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술을 해오고 있다. 그것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다. 기억이 희미하기 전부터 나는 그림이라는 형태로 예술을 해왔다. 단 한 번도 예술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고, 나의 진로는 항상 확고했다. 예술이라는 범위 안에서 조금씩 그 형태가 변하긴 했지만 예술을 하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 한 가지에 집중해오는 유지력 자체를 재능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외적인 기간 자체가 재능이라 볼 수 있는 것이지, 예술의 내면적인 재능을 봤을 때, 나는 그다지 큰 재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지만 사실이다. 반대로, 그런 만큼 예술에 대한 집념이나 포부는 크게 가지고 있다.
나는 언젠가 성공한 예술가가 될 것이고 대단한 예술가가 될 것이다.
항상 내가 품어왔던 생각이다. 재능은 타고나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항상 이런 생각을 가지고 나아갔다. 그래서 내 길은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해왔다. 단순히 내가 여태까지, 이 나이까지 순수예술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사람들은 대단하다거나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내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확신할 수가 없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나는 언젠가 성공한 예술가가 되고 대단한 예술가가 될까?
요즘에 드는 생각이다. 정말 많이 누그러진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불과 몇 년 전 나와는 너무나 다른 마음가짐이다. 근 2년 동안 나는 많이 위축되었다. 길을 잃을 뻔하고 부정적인 생각만이 앞섰다. 우울증은 점점 더 심해지고, 아무런 욕구가 들지 않았다. 그러니 예술이 내 안에 살아 숨 쉴 수 있었을까?
나는 분명히 성공한 예술가가 될 것이다.
다시 나는 생각한다. 예전의 나를 찾아갈 것이다. 하지만 분명 전과는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나아갈 것이다. 사람이 다시 전처럼 마음먹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오래 걸리는 것 같다.
내가 이런 생각이 들기까지 나보단 주변 사람들의 인식이 더 크게 작용했다.
사회적으로 볼 때 나는 사회적 능력이 없는 사람일 뿐이고, 그저 남들보다 평균적인 나이 때에 평균적인 것을 못하는 낙오자에 불과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사회적인 시선으로 나는 전혀 재능이 없는 사람이다. 예술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런 것과 싸워서 버티는 사람일 수도 있다. 사회적인 것들을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예술을 택하는 사람들이 예술가로 버티며 나아간다. 일반 사람들과 다른 생활패턴, 생활 인식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말이 굉장히 억압적으로 느껴지고 불가항력으로 느껴진 다는 것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 예술가는 사회적인 것들을 모두 누리면서 할 수 있는 직업 (직업으로 인정해주지도 않는 시대지만)이다. 다른 평균적인 사람들처럼 일상을 누리면서 살기는 쉽지 않다. 내가 하는 이 말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그게 좋은 것 같다.
나는 예술가는 두 부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천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과 후천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 전자는 우리가 말하는 천재, 후자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천재다. 나는 누가 봐도 후자이고, 후자의 길을 가야 하는 사람이다. 노력과 시간이 수반되지 않으면 그저 사회 낙오자가 될 확률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예술가는 가장 큰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 안에서는 그저 능력 없는 사람일 뿐이다.
천재도 힘든 삶을 살지만, 천재가 아닌 사람은 평생 자신의 재능에 대해 회의하며 살아간다. 나 역시 오늘도 내가 과연 예술적 재능이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 끝없이 의문하고 회의하며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그래도 내가 성공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은 예술뿐이라고 다짐하면서 커피를 마시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