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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인식의 진화, 그리고 능력의 본질

한국딥러닝 VLM OCR의 기술적 성취와 철학적 확장

by AI러 이채문

1. 능력은 단순한 힘이 아니다 — 정보 추출의 철학적 전환


문자 인식 기술은 오랫동안 ‘힘’의 기술이었다. 문자를 기계가 인식하는 기술적 역량, 즉 optical character recognition(OCR)은 이미지 속 문자를 텍스트로 바꾸는 일에 집중해 왔다. 이는 일종의 '힘의 행사'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기술 환경에서 진정한 ‘능력’은 단순히 데이터를 추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떤 문서든 그 맥락과 구조를 이해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자동으로 정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능력이라 부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한국딥러닝이 개발한 ‘딥 OCR+’는 중요한 기술적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전통적인 OCR이 문서에서 단순히 ‘무엇이 쓰여 있는가’를 인식하는 것이라면, 딥 OCR+는 문서의 구조를 이해하고, ‘왜 그것이 쓰였는가’, ‘어디에 속하는가’를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비전언어모델(Vision-Language Model, VLM)이 가진 의미 기반 처리 능력 덕분이다.


예컨대, 계약서에서 단순한 ‘계약’이라는 단어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문서에서 ‘계약 당사자’, ‘계약 기간’, ‘서명란’을 자동으로 구분한다면 그것은 힘이 아니라 ‘방향 있는 힘’, 곧 능력이다. 한국딥러닝은 4억 장이 넘는 문서 이미지와 텍스트 데이터를 사전 학습하여, 새로운 양식의 문서라도 별도 라벨링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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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기술이 단순한 기계적 반응을 넘어, 문맥과 구조를 이해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힘은 존재하지만, 능력은 방향성 속에서만 구체화된다.




2. 비정형의 세계에서 능력은 정형화되지 않는다 — 한국 산업 현장의 사례


한국 산업 전반에서 가장 큰 문제는 비정형 문서의 존재이다. 문서는 단지 글자의 나열이 아니라, 수기 기록, 형식 불일치, 병합된 데이터, 복잡한 레이아웃 등 수많은 변수를 갖는다. 기존의 OCR 기술은 이러한 변수에 대응할 능력이 부족했다. 단순한 텍스트 추출 이상의 작업이 필요했지만, 대부분의 시스템은 이에 대응하지 못해 인적 리소스를 소모하며 추가 보완 작업을 거쳐야 했다.


한국딥러닝의 딥 OCR+는 이러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대기업의 품질관리 부서는 매일 수십 건의 수기 작업기록서를 수작업으로 입력해야 했다. 기록자는 현장에서 빠르게 기입하기 때문에 숫자 6과 문자 b조차 구분이 어려웠으며, 문서 형식이 일정치 않아 OCR을 적용할 수 없었다. 한국딥러닝의 VLM OCR은 이러한 기록까지 인식해 자동화했으며, 학습을 최소화하고 비용까지 절감했다.


이 기술은 금융·물류·제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등기부등본,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비정형 민원 서류 처리에, 물류 업계에서는 통관 문서, 해외 벤더 양식의 문서 인식에, 제조업에서는 발주서나 검사서 같은 복잡한 형식 문서에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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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문서 처리의 패러다임은 ‘데이터 인식’에서 ‘의미 이해’로 옮겨가고 있으며, 이 전환이 바로 ‘능력’의 철학적 정의에 부합한다. 단순한 연산의 힘이 아니라, 의미와 문맥을 인식하는 방향성이야말로 진정한 기술적 진보의 기준이 된다.




3. 능력은 중복된 말인가? — 자동화 시대의 철학적 성찰


딥 OCR+를 둘러싼 성과와 기술을 종합해볼 때, 결국 하나의 철학적 질문이 남는다. ‘능력’이라는 말은 단순한 표현일 뿐인가? 아니면 진정한 실체를 지닌가?

이 질문은 '력(力)'과 '능력(能力)'의 언어적 구조에 기반한다. '능력'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가능할 능'과 '힘 력'의 결합이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힘’은 이미 주어졌고, 이제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어떤 방향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능력’의 성취가 갈린다. VLM OCR이 제공하는 능력은 단순한 힘의 집합이 아니라, ‘문서라는 혼돈 속에서 의미를 추출하는 방향’을 갖는 힘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정해진 양식 없이도 정보를 해석하고, 문서의 의미를 분류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LLM(Large Language Model)과 VLM의 융합은 의미 기반 처리의 정점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철학적으로도 '지능이란 무엇인가', '기계가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고전적 질문에 대한 부분적 답변을 제공한다.

한국딥러닝 김지현 대표는 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딥 OCR+는 문서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어떤 필드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스스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기업이 겪는 주요 문제인 양식 불일치, 병합, 분류, 수작업 리소스 낭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술의 진보는 단순한 성능 경쟁을 넘어서, 철학적 통찰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능력’이란 말은 ‘힘’이 방향성을 가질 때 나타나는 상태이기에, 별개의 개념이 아니라 내포된 조건일 뿐이다. 따라서 능력이라는 말은 중복된 표현이며, 기술이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방향을 제공하지 않는 한 그 존재조차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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