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만족에 우쭐대거라 바쁘단다

그래서 당연한 것이 신기해 보인다

by 롱혼 원명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공원 모퉁이를 막 지나가는데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초등학교 여자 아이들이 가방을 멘 채 신이 나 있다.


'금이 어디에 그어 있어?'

술래를 하다 말고 물어보는 것을 보니 놀이를 막 시작한 모양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네가 하면 안 되지 너는 술래가 아니잖아'


입에 달라붙는 그 노래를 부르고 싶었던 모양이다. 신기한 것은 어른들보다 더 바쁘다는 아이들이 지금 이런 놀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 벤치에 앉아 한참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지금과 비교하면 진짜 호랑이 담배 피웠을 것 같은 시절

찐 놀이, 깡통차기, 자치기, 오징어, 칼싸움, 딱지치기, 말뚝박기, 닭싸움, 구슬치기, 비석치기, 땅따먹기,, 동네 구석구석 몰려다니며 노는 게 일상이라 얌전히 있으면 오히려 어디 아픈 아이로 취급받아 언니 누나들이 왔다리갔다리 깍두기로 끼워 데리고 놀아 주었다. 어른들의 바쁜 틈바구니에서 공부 무관심의 혜택을 받으며 건강하게만 자라기를 바라는 초등학교를 아니 당시 신나게 놀았으니 국민학교를 다녔던 어른들이 이제와서는 자신들이 어릴 적 느껴보지 못한 공부의 맛을 아이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있다. 덩달아 학원을 안 다녔던 초기 초등출신들도 합세하여 아이들에게 더욱 열렬하게 물어보러 다니거라 야단 들이다.


마치 요즘 유튜브에서 소식좌라 하면서 먹방에 나와

'빨갛게 생기거 이것 좀 먹어봐 맛이 어때?'

'요것 크게 한입 먹어봐 더 크게 느낌이 어때?'

이것저것 먹는 것을 시키며 맛과 느낌을 공유하려는 참 이상한 사람들처럼 말이다.


'이 학습지 해봐 어려워? 그럼 저거 해봐'

'영어학원이 힘들어? 숙제가 많아서 그러니? 이유가 뭐야?'

'다 읽었어? 그럼 한 권 더 읽어봐 아직 괜찮치?'




멍하니 상상의 나래를 쫓아 꿈속으로 들어가니 여긴 또 어딘가 옛날 초등학교란 곳을 다녔다는 사람들이 왕년을 이야기하고 있다. 학습지, 방문과외, 태권도, 검도, 피아노, 영어, 수학, 말하기, 접기, 만들기, 코딩, 영재,, 노란색에 부엉이눈을 단 차량을 타고 옮겨 다니며 바삐 살았다. 더러 땡땡이치며 노는 아이들이 멋져 보일 때도 있으나 학원에서 문자로 출결을 부모에게 알려주는 통에 이러지도 못하기에 부러운 친구이야기를 슬쩍하면 같이 어울리지 말라는 부모의 성화에 못 본 척했다. 이런 초등학교라는 곳을 다녔던 어른들이 이제 와서는 자신들이 어릴 적 느껴보지 못한 놀이의 맛을 아이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있다.


'가서 구슬치기 해봐 어때 재미없어? 그럼 딱지치기하는 건 어때?'

'공부가 뭐예요? 왜 하는 건데요'

'Ai한테 시키면 되는데 이걸 직접 했다고요? ㅋㅋ'


얼마나 되었을까 신발을 핥아대는 강아지에 놀라 냉큼 발을 들고서는 조용한 공원 벤치에서 머쓱하게 일어섰다. 묘한 꿈이다.


남일이 아니다. 지금 버스 안에서 고개를 숙이고 SNS에 빠져 남과 비교하느라 바쁜데 좋은 대학 갔다고 돈 잘 번다고 자식자랑에 큰소리로 침을 튀기는 저 어르신들도 모두 대리만족에 신이 나셨다.


어려운 것을 아랫것들한테 시키면 되지 웬 고생을 저렇게 하고 있어 하던 100년 전 조선선비의 환생을 보듯 유튜브에 빠져서 또 아이들에 빠져서 대리만족에 우쭐대거라 그렇게 세상도 대신하여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지 말고 너가 직접 한번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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