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소속공인중개사) 생활 마침표.

by 아이린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 소공생활이 5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열심히 한번 해 보자라고 다짐했었는데 결국엔 몇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소공 퇴사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지난번보다 이번 퇴사는 여러모로 마음이 너무 힘들다. 그동안 이런저런 일들을 시작도 해 보고 끝도 맺어보았지만 이번만큼 이렇게 마음이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소공이라는 직업은 정말 힘든 것 같다. 하루종일 사무실에 나와있지만 최저시급에도 미치치 못하는 돈을 받는 경우도 다반사고 중개업이라는 일이 고도의 영업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 상대하는 일에 재주가 없는 사람은 정말 버티기 힘든 직업이다.




그만두게 된 이유.


그만두게 된 이유는 딱 한마디로 이야기할 순 없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가장 큰 이유는 눈치 보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다.


최근 부동산 거래가 뚝 끊겼다. 전월세도 활발하게 돌지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사장과 나 둘만 사무실에 앉아 있다고 상상해 보시라. 어떤 이는 숨 막힐 것 같다고 아예 그런 사무실은 갈 생각도 않는다고 한다. 월급을 받지 않고 성과급만 받는다면 상황이 좀 더 낫겠지만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 특성상 하루종일 사무실을 지켜야 하니 많지는 않지만 기본급은 보통 다 있다. 나 또한 약간의 기본급과 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이었는데 하루종일 자리를 지키는 것도 힘들지만 전화도 워킹손님도 없는 날에는 가시방석이 따로 없었다. 그러다 사장님이 한숨을 쉬기라도 하면....


두 번째는 어느 순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일을 할 때에는 낯설고 모르는 것들 투성이라 이것저것 배우며 긴장된 하루하루를 보냈다. 적응하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알아가는 것이 차츰차츰 쌓인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 그러나 3개월 정도가 지나자 이런 마음은 점차 식었고 일도 없으니 무료한 날들이 이어졌다. 나 혼자 일하거나 자유로운 분위기였다면 그 시간에 책도 보고 부동산거래와 관련된 공부도 하고 블로그에 글도 쓰며 시간을 보낼 텐데 내 모든 동선이 사장의 시야 안에 있으니 일하는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봤던 매물들을 보고 또 보고.. 점점 퇴근시간만 기다리게 되고 하루종일 시간을 어떻게 때우고 집에 갈 까만 생각 했다. 아이들 보는 것도 포기하고 나와있는데 그 꾸역꾸역 때우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는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시간이 너무 아쉬웠다.


둘째 아이가 아직 초저학년이다 보니 아직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할 때다. 그러나 하루종일 밖에 있으니 아이를 케어해 줄 수가 없었다. 혼자서 학교와 학원을 다닐 정도면 엄마가 일해도 괜찮겠지 싶었는데 아이는 엄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었나 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했다. 그러나 오는 전화를 다 받을 수는 없었다. 사무실에서는 사장과 둘이 있으니 전화를 받을 수 없었고 그렇다고 매번 전화 올 때마다 사무실 밖에서 통화하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집에 오면 긴장이 풀어져 간신히 밥만 먹이고 재우기 일쑤였다. 중학생인 큰 아이와는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집에 잠깐씩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다면 괜찮았을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했고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일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마지막으로는 남편 또한 그만두길 바라고 있었다. 어찌 보면 이게 가장 큰 이유였다.


힘들어도 버텨왔고 더 해 보자고 생각했었는데 그 이유는 남편의 짐을 덜어준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버는 돈은 얼마 안 되었지만 그동안 혼자 힘들게 돈을 벌던 남편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니 나 스스로 대견하고 뿌듯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남편과 어느 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남편도 내가 그만두었으면 하고 있었다. 남편입장에서는 내가 벌어오는 돈이 아주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보다는 아직은 아이들을 더 챙겨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이 없으면 6시에 퇴근하곤 했지만 하루종일 손님이 없다가도 저녁에 손님이 온다고 하면 저녁 8시까지도 집을 보여주고 퇴근해야 했다. 그러면 9시는 되어야 아이들 저녁을 먹일 수 있었다. 이런 날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언제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니 남편은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마음이 계속 불안하다고 했다. 남편은 그만하는 것이 어떠냐 했고 나는 조금 더 버텨 보려 한다고 했더니 버티는 것은 하지 말라고 했다.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버티지 말라고.. 그리고 얼마 되지 않는 월급 받자고 시간이나 때우고 오는 것은 우리가 애초에 가고자 했던 길이 아니라고 했다. 남편마저 이렇게 나오니 나는 더 이상 버틸 이유가 없었다.



아쉬운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내내 안 좋은 경험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집 보여준 손님이 계약을 하겠다고 하면 성취감도 느껴지고 기분도 좋았다. 직접 계약도 핸들링하고 계약서까지 써보고 나왔으면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은 있다. 그러려면 최소한 1년 이상은 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소공으로 일한 한 이유는 어쨌든 나중에 개업을 하기 위함이었는데 개업을 하기에는 부족한 경험이지 않나 싶다.


사장님은 나를 잘 키워서 나한테 일의 비중을 많이 넘기고 여기저기 자유롭게 여행도 다니고 시간도 쓰고 싶어 했다. 일의 비중을 많이 가져가게 되면 인센티브도 많이 줄 거라고 했는데 오래 했다면 일도 주도적으로 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기약되지 않은 일이었기에 얼마나 벌 수 있었을지 일을 얼마만큼 주도적으로 할 수 있었을지 그것은 모르겠다. 그리고 자신은 자유롭게 시간을 쓰고 싶어서 사무실 지킴이용으로 나를 썼다는 것도 유쾌하지는 않았다.




최소한 1년은 할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5개월 밖에 다니지 못했다는 점은 내가 그렇게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었는가 하는 자책감으로 이어졌다. 조금 힘들다고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은 아닐까? 1년은 해보고 그만뒀어야 했나? 하는 마음이 계속 든다.


또 사장님은 나를 그래도 좋게 봐주었고 나름 잘해준 것 같은데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니 배신감이 들었고 서운하다고 하셨다. 좀 편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나를 뽑고 일을 가르쳤는데 나간다고 하니 허탈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잘해주신 것도 알고 그 마음 또한 모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상처만 드리고 나온 것 같아 마음이 힘들다.





그만두고 나서 며칠 마음이 힘들었는데 다시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다짐이 다시 들었다.


그만두면 뭘 할 건데?라는 물음에 답을 하지 못해 그동안 버텨왔는데 그만두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 공부도 신경 써줄 수 있고 부동산투자나 미국주식 등 재테크 공부도 할 수 있고 그동안 부동산일 하면서 중단했던 블로그나 스마트스토어 운영에도 다시 시간을 쓸 수 있다.


그동안은 어디에 취직해서 월에 따박따박 얼마씩 받아야 내가 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하루종일 사무실에 묶여있는 일을 해보니 장기적으로는 옳은 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을 좀 더 키우고 나서 해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남편이 돈을 벌어오고 생계에 대한 압박이 아직까진 크지 않아 이런 생각도 가능한 것이겠지만.. 그런 점에서 남편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


끝맺음이 원만하게 되지 않아서 아직도 마음이 힘들고 불편하지만 그래도 경험치를 하나 추가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내 시간을 온전히 써도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일들을 앞으로 또 계속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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