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을 유도하는 질문, 그리고 시장 심리에 대하여
최근 한 오프라인 강연 행사에서 모객을 도와드리며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을 통한 신청은 원활하게 이루어졌지만, 막상 현장을 찾는 참석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당시 운영진에서는 신청자 분들께 전화를 드려 “이번 강연 참석 가능하신가요?”라고 여쭈며 확인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 자체가, 오히려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참석 여부를 묻는 질문은, 듣는 분 입장에서 “참석할지 말지”를 다시 고민하게 만들고, 그 결과 “바빠서요”, “시간이 애매해서요”라는 식의 거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질문의 방식이 참석 자체를 선택지로 열어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저는 조금 다른 접근을 제안드렸습니다. 단순히 참석 가능 여부를 묻기보다는, “강연 참석 시 드리는 사은품이 두 가지 있는데요, 선크림과 세럼 중 어떤 제품을 더 선호하시나요?”라는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질문은 얼핏 보면 사은품 선택에 관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참석 여부’라는 고민의 틀을 전환시키는 장치입니다. 선물을 고르는 순간, 상대방은 이미 ‘강연에 참석한다는 전제’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선택의 초점이 ‘참석할까 말까’에서 ‘무엇을 받을까’로 이동하게 되면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방식은 행동경제학이나 소비자 심리학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사례들과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한 장소에 코카콜라 자판기 하나만 놓여 있을 때, 하루 평균 100개 정도의 음료가 판매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 옆에 펩시 자판기를 추가하면 소비가 나뉘어 각각 50개 정도 팔릴 것이라 예상하십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양쪽 자판기 모두 150개씩, 총 300개가 팔리는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는 사람들의 선택 구조가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코카콜라 자판기만 있을 경우, 사람들은 “마실까, 말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반면, 펩시 자판기가 함께 있을 경우에는 “코카콜라를 마실까, 펩시를 마실까”로 고민의 방향이 바뀌게 되며, ‘마시는 것’ 자체가 전제가 되는 구조로 전환됩니다. 그 결과 전체 소비가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제안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제안할 것인가입니다.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유도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이끌고자 한다면, 그 행동을 이미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포함한 방식으로 질문을 설계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 제품 구매하시겠어요?”보다는 “카드로 결제하시겠어요, 간편결제로 하시겠어요?”
“참여하시겠어요?”보다는 “참여하신다면 A안과 B안 중 어떤 방식이 더 편하실까요?”
질문은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시키고 행동을 유도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와 같은 질문 설계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
상대의 선택을 유도하고자 할 때, 단순히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마시고, 그 선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구조 자체를 설계해보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진정한 설득의 시작점일지도 모릅니다.
<디파트(De;part), 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