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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Kim Aug 05. 2020

1. 2020년 3월 13일 새벽 3시 47분

프롤로그 Prologue

 



2020년 3월 13일 새벽 3시 47분,

나는 암환자의 보호자가 되어버렸다.


 지금  순간에도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누군가는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도 혼자서 탄생과 죽음을 맞이할  있는 존재는 아니기에 항상  곁에는 삶과 죽음을 함께하는 누군가가 있다. 아쉽게도  누군가가 내가 아닐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조금 덜 상처받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현실을 바로 바라보고 미리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이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예상치 못하게 암 환자의 가족이 되어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약 3개월 간의 아버지의 투병생활을 지켜보면서 아버지의 죽음, 더 나아가 한 인간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이제는 내가 될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한 글을 쓰고 싶었고 다독여주고 응원하고 싶었다.

 

 이 글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어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투병기일지도 모르고 모든 사람들이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이야기하는 각종 정보들이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아픈 가족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애잔한 마음과 그를 위해 온갖 정보를 백방으로 찾고 있을 노력의 크기는 같을 것이라 믿는다. 나도 그랬었기에.

 

 나는 암 판정부터 임종 후까지 보호자로서 처리해야 할 부분들이나 그 시기 동안 환자의 보호자라면 알아야 할 보험이나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 등의 제도적인 부분과 더불어 환자와 보호자의 상태 및 심리 상태의 변화까지도 나의 능력이 닿는 곳까지 하나하나 연재해보고자 한다.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정신없이 치르고 난 지금은 상실감보다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마지막 가는 길에 길잡이가 되어 지금 이 순간 힘들어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며 가슴 깊은 곳에 남아있을 아쉬움의 응어리를 풀어내고도 싶다. 이 글로 인해 관련 정보를 찾아 헤매는 수고로움을 조금이나마 덜고 그 시간을 이 순간에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훗날 죄책감이나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시작한다.


나의 아버지, 인간 김OO이 하늘 따뜻한 어딘가에서

'아들. 너 답다. 잘하고 있어' 라고 축복해주고 있으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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