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것을 겁내는 사람

괜찮아요 신중하게 구입했으면 이젠 험하게 다루세요

by 롱혼 원명호

딸과 함께 여행을 하며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예쁜 옷가게이다. 휘 돌아보고 나오는 곳이 아닌 손으로 뒤적이며 꺼내보고 매만지고 나온다. 매장직원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손님일 것이다. 두 모녀를 쫓아다니다 보니 나도 엉겁결에 들어서 뻘쭘하고 있는 것보다 옷감도 보고 매만지기도 하고 있다.


'엄마 이 옷 어때?'

'어울리는데 길이가 좀 짧은 것 같은데'

'아니야 이렇게 입으면 돼, 좋아 예뻐?'

'응 괜찮은 것 같은데'


어느새 태그를 떼고 입고 나선다. 나의 못마당한 눈초리를 피해 앞서가며 열심히 셀카 놀이에 빠져든다.


'자기가 벌어 자기가 사는데 뭐라고 하겠소'

아내의 중얼거림에 반사적으로 대꾸를 한다


'나는 지 옷 사는 것을 뭐라는 게 아니라 아니 새 옷을 바로 입는 것이 못마땅해'


그렇다 딸은 엄마말에 의하면 새것에 사죽을 못쓰는 년이다. 어려서부터 어디서 새 물건을 봤다 하면 벌써 중고로 만들어 놓는다. 바로 장착하고 쓰던지 부러트리던지 하여간 아끼고 바라보지를 못한다.


반면 나는 옷이나 물건을 구입하면 아끼고 바라보는 시간이 좋아 함부로 입고 쓰지를 못한다. 그러니 어쩌다 보면 여름에 옷을 사고는 한 번도 입지를 못하고 해를 넘기기가 일쑤이고 어느 날 옷장에서 태그도 안뗀옷이 발견되기도 해서 아내의 핀잔을 받곤 한다. 지금도 보니 노란색 반팔스웨터가 태그를 자랑스럽게 내어 놓고 있는 게 보인다. 지금 입기에는 추울 것 같은데




이번 미국여행을 하면서 뉴욕 쎈트럴파크 인근 애플매장에 구경 갔다가 아내가 아이패드 프로를 선뜻 구입해 주었다. 글을 쓴다는 명목이다 쑥스럽다 이렇게 내몰다니 하지만 기왕에 구입한 것 꿈보다 해몽이라고 아내와 유럽 등 다른 세계를 더 돌아다녀볼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나의 노년을 즐겁게 보내려면 영어회화를 장착해서 젊은 감각으로 글도 본격적으로 써보자며 훌륭한 동반자로 패드를 받아들였다.


집으로 돌아오니 걱정이 앞선다. 패드에 흠집이 날까 떨어트리면 어쩌지 도통 쓰지를 못하고 있으니 지켜보던 아내가 커버를 사자고 한다. 며칠뒤 배달된 택배는 아이패드 매직키보드가 왔다. 선물이란다. 그러면서 글을 쓰고 있으니 키보드가 있어야지 하면서 또 내몬다. 이것 참.


묵직한 무게감의 감촉 좋은 첨단 장비를 흐뭇하게 바라보다. 갑자기 든 생각 본전을 빼도록 막쓰자 험하게 굴리자 이땐 딸에게서 배워야 한다.


/사실 물건의 효용은 많이 자주 사용하여 본전 빼는 것에 있다. 신중하게 구입했으면 그다음은 열심히 다루어야 하는 것이다./


얼른 소파에 휙 내던지고 여기저기 굴리며 나름 의식을 가졌다. 이젠 중고고 나의 애장품으로 분신이다. 막 사용하자는 주문을 외치고 있다.


새것 >


아끼며 바라보다

지나간다


그때 입어야 써야

새것일진대


언젠가는

본전 생각날 테니


험하게 다루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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