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Prologue
2020년 3월 13일 새벽 3시 47분,
나는 암환자의 보호자가 되어버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누군가는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도 혼자서 탄생과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기에 항상 그 곁에는 삶과 죽음을 함께하는 누군가가 있다. 아쉽게도 그 누군가가 내가 아닐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조금 덜 상처받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현실을 바로 바라보고 미리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이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예상치 못하게 암 환자의 가족이 되어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약 3개월 간의 아버지의 투병생활을 지켜보면서 아버지의 죽음, 더 나아가 한 인간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이제는 내가 될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한 글을 쓰고 싶었고 다독여주고 응원하고 싶었다.
이 글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어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투병기일지도 모르고 모든 사람들이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이야기하는 각종 정보들이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아픈 가족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애잔한 마음과 그를 위해 온갖 정보를 백방으로 찾고 있을 노력의 크기는 같을 것이라 믿는다. 나도 그랬었기에.
나는 암 판정부터 임종 후까지 보호자로서 처리해야 할 부분들이나 그 시기 동안 환자의 보호자라면 알아야 할 보험이나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 등의 제도적인 부분과 더불어 환자와 보호자의 상태 및 심리 상태의 변화까지도 나의 능력이 닿는 곳까지 하나하나 연재해보고자 한다.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정신없이 치르고 난 지금은 상실감보다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마지막 가는 길에 길잡이가 되어 지금 이 순간 힘들어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며 가슴 깊은 곳에 남아있을 아쉬움의 응어리를 풀어내고도 싶다. 이 글로 인해 관련 정보를 찾아 헤매는 수고로움을 조금이나마 덜고 그 시간을 이 순간에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훗날 죄책감이나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시작한다.
나의 아버지, 인간 김OO이 하늘 따뜻한 어딘가에서
'아들. 너 답다. 잘하고 있어' 라고 축복해주고 있으리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