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퀘스트

서운함과 아쉬움 버리기

by 말자까

"얘들아 주말에 우리 어디 갈까?"

"아.. 꼭 가야해? 걷는거 빼고, 올라가는거 빼고."

"...ㅜㅜ"


걷는 걸 빼려니 올레길이 빠지고, 올라가는 걸 빼려니 오름과 등산이 빠진다. 이제 너희들이 싫을만큼 다녔나보다 생각하니 좀 미안하기도 하다. 아니 그래도 못내 서운함이 더 크다. 우리 가족 넷이 온전히 함께하는 날이 많지도 않는데 나가는게 그렇게 싫은 일인가. 게임은 매일 하는데 내가 어렵게 시간을 뺀 주말에도 그렇게 보내고 싶은가. 내 시점으로 생각하니 좀 부아가 났다.


결국 서로 원하는 장소를 하나씩 정하고, 가위바위보로 최종 승자가 선택한 장소로 아묻따 가기로 결정했다. (사실 그것도 나의 반강제임을 고백한다.ㅜㅜ). 승자 막내가 원하는 장소는 '워터파크'.

헉. 나만 김이 빠졌다. 사실 가족 중에 나만 물속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어쩌겠니. 셋이 다 동의한다는데 같이 나가 준다는 것 만으로도 고맙지. 동백이 예쁜 곳을 가볼 까 멋진 맛집을 가볼까 내심 기대하던 나의 부푼 마음은 김이 빠져버렸다. 코시국으로 수영복이 작아서 못입을 지경에 이르러서 부랴부랴 막내 래쉬가드를 주문했다. 가위바위보에 진 아들은 입이 아직 나와 있고, 나 역시 입이 반쯤 나와 있다. 이 분위기 어쩔소냐 싶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안띄우면 무효가 될 것 같아서 나는 짐을 싸려고 한다.

...

아이들 데리고 같이 나가는 임무가 점점 더 고난이도로 올라간다. 작년까지는 도서관도 다니고, 마트도 다니고, 공원도 다니고 하는 일상이었는데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매체가 오픈된 이후로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생활 변화와 동시에 신체적 변화도 같이 왔다. 얼굴에 여드름이 나고, 목소리가 변성기가 오는 아들은 매일 매일 말수가 줄어든다. 성장 과정이라고 단순히 말하기엔 나에게 너무나 갑작스러운 폭풍 전야 같다.

아이를 더 먼저 키운 친구에게 이게 사춘기인가 하고 물었다.

"아들 방문 닫고 안나와?"

"아니 그정도는 아니야"

"그럼 아직 아니야. 우리 아이는 방문을 계속 닫았어. 한 1년 그러다 방문 열고 나오더라."


헉. 아직 큰 파도가 오기도 전이라니. 두렵다 두려워.


그리고 깨달았다.

이렇게 아이들 데리고 같이 나가는게 최근의 퀘스트라 생각했는데, 사실 이것도 거의 끝물이라는 걸.


다음 퀘스트는..

'내려놓기', 아이들에게 느끼는 '서운함 버리기' '아쉬움 버리기'

하는걸 직면했다.


성장하면서 당연히 생기는 변화일 텐데, 나만 정체되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서운함과 아쉬움은 그냥 나의 감정일 뿐이다. 이 퀘스트를 깨는 것이 너희와 나의 속도 차이에 내가 뒤따라 달려가는 법인 것 같다. 부지런히 이 역변의 시절에 적응해야 하며, 나는 이제 뭘 더 하려면 안되고, 뭘 더 빼야 할 것 같다. 그냥 사랑 주고 밥주고 감정 표현을 주기만 하며, 억지로 시키지도 받으려고도 안해야 할테다. 아. 이번 난이도가 높은 넥스트 퀘스트.


서운함과 아쉬움 버리기.

깨보자.

그러다 보면 분명 또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과 기쁨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아 잠자기전 조잘조잘까지 내려 놓으려니 너무나 아쉽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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