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는 집이 궁금했다

고집 피우지 말고 얼른 뒤 끝에 가서 줄을 서라

by 롱혼 원명호

비도 그쳤으니 아내와 계속 미루어 왔던 약속을 지키려 서울로 향한다. 큰 약국들이 있는 종로 5가에 들러 필요한 영양제도 사고 광장시장에 들러 맛있는 것 먹으며 사람 사는 구경을 하자고 하여 나섰다.


평일 오후라 교통도 막힘없고 편안하게 광역버스에 몸을 싣고 깜박 눈 한번 감고 뜨니 서울이다. 교통앱이 알려주는 환승버스로 갈아타고 몇 정거장을 지나니 광장시장이다. 오랜만이다.


내리자마자 깃발을 든 말레이시아 관광객들의 행렬을 마주한다. 가족단위의 여행객들로 어린아이들이 많다. 짐짓 감사하게 생각하며 미소로 스쳐지나 구경을 시작한다. 하필 들어선 곳이 옷감들을 파는 매장이라 별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두리번 거린다. 어라 아까 그 관광객들에게 자유시간을 준 모양인데 이리 몰려와 옷감들을 본다. 칭얼되는 아이들의 눈에는 지루함이 보였다.



아내가 미리 검색해 둔 가게를 찾아가니 그곳에서 모든 광장시장 음식 주문이 가능한 곳이다. 이제는 이런 곳도 생겼더라 더운 날 에어컨의 실내에서 편안하게 먹는 것은 감사할 일이나 각 매장마다 특색이 있는 법인데 이것은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오늘은 아내의 선택은 따라야 한다.


주문을 하자마자 바로 음식이 나온다 깜놀이다. 처음 보는 바밤바맛 막걸리, 정말 바밤바를 녹여 놓은 것 같은데 나에게는 호기심에 한 번이면 족하겠다는 생각이든 바밤바막걸리도 한 모금 곁들이며 쎗트 메뉴의 식사를 맛있게 하였다. 속으로는 포장마차 위에서 허겁지겁 땀 흘리며 먹어야 제맛인데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맛나다 보니 그새 현실에 만족하게 된다.


한 바퀴 더 둘러보며 군것질도 하며 같은 곳을 맴맴 돌다 미국에 갈 때 아이들 주려고 빈대떡을 사자며 아내가 미리 검색해 둔 집으로 갔다. 포장이라 줄을 서야 했는데 다닥다닥 붙어있는 여러 빈대떡 가계에 그 집만 포장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옆집의 애처로운 심술의 눈빛이 보였지만 묵묵히 줄을 서서 받아왔다.


이유는 없다. 그냥 줄 서는 집이고 SNS에 오르고 있다 보니 약간의 검증되었다는 심리와 기왕이면 하는 믿음이 줄을 서게 한다. 하지만 동종 업계의 경쟁에서 이겼으니 그동안의 숨은 노력과 정성이 오죽했을까 하는 진심도 느껴진다. 든든한 빈대떡을 들고 나오니 뿌듯하다.


이제는 영약제를 사러 나가야 한다. 그런데 빠져나가는 모퉁이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긴 줄이 있다. 심지어 중간에 줄관리하는 사람도 있다. 이건 뭐지? 1000원짜리 꽈배기집이다. 꽈배기가 거기서 거기지 무슨 줄까지 서서 먹느냐며 흉을 보는데 아내가 굳이 하나 사 먹자는 것이다.


'배도 부른데 그냥 가지?'

잠깐의 실랑이 속에 후회의 잔소리를 계속 들을 것이 두려웠던지 벌써 발은 줄 끝트머리로 향하고 있다.

'대신 두 개 살 거다 기다린 게 억울해서'라며 중얼거리는 입과 함께


배가 부르니 맛이나 보게 한 개만 사라는 아내의 말을 뿌리치고 기어코 거금 2000원을 투자해서 두 개를 샀다. 심술이다. 그런데 맛있다 줄을 설만 했다. 신기하다. 이 더운 날 길게 줄을 시는 집. 한 끝에 남은 심술에 무심코 아내에게 한마디 했다.


'금방 만들어 튀긴 것 먹으면 뭐든 안 맛있을까'


이것이다. 이것이 줄을 서는 집의 이유였다.

사 먹는 사람 입장에서 회전율이 빠르다 보니 싱싱한 좋은 재료로 바로바로 만들어 주니 같은 음식이라도 맛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 그 이유다. 그래서 후회 없이 먹고 싶으면 고집 피우지 말고 줄 서는 집에 가서 줄을 서야 한다.


물론 파는 입장에서는 그곳에 오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다 살아가는 이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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