레 방제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서로 좋아하고 또 기피하기도 하는 사소한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존중해 주자는 것이다. 나는 괜찮은데 벌레 한 마리를 왜 무서워하느냐고 탓할 것이 아니라 살아온 흔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에 넓게 보면 그런 다양함이 서로 섞이다 보면 모두가 함께하는 세상이 될 것 같다.


그런 다름이 비단 이것뿐 이겠냐마는 지난밤 소리치는 호들갑을 본 놀란 가슴에 아침에 화를 내며 핀잔을 주려다 지금 글을 쓰다 보니 오히려 내가 침잠해지며 삶의 한 수를 배운 것 같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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