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IT 체질 인가 봐
폼생폼사.
서재에 들어서면 사방 벽면으로 꽉 찬 책들 그리고 언제부터 쌓여 있는지도 모른 채 키만큼 자라난 책더미들 속에 숨어 책을 고르는 모습이 나중에 어젠가 그려보던 미래의 나의 폼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도서관 한 채를 가지고 다니는 책 부자가 되었다.
미니멀리즘으로 정신을 가볍게 하자며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언제부터 자리 잡은지도 모를 먼지 속의 책들이 피할 수 없는 순위로 쓸려 나가게 된 것이다. 거기에다 종이책만 펼쳐 들면 눈이 아파오며 머리가 피곤해지는 나의 별난 신체반응에 책을 덮어 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인가 지금은 책꽂이는커녕 발밑에 뒹구는 책 몇 권 정도가 전부이다. 서점을 좋아 하지만 맘에든 책을 집어 오면 며칠을 뒤적이다 이리저리 자리를 못 잡고 뒹굴기 일쑤이다.
그러던 것이 e-book을 만나면서 그런 증상들이 말끔히 치유가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남들은 나이도 있어서 눈도 아프고 어지러운데 어떻게 e-book을 읽느냐고 하는데 나는 적성에 딱 맞다. 하나도 안 피곤하고 하루종일 수십 권이라도 앉은자리에서 읽을 수 있다. 나이답지 않게 IT 체질이다.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이런 e-book 사랑 덕분에 요즈음은 이틀에 한 권씩 읽어 나가며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어디서나 틈만 생기면 PC나 핸드폰으로 펼쳐 들고 읽을 수 있고 적성도 맞고 시간도 잘 간다. 또 e-book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바로 메모장을 열고 타이핑하니 얼마나 편한가 또 어떨 때는 사정상 여러 권을 펼쳐놓고 다면독서의 묘기도 펼친다. 이러하니 e-book문고에 가입하기 나름이지만 지금 나의 경우는 도서관 한 채를 지니고 다니는 것 같다. 그래서 핸드폰도 최신 대화면의 Z5 폴더로 구입하여 장비도 최적화하였다.
앗 체질이다
책장 넘기는 소리와 책 냄새가 좋아 종이책만 고집한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오히려 갸우뚱하고 있는 나는 지난날 엔지니어란 직업군을 가져서 인가 기술잡지 외에는 소설이나 에세이는 1년에 1권 읽으면 잘 읽었을 정도로 책을 멀리 하였다. 그런 이유를 굳이 핑계를 들자면 종이책을 잡으면 눈이 아프고 머리가 아픈 탓이 컸다.
그동안 책을 펼쳐 들면 노안으로 안경을 찾았다. 그러던 것이 e-book을 보면서 시력도 회복되어 안경을 없애는 오히려 좋아지는 이상한 경험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e-book 사랑은 그칠 줄 모른다.
그러기에 다른 사람의 브런치 글들도 읽기를 좋아한다. 별일만 없다면 오전과 오후 올라온 글들을 모두 훑어보는 신공을 매일 펼친다, 대충 보는 것도 아니다.
진작에 나의 이런 체질을 알았어야 하는데 아쉽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