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든의 글쓰기 수업을 보며 알게 된 '생각 꺼내기' 방법
에이든은 집에서 한국어로만 말한다.
덕분에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도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한국을 방문하는 일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흔히, 모국어를 어눌하게 구사하는 아이들은 자신감이 부족해 한국어로 말하기를 꺼리게 되고, 점점 입을 닫는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에이든이 꾸준히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는 일은 부모로서 내가 꼭 해야 할 책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집에서 전혀 영어를 쓰지 않는 환경은 늘 한편으로 걱정이 된다.
그 이유는 바로 '글쓰기' 때문이다.
위에 보이는 '우리 가족 영어 능력 체크표'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나와 남편의 영어 실력은 수학 외에는 에이든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어려운 수준이다.
미국 아이들은 집과 학교에서 항상 영어를 사용하니, 어휘력이나 표현력이 차곡차곡 쌓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차이는 결국 글쓰기 실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는 중학생이 된 에이든을 보며,
| "이제는 도와줄 수 없구나"라는 안타까움보다
|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더 커진다.
그래서 이번 여름,
나는 처음으로, 7학년이 될 에이든을 위한 아카데믹 썸머 캠프에 등록했다.
12살 에이든은 지금까지 한 번도 미국에서 여름 캠프를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글쓰기 실력을 좀 더 탄탄하게 다져보자는 마음으로 라이팅 수업을 중심에 두고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그러던 중, 캠프 설명 글에서 한 문장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 "Students build crucial reading, writing, and public speaking skills"
| "학생들은 핵심적인 읽기, 쓰기, 그리고 발표 능력을 기릅니다."
내가 지금껏 해온 글쓰기는 생각을 곧바로 글로 옮기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 수업은 설명부터가 낯설었다.
| "라이팅 수업인데 왜 읽기와 발표 능력을 기른다고 하지?"
| "읽기, 말하기, 반박(디베이트)은 전부 별도의 수업이 있는데, 어떻게 이걸 다 하나의 수업에서 다룬다는 거지?"
내 경험을 비춰봤을 때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세 가지 능력이 글쓰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해졌다.
며칠 뒤, 드디어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온라인 수업이라 에이든의 글쓰기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 있었다.
이번 수업은 특히 에세이 작문에 집중되었다.
수업이 시작되자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 "자신이 쓰고 싶은 주제를 정하되, 8문단 이상 쓸 수 있는 주제여야 해요."
이후 아이들은 소그룹으로 나뉘어 서로의 생각을 나누기 시작했다.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고, 친구의 이야기에 반응하는 시간.
바로 '주제 탐색'을 위한 말하기 활동이었다.
아직 주제를 정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각자의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10분 넘게 이어진 토론이 끝난 뒤, 선생님이 다시 말했다.
| "지금까지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본인의 주제를 정리해 짧은 글로 써보세요."
에이든은 머릿속에 떠오른 주제를 짧게 정리해 문장으로 써 내려갔다.
그러자 이번엔 선생님의 질문이 이어졌다.
| "What do you think?" 어떻게 생각해?
| "Why?" 왜?
| "Any other ideas?" 다른 아이디어도 있을까?"
선생님과의 짧은 대화 후, 에이든은 처음 썼던 문장을 조금씩 다듬기 시작했다.
몇 번의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며, 주제는 점점 더 명확한 문장으로 발전해 갔다.
글을 쓰는 내내 말하기는 멈추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선생님의 질문도 점점 더 깊어졌다.
| "누군가 너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 "그 부분은 법적으로 정의되어 있으니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 "다른 해결책은 없을까?"
이런 과정을 하루 3시간씩, 10일간 반복하며 한 편의 에세이를 완성했다.
처음엔 솔직히, 이 수업이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다.
| "저래서 언제 글을 쓰나?"
| "선생님은 왜 설명을 안 하시지?"
수업 시간에는 글을 많이 써야 한다고 믿어왔던 내게, 이런 방식은 꽤 낯설고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론, 내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 과정을 보며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 "왜 글쓰기 수업에서 '말하기' 시간이 필요한 걸까?
✍️ 이 연재는 매주 목요일 정기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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