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내 Nov 29. 2020

12. 공정하다는 착각 (20.11.28)

 마이클 센델의 신간 제목, 공정하다는 착각, 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는 그런 착각 속에 살고 있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그런 착각을 더욱 크게 하며 산다. 예술가는 재능으로 판단되고 명예가 생긴다고 흔히들 말하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예술가의 재능은 어찌 보면 아주 기본 요소이다. 수영을 시작할 때 물속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 물이라는 조건이 예술가들에게는 재능이다. 그건 예술하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이다. 학력, 인맥, 상황, 경제적 여건 그리고 운 등의 수많은 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이 것을 모두 통과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알만한 작가가 된다. 물론, 저 중에 몇 개가 빠져도 작가를 할 수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점은 그건 단지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주 예전에 나는 스스로 원하면 작가가 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예술가 역시 사회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상대적인 인정과 평가가 필요하다. 결국 사회가 원하는 단계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정함은 없어진다. 결국 자신의 여건만큼 계단을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계단을 계속해서 올라갈 필요는 없지만, 올라갈수록 더 많은 기회가 생긴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 단계에서 예술가들은 차고 넘치게 느낀다, 예술가에게 경제적 여유의 조건이 왜 중요한지, 또한 공정함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애초에 공정한 교육과 경험은 사회 안에서 존재할 수 없다. 그런 것이 가능하면 모두 똑같은 인간이 될 것이다.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는 만큼 우리는 자신의 환경만큼 배울 수 있고,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사회는 공정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회는 유지되고 있다. 예술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선에서, 요즘의 현대미술가들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직업으로 인식된다. 그 점에는 충분히 동의한다. 재능만으로 먹고사는 직업으로 보이기 아주 쉽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예술가는 일반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직업이다. 그런 현실은 예술계에 있는 사람들 눈에만 보인다. 


 예술가는 어떠한 직업보다 사회적인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직업이지만, 대중들에게는 사회적인 요건이 없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예술가의 괴리는 이 교차점에서 생기며, 그렇게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직업이다. 즉, 어떠한 직업보다 학력과 경력을 요구하지만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속해있지만 속해있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예술은 모순의 연속이다.



 공정하지 않다. 

하지만 결국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아무리 그럴싸한 말로 포장을 해서 반론을 제기한들 그것은 현실이 아니다. 이 문장 안에는 염세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은 온도가 담겨있다. 

 즉, 예술 안에는 공정이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하면 망가질 것이다. 예술 안에서 자유라는 단어는 공정하지 않음의 다른 말이다. 

이전 12화 11. 예술의 존버 (20.11.1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