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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Jun 25. 2023

무작정 헬스장으로 달려갔다

불편함을 선택하기로 했다

이른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 맛난 냄새가 퍼진다. 참았던 식욕을 자극한다. 

'이러면 안 되는데'


간단히 먹자고 합의한 아내의 저녁 요리는 늘 하나다. 볶음밥 또는 가지볶음밥, 생채비빔밥등 하나로 통일해 놓고는 마주 앉아 먹는데 몇 숟가락 뜨고는 자기는 다이어트라 더 이상은 안된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입맛은 돌고 이미 식사는 시작되었고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늘 저녁은 간단하게 가볍게 먹자고 말했다.

그 간단함이란 이런 한 가지 요리가 아니라 허기만 달래는 밥 없는 간편식을 말해왔는데 아내는 집에서 혼자 겨우 두 끼를 먹는데 저녁에 밥을 안 먹으면 어쩌라는 거냐 한다. 그러다 보니 그 맛난 저녁이 내 차지가 되면서 더불어 식사 후 소파에 앉으면 식곤증이 밀려든다. 

아~아~


'운동하러 나가야 하는데'

'이러니까 저녁을 먹지 말자 했는데'

'집안에서 스쿼트를 해야 하는데'


꿈속을 헤매듯 몸은 소파에 파묻혀 후회의 소리들만 머릿속에서 아우성이다. 


그렇다. 나는 무척 실천적이고 계획적인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을 매우 뿌듯하게 느끼고 있다. 아침 루틴은 정말 부지런하고 열심히 잘한다. 그리고는 하루종일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고 다음 일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다. 그런데 저녁 이른 식사 후 매일 후회의 언어들로 되뇌다 내일을 위한다는 핑계로 이른 잠자리에 들곤 하는 것이다.



마침 스테르담의 인스타에서 '생산자의 법칙'이라는 책소개가 자주 보인다.


'타의가 나를 선택하기 전에 자의적인 불편함을 선택하자' - 스테르담

(타의적 불편함-> 해야 하는 일,  자의적 불편함-> 하고 싶은 일) 


늘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의 그 기준이 달랐다. 나이를 내세워 너무 완만한 삶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요즈음 에는 복잡한 생각이 많다는 핑계로 생활의 루틴에서 손을 놓치는 때가 종종 생기고 있다. 그의 말대로 내가 시간에 따라 증가하는 엔트로피의 자연법칙에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이다. 엔트로피는 증가하는 방향으로 흐르지만 우리에게는 그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말이다.



번쩍 정신을 차리고 바로 눈에 띄는 집 앞 조그만 헬스장에 무작정 들어갔다. 젊은 관장님은 입회 절차를 설명하시고는 언제부터 하실 거냐고 한다. 당장 지금부터라고 했다. 그 당당함에 동그랗게 떠보시는 눈은 아마 토요일이니까 휴일이 끼어서 생각하신 모양이다.


지금은 나의 저녁시간을 자의적인 불편함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인 것이다. 

 

알고 있다는 것, 생각하고 있다는 것 과 행동과는 별개이다. 또 지금 하는 행동과 적극적인 도전은 다른 것이다. 기왕에 할 것이면 일단 바로 시작하고, 시작을 했으면 적극적으로 몰입을 해야 한다. 

소파에 파묻혀 복잡함을 핑계로 궁리하며 생각만 할 때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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