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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Kim Sep 01. 2020

30. 살아간다는 것 살아낸다는 것

에필로그 Epilogue


 개인적으로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를 참 좋아합니다. 한 평생을 함께 해야 했던 장애와 암을 자신의 한계로 규정하지 않고 오히려 조화롭게 살고자 했던 그녀의 용기 있는 행보는 지금을 살아가는 나에게 큰 울림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별이 된 그녀의 대표 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그녀의 인생과 죽음을 단 한 문장으로 대변하는 딱 맞는 제목이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불행하다고 할 수 있는 자신의 삶을 그녀는 오히려 기적이라 말합니다. 심지어 그 기적을 소중한 누군가를 잃고 망연자실한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데 전부 나누어 주는 것만 같습니다. '이런 나도 기적처럼 잘 살아왔으니 당신도 괜찮다. 괜찮다.' 라며 따뜻하게 두 손을 잡아주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상실감에 주저앉고 좌절감에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또 한 번 살아갈 기적을 발견하기를 소망하면서 자신의 기적을 기꺼이 내어주는 故 장영희 교수를 기억합니다. 인생과 죽음 앞에 항상 겸손했던 그녀의 삶의 태도를 존경합니다.


 어쩌면 살아갈 시간이 더 많은 30대의 나에게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지도 모릅니다. 지난 일은 다 잊으라고. 살아갈 날이 많은데 벌써 죽음부터 생각하냐고. 너무 우울한 감성에 빠진 것은 아니냐고.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죽음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죽음은 모든 인간이 겪게 되는 삶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이 마냥 슬픈 것도 마냥 무거운 주제가 아니라 오히려 간은 유한하다는 교훈으로  삶과 인생에 대해 소중히 여기고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것조차  인생이고 삶이라는 것을요. 앞서 걱정할 필요도 후회할 필요도 없이 그냥 그것도  삶이다 인정하고 따뜻하게 안아줄  있는 포용력과 용기를 배웠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아버지의 죽음이 제겐 가장  유산이네요.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어주었고 인생을 살아갈 교훈들을 얻게  주었으니까요.


"이 세상에서 자기 할 일을 다한 거요.
이 세상의 일을 다한 거요.
자기가 땅에서 할 일을 다한 거요."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죽음이 무엇이냐고  묻는 어른의 질문에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쩌면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찾고 있는 정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태어남을 시작으로, 죽음을 끝으로 유한한 것이라면 이 땅에 태어나 자신의 할 일을 모두 다 마친 사람은 결국 죽음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이 세상의 순리이니까요. 그래서 고인에게 불쌍하다, 안타깝다가 아닌 그동안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것이 맞는 건 아닐까요? 저는 아버지를 그렇게 정리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이제 걱정 말고 편히 쉬세요.'라고요.


 사실 오늘 9월 1일은 아버지의 양력 생신입니다. 휴직 중에 막연히 글을 써 내려가면서 어쩌면 아버지의 생신 즈음에 글을 끝맺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이 있긴 했습니다만 정말 9월 1일로 글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이것도 기적이네요. 이 글을 쓰는 내내 아버지께 선물로 바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행복했고 이런 저의 모습을 보고 그곳에서도 좋아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심지어 오늘부터는 복직까지 하게 되었으니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너무 여러 개의 기적들을 한꺼번에 만난 것 같아 어안이 벙벙합니다.


 브런치의 작가가 되어 아버지의 삶과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반추해보면서 힘든 시기 속에서도 또 한 번 살아갈 기적을 얻었습니다. 변변찮은 글로나마 마음 깊은 곳에 켭켭이 쌓아왔던 감정들과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모두 쏟아부을 수 있었다는 기회에 감사하고 재미없는 글들을 꼼꼼히 읽어주고 공감해주고 마치 자신의 일처럼 웃고 울어 준 소중한 관심과 위로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정말 큰 위로와 교훈을 얻었습니다.


앞으로도 서로의 삶을 응원하며

함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만들며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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