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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Jun 23. 2023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내가 나에게 말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내 의지로는 안 되는 시퀀스상 어떤 결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그 결과로 다음을 판단하여 일을 할 수 있을 때를 말한다.


지금 내가 그렇다.

그런 결정들을 기다리고 있다.



知我者 謂我心憂 不知我者 謂我何求
(지아자 위아심우 부지아자 위아하구)


나를 아는 이는 내 마음이 우울하다 하고
나를 모르는 이는 내가 무엇을 찾느냐 말한다. -『시경(詩經) 중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에 의해 계획하고 실천하여 결과에 책임지는 능동적인 자유로운 삶을 원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만만치가 않다. 그래서 틀 속으로 들어가 의지하여 사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다.


이제 은퇴를 앞둔 상황에서 다음이 두려우기는 매 한 가지이다. 지금껏 외쳤던 말들을 이제 자신이 직접 실천해야 한다.  늘 어려운 때에 홀로 부딪히다 보면 지혜가 나오고 매달리는 집착으로 결국 문제를 헤처 나갔던 값진 경험들이 있다. 이제 그 경험을 믿어야 한다.


그래서 결국 내려놓아야 한다.

묶인 것을 풀고 도망치듯 다 내려놓아야 한다. 안정이란 핑계로 선택의 눈치를 보며 지내는 시간은 비겁할 뿐 아니라 다음의 선택을 막아서 몸을 움츠려 들게 한다.


과감한 배짱으로 내려놓고는 풍파의 가운데에 홀로 나서야 한다. 고요의 태풍의 눈에 서서 빠져나오는 역사를 만들 기회인 것인데 주변의 알량한 달콤함에 아직 움켜쥔 두 손을 놓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으니 답답하다.

 

늘 그렇듯 가치를 찾아 잘 헤처 왔다. 걱정하지 말고 결정하면 된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금요일 오후 특별한 글감도 없이 브런치 글을 쓰려 펼친 자판 위에 이상하리 만큼 손가락이 알아서 움직이며 술술 글이 앞서 나간다. 아마 내가 나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어 참고 있었던 모양이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우고 또 비우는 과정의 연속이다.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며

  무엇을 비우느냐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인생이란 그렇게 채우고 또 비우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길이다.'  

- 에릭 시노웨이, 메릴 미도우의 《하워드의 선물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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