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휴일이 끝나고 출근하는 날은 병원 도착 직전 늘 가슴이 두근두근 하다. 설레는 마음이면 좋겠지만, 사실은 입원말들의 생사가 걱정되는 마음 때문에 심장이 벌렁거린다. 오늘도 이들이 밤새 안녕한지 궁금하고 걱정되었다.
하나하나 천천히 보고 싶지만, 일단 가장 먼저 아침약을 준비한다. 통증이 줄어드는 진통제, 염증이 줄어드는 소염제, 세균과 싸워주는 항생제,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수액제제, 독한 약들에 대해서 잘 이겨내라고 위보호제, 간 보호제, 유산균 제제 등등을 조합한다.
밤새 약 없이 힘들었을까 봐 부지런히 일단 약을 주사하거나 먹인다. 그제야 내 심장도 조금 안정이 된다. 정해진 용량과 시간 간격에 최대한 맞춰야 한다. 그게 내 방식이다. 그다음 한 마리씩 회진을 다시 돌며 모든 걸 체크해 간다. 활력이 나아진 말도 있었고, 큰 차도 없이 체중이 더 빠지는 말도 있었다. 어쩔 때는 약이 듣고, 어쩔 때는 약으로도 안된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도움이라고는 반응을 평가해 보고 최선의 조합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뿐이다.
아주 오래전에도 인류는 그런 마음으로 최초의 약과 치료법을 개발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열망, 살려내고 싶다는 욕망으로 의술이 발전되었을 것이다.
고통받지 않고 아프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은 인간의 마음이 태고부터 존재해서 정말 다행이다. 덕분에 나는 오늘도 나에게 허용된 이 생명수들을 조합해 볼 수 있다. 덕분에 오늘도 입원말들은 통증도 조금 잊어보며, 어떻게든 병마와 싸워가며 밤새 또 어떤 방법으로든 버텨낼 것이다. 여러 약으로 가득 찬 약장이 왠지 선조의 마음 같아서 따뜻하게 느껴진다. 새삼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