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애응애
사람마다 고유한 성향은 참으로 제각기이다. 누군가는 거절당하는 게 대수롭지 않을 수 있고, 누군가는 거절당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울 수도 있다. 따라서 나에게 거절당하기 미션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을 먼저 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나의 경우 '거절당하기'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정도를 0점에서 10점 중에서 평가하라면 나는 9점 이상이라고 체크할 것 같다. 당신의 두려움이 3점 이하라면 당신은 이미 축복받았으니 이 글을 그냥 넘겨도 좋을 것 같다.
나의 경우, 나는 거절을 당해보기로 그렇게 야심 차게 마음을 먹은 게 무색할 만큼 바로 빛의 속도로 막막해지고 쭈그러졌다. 흠.. 어떤 거절을 당해야 하지?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는다. 사실 거절을 당하는 상황 자체가 워낙 나에게 두렵다 보니 거절과 관련된 상황을 먼저 생각해보지 못했다. 적진에 스스로 찾아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새해에 하고 싶은 일을 적으라 하면 희망 한가득인데, 거절당하고 싶은 일은 정말이지 머리를 쥐어짜도 하나도 없다. 도대체 왜 나는 거절당하는 게 두려운 사람인가? 도대체 왜?? 그 답을 알기 위해서 나는 스스로 나를 객관적으로 최대한 냉정하게 곰곰이 파악해 보기로 했다.
나를 솔직하게 파악하기
타인에게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나.
유년 시절 우리 집은 대화가 적었고 나는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서툴렀으며, 그런 상태로 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발표할 때 내가 유난히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알고서는 더더욱 여러 사람 앞에서 목소리 내는 것을 늘 피해왔으며, 직장에서는 윗사람에게 내 마음과 의견을 표현하는 것보다는 시키는 일을 수동적으로 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또한 큰 갈등 상황 앞에서는 마냥 도망가고 피할뿐더러, 애꿎은 나 자신만 꾸짖어대는 내가 답답하고 억울하여 나 자신을 고치고 싶을 때도 많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으로만 보이고 싶은 나.
나는 특히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인정 욕구가 큰 사람이다. 내가 손해보고 불편한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하고, 밖으로 보이는 나는 그저 사람 좋고 너그러운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다. 까칠하고 소심한 나의 면은 꽁꽁 숨기고 외부에는 세상 부드러운 사람으로만 비추어지고 싶었기에, 일정 부분 그렇게 연기하면서 살고 있다. 거기에다가 타인에게 나쁜 면을 보이면 사람들이 나를 피하고 왕따를 시킬 것 같은 오래된 피해 의식도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상황이 가장 두렵고 피하고 싶은 사람이다.
진상 요구를 정말 못하는 나.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이 어렵다. 내 생각을 표현하는 걸 안 하고 살다 보니깐 부탁하는 것이 어렵다. 가족과 친구에게도 부탁을 편하게 하지 못하는 편이다. 자기 질책은 세상 잘하는 까칠함을 보이면서도 타인에게는 끝도 없이 눈치를 본다. 하물며 모르는 타인에게 내가 먼저 무언가를 요구한다는 건 세상이지 내 기준 가장 높은 허들이다. 그냥 나 혼자 해결하는 게 제일 낫고, 남에게 피해를 안 주는 게 마음이 제일 속이 편해서 교류나 관계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다소 비사회적이며 혼자인 게 가장 편안한 개인주의자이다.
내 권리를 잘 말하지 못하고 그냥 담기만 하는 나.
식당에 가면 종업원을 부르는 것을 하지 못하고 끝까지 참는 편이다. 물건을 살 때 깎아달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질 못한다. 공공장소나 상점에서 무언가 계산이 잘못되거나 착오가 있으면 그냥 따지는 게 불편해서 운이 나빴네 하고 감수하고 만다. 한마디로 나는 용기가 없다. 누구에게는 별 것 아닌 일인데 왜 이리 답답하게 살까 하겠지만, 정말이지 내가 사실 모든 일에 이런 사람은 아닌데 유난하게 남과의 소통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사람이다. 나름 나 자신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 생각해 왔는데 용기 없음과 눈치 보기 카테고리로 들어가 보니 맙소사 사실 나는 낙제 점수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당신의 두려움은?
여기까지 한번 나를 최대한 냉정하게 표현해보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런 내가 도무지 이해가 안 갈는지, 아니면 어느 일정 부분 공감할 포인트가 있을는지 모르겠다. 절반 이상 동의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지금 내가 거절 프로젝트를 나 스스로 하겠다는 결심이 얼마나 나에게는 큰 결단인지 알 수 있을 것이며 당신은 제대로 이 책을 만난 축복받은 분이다.
세상에서 거절당하는 게 제일 무서운 그녀가 스스로 고심 끝에 생각해낸 첫 번째 질문은 바로 무엇인지부터 가상 체험하듯이 일단 읽으며 따라가 보는 걸로, 당신은 어느새 나와 함께 새로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