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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우나를 좋아해요

마음의 정화와 에너지를 받는 나의 목욕

by 롱혼 원명호

주말이면 꼭 하는 일이 있다. 아마 코로나의 틈 속에서도 눈치껏 마스크를 써가면서 유지했던 일로서 주말 이른 아침에 사우나로 가는 일이다. 나로서는 일주일 한 번씩 회개하러 사우나에 간다. 웃기다 회개하러 사우나에 간다니 하지만 사실이다. 마음속 정화가 되는 나만의 이 습관이 얼마나 경건한지 모를 것이다. 집에서 하는 샤워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선 사우나에 가면 쓱 사람들부터 훑어본다. 모두들 처진 몸을 간신히 붙들고 있는 모양새다. 개중에는 당당함이 넘쳐 다 큰 어른들이 냉탕 속에서 장난치는 사람들과 힘자랑 하는 문신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늘어져 있다. 아예 누워 쉬라고 간이침대까지 갖춰져 있다. 모두들 새로운 기운을 받으려는 마음으로 자의던 타의던 몰려온 것이다. 그런 기운의 변화를 보려고 하는 것이다.


나 또한 경건한 나름의 마음의 정화와 에너지를 받는 목욕 루틴이 있다. 사우나에 입장하면 저온탕에 잠시 몸을 데운 다음 곧바로 뜨거운 고온 사우나로 들어가나 땀을 뺀다. 모래시계를 두 번 엎으면 나갔다 냉탕을 오가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입장. 그러기를 두세 번 반복한다. 그리고는 뜨끈한 탕 속에 비스듬히 누워 지난 한 주의 온갖 잡스러움을 녹여낸다. 아예 백치로 만들어질 때까지 버티며 정신을 씻어 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래의 목적인 몸을 세정하고 나서는 루틴이다.


내가 보는 사우나는 마치 컨베이어 벨트 위의 장난감 인형같이 새것으로 만들어져 하나둘씩 빠져나온다. 로비 의자에 앉아 지켜보는 그 모습이 참 재미있다. 들어갈 때 축 처져 덥수룩한 모습들이 나올 때는 깔끔함과 당당함에 신이 나 있다. 물론 공중목욕탕의 호불호는 있다. 우선 아내만 해도 사람들이 모인 곳은 싫어하는 편이라 별로 선호를 안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공중목욕의 역사는 오래된 것이다. 기원전 4000년 전 모헨조다로, 지금의 파키스탄의 고대도시에 목욕탕이 있었다고 한다. 이것은 종교의식 전 청결하게 몸과 마음을 단장하기 위한 장소로 추정된다고 하지만 이 거대한 목욕탕(The Great Bath)은 인류역사강 가장 오래된 공중목욕탕이라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까지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그리스 로마 시대로 오면서 목욕과 운동과 공부를 하는 곳으로 꽃을 피웠다고 하며 심지어 로마시대 목욕탕은 당시 핫플레이스가 되어 시민들은 넌 요즈음 어느 목욕탕에 다냐하며 안부를 물을 정도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목욕재계’라는 말이 있듯이 삼국시대 불교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찜질방과 놀이기구 먹거리까지 가족들과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놀이공간이 되어있지만 우리 어릴 적에는 붉은 벽돌로 높게 쌓아 올린 굴뚝아래 있었다. 누가 봐도 목욕탕인데도 불안했던지 큼직하게 목욕탕이라고 써놨던 곳이 동네마다 있었다 지금은 다 사라지고 없지만. 글을 쓰며 그때를 생각해 보니 미소가 떠오른다. 어릴 적 뜨거운 탕 속의 추억들은 모두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리라 하지만 이런 오랜 인류역사의 공동목욕 DNA가 시대를 지나며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욕실이 갖춰져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을 하는 것은 나의 공중목욕탕, 사우나를 좋아하는 개인 취향을 쑥스러워 극구 그런 인류의 DNA가 남아 있어서 그렇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름 정신적 정화의식까지 하고 있으니 삼국시대 시작된 ‘목욕재계(沐浴齋戒)’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같아 숨길 것은 없다.


오늘도 말끔해진 몸과 마음으로 글을 쓰려 앉으니 너무 정화가 되어 원래의 글을 쓰기 전에 목욕에 대해 우선 서문식으로 꼭 쓰고 싶어 지금 쓰고 있다. 나의 주말아침 이 습관을 존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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