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나오는 말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내에게 설렁설렁 건성으로 듣고 생각 없이 말하지 말자

by 롱혼 원명호

집에서 나는 말을 잘하지 못한다. 조리 있게 정제된 말이 아니라 가끔은 틀어 놓은 수돗물을 처럼 필터 없이 흐른다. 어떤 때는 맥락 없는 말을 해 놓고도 무슨 말인지 내가 감당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이거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어리바리할 때도 있다. 소위 회사에서 큰소리치던 사장의 말은 아닐 텐데 말이다.


아마 집이라 가족들이라 편해서 말을 건성으로 듣고 생각 없이 말을 하기에 밑도 끝도 없는 경우가 많아 아내와 따님에게 핀잔을 듣고 있다.


아내의 말을 잘 듣고 바로 반응을 보이며 주제에 맞게 화답해주어야 하는데 ㅠㅠ




예전 S사 과장 때 공작새가 거닐던 풍치 좋은 기흥 창조관에서 영어 회화공부를 할 때가 있었다. 다행히 레벨별로 분반되어 수업을 하기에 잘하고 못하고 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발표가 있으면 가급적 내가 먼저 나섰다. 어차피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그들은 내가 잘하는 줄 안다. 그런 창피함을 간직하고 다녔었다.


드디어 10주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수업이 마감되자 외국인 교수님이 빙 둘러앉혀 놓고는 자기 수업에 대해 평을 해달라고 하신다. 당연 나부터 시작되었다.


'교수님은 친절하시고 우리에게 잘해주시고 블라블라--'

쉬운 영어 단어를 늘어놓고 있는데 잠깐 딴 곳으로 흘렀다.


'그런데 이런 것은 교수님 생각만 하시는 것 같고 으흠?? 뭐라는 거지?'

갑자기 교수님 귀가 쫑긋해져 손을 귀에 모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쩌지 수습이 안된다. 생각 없이 쉬운 단어가 나열된 것이다. 그냥 말이 막 나온 것이다. 난처하다 말을 끊을 수가 없다. 이게 아닌데 누가 좀 도와 좋으면 좋으련만 다들 쳐다보고만 있다. 눈짓을 보내도 멀뚱멀뚱.


다행히 한 녀석이 '이제 그만하시죠' 한국말로 크게 외치기에 엉겁결에 마무리지었다. 다행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괘씸했을 텐데 그날은 고마웠다.


점심때 마지막이라 뷔페식으로 잘 차려져 음식을 친구들과 맛나게 먹고 있는데 저쪽에서 눈이 마주친 그 교수님께서 윙크를 하시더니 음식을 들고 내 앞으로 옮겨와 아까 무슨 말을 했는지 계속 듣고 싶다고 한다. 이런 어쩌지. 다행히 에피소드를 알고 있던 레벨이 높았던 친구가 대신 설명을 해줘서 크게 웃으며 마무가 되었다.



말이 생각 없이 나온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정말 그럴 때가 있다. 특히 집안에서 가족과 함께 있을 때나 너무 긴장하거나 완전 풀어진 경우 가끔 학습된 잠재의식이 생각을 무시한 채 밖으로 기어 나와 버린다. 마치 영화 '정직한 후보'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그래서 다짐한다. 아내와의 대화라도 적당한 긴장으로 말을 할 때는 억겁의 시간도 되돌아볼 수도 있다는 그 한 호흡을 꼭 챙기며 생각하고 주제에 맞는 말을 하리라 절대 설렁설렁 건성으로 듣고 생각 없이 말하지 않겠다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